조용필, 골치 아픈 세트리스트 '탈락한 1위곡만 10여곡'
'추억속의 재회' 등 히트곡 다수 제외 아쉬움
"내 노래 다 하려면 3일은 해야" 고민 토로
'가왕' 조용필(68)의 음악 스펙트럼은 그야말로 혀를 내두른다.
거의 모든 장르를 섭렵하고 있는 데다, 모든 장르에 걸쳐 한국 가요사를 장식한 히트곡들이 포진돼 있기 때문이다. 그만큼 한정된 시간에 펼치는 콘서트에서 선곡하는 건 쉽지 않은 일이다. 더구나 그 공연이 50주년이라면 더더욱 그렇다.
조용필은 12일 오후 서울 잠실 올림픽주경기장에서 열린 '조용필 50주년 기념 투어-땡스 투 유(Thanks to you)' 서울 공연에서 총 26곡을 불렀다.
1970년대 자신의 존재를 알린 '돌아와요 부산항에'부터 2013년 '가왕 신드롬'을 일으킨 '헬로'와 '바운스'까지, 그의 대표곡들이 총망라됐다. 하지만 19장의 정규앨범, 200여 곡이 넘는 그의 노래들 중 26곡 안에 포함되지 못한 아까운 곡들이 많다. 26곡에 포함되는 건 월드컵 최종엔트리 경쟁만큼이나 치열하기 때문이다.
조용필은 "내 노래 중 베스트 10을 꼽자면 이것도 있고 저것도 있고 그렇다"며 "콘서트를 할 때 내 노래를 다 못 들려드려 죄송하다. 다 하려면 한 3일은 해야 한다"고 너스레를 떨어 웃음을 자아냈다.
그의 말은 빈말이 아니었다. 심지어 역대 한국인이 가장 사랑하는 가요 1위로 꼽히는 '돌아와요 부산항에'나 사상 첫 밀리언셀러에 오른 '창밖의 여자'조차 자주 엔트리 탈락의 고배를 마시곤 한다. 다행히 이 2곡은 이번엔 불려지는 영광을 안았다.
이번에 탈락한 곡들 중에도 주옥같은 명곡들이 많다. 이 가운데는 각종 차트 1위를 차지했던 히트곡들만 해도 10여 곡에 달해 '가왕의 위엄'을 다시금 상기시켜준다.
먼저 2집 앨범 타이틀곡이었던 '촛불'은 1981년 KBS '가요톱텐'에서 7주간 1위를 차지한 그의 대표곡이지만, 이번 공연에서 제외됐다. 또 '돌아와요 부산항에' '허공'과 함께 그의 트로트 명곡으로 꼽히는 '미워 미워 미워'과 '바람의 전하는 말'도 들을 수 없었다.
1987년 9집 타이틀곡으로 영화 '라디오스타'에 삽입돼 재차 주목을 받았던 '그대 발길 머무는 곳에'와 당시 라디오차트 1위에 올랐던 '타인'과 '마도요'도 엔트리 탈락의 고배를 마셨다.
6집 앨범은 이번 공연에서 단 한 곡도 선곡되지 못했다. 이 앨범에 수록된 '정의 마음'과 '눈물의 파티'는 나란히 '가요톱텐' 정상을 석권하며 조용필에게 1984년 MBC 가수왕상을 안겨준 바 있다.
1990년 TV 가요 프로그램에서 1위를 차지했던 '추억속의 재회'도 이번엔 들을 수 없었다. 이밖에 앨범 발매 당시엔 큰 사랑을 받지 못했지만, 이후 각종 설문조사에서 1위에 올랐던 '그 겨울의 찻집'은 한 소절만 잠깐 맛보기로 불려지는 굴욕(?)을 당하기도 했다.
심지어 2000년대 들어 숨은 명곡에서 대표곡으로 급부상한 '이젠 그랬으면 좋겠네'조차 한 소절을 듣는 것으로 만족해야 했다.
대신 평소 자주 채택되지 않았던 '간양록'이 오랜만에 이번 공연의 세트리스트에 포함됐고, '슬픈 베아트리체'는 공연의 피날레를 장식하는 영광을 안았다. '바운스'와 '헬로'는 어느덧 고정 레퍼토리로 자리매김하는 모양새다.
그렇다고 실망하긴 이르다. 조용필은 과거 투어에서도 공연마다 세트리스트에 조금씩 변화를 주곤 했기 때문에 이번에 듣지 못한 곡들을 지방 공연에서는 들을 수 있을 전망이다.
서울 공연을 무사히 마친 조용필은 오는 19일 대구 월드컵경기장, 다음달 2일 광주 월드컵경기장, 9일 의정부 종합운동장에서 전국투어 콘서트를 이어간다.
©(주) 데일리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