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금감원, ‘소비자 보호’ 속내는 '동상이몽'
윤석헌, 금감원장 취임 첫 회의서 소비자 보호 강조…'경영혁신 TF'도 언급
최종구 "소비자보호에 역점 둔 조직개편 및 정책 발굴" 예고…부작용 우려
최종구 금융위원장과 윤석헌 금융감독원장이 연일 ‘소비자보호’에 목소리를 높이고 있지만 금융감독체계 개편을 놓고 본격적인 기싸움에 들어간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된다.
밖으로는 기관 간 공조를 통해 소비자 보호를 강화하겠다는 입장이지만 향후 본격화될 금융감독체계 개편을 앞두고 기관 간 대결 구도에 있어서 보다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겠다는 의도로 해석된다.
17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취임 일주일째인 윤석헌 금감원장은 15일 열린 취임 첫 간부회의에 참석해 소비자보호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나섰다. 윤석헌 원장은 이 자리에서 “감독기관의 신뢰성은 엄정하고 책임있는 업무 수행을 통해 형성된다”며 “유관기관과 원활히 소통하는 한편 금융소비자 보호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고 말했다.
윤 원장은 또 지난 4월부터 금감원이 자체적으로 가동하고 있는 ‘경영혁신 태스크포스(TF)’ 운영을 통한 내부 혁신 노력을 이어나갈 것을 당부하기도 했다. 전임자인 김기식 전 원장의 작품인 ‘경영혁신 TF’는 소비자 보호 기능 강화와 같은 금감원의 핵심적 기능이 더욱 효과적으로 작동할 수 있도록 인력과 조직을 효율화하는 방안을 모색하기 위한 취지로 현재 민병진 기획·경영 부원장보 지휘 아래 3개월 간의 일정으로 운영되고 있다.
최종구 금융위원장 역시 이에 질세라 ‘소비자보호’를 위한 고삐를 바짝 쥐고 있다. 최 위원장은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이르면 다음달 중 ‘소비자보호’에 역점을 둔 조직개편을 추진하겠다고 언급했다. 주요 현안들을 뒤로 하고 모두발언 서두에서부터 줄곧 ‘소비자보호’를 주창한 최 위원장은 “그동안 금융회사 중심의 업권별 조직체계를 유지하는 과정에서 소비자보호 업무를 적극적으로 추진하지 못한 측면이 있다”며 “금융시장 건전성과 관리 위주가 아닌 소비자보호 입장에서 총괄·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최 위원장은 이에 그치지 않고 소비자보호 강화를 위한 첫 주자로 보험업권을 직접 겨냥하기도 했다. 그는 “보험업권은 최근 불완전 판매비율이 점차 개선되고 있으나 아직까지 소비자 기대에 충분히 부응하지 못하는 상태”라며 “보험금 지급거절이나 축소지급 등 보험 관련 분쟁의 민원을 유발시키는 주된 원인을 찾아 개선하고 부적절한 보험상품은 판매중지까지도 검토해 소비자의 신뢰저하를 원천적으로 방지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기존 소비자보호 업무에 주력하던 금감원은 물론 정책당국인 금융위 역시 '소비자보호' 강화에 관심을 기울이면서 7년 이상 계류 상태에 머물러 있던 '금융소비자보호법’이 탄력을 받거나 그에 못지 않은 소비자보호정책이 마련될 수 있을 것이라는 청사진이 제시되고 있다. 최종구 위원장 역시 “소비자 보호 강화를 위해 위와 원간 공조를 강화해야 한다”고 언급한 바 있다.
그러나 이보다 더 큰 우려는 곳곳에 산적해 있다. 금융위와 금감원 두 기관이 나란히 소비자보호에 팔을 걷어부치면서 기관 간 소비자보호 업무가 중복되거나 자칫 금감원의 독립성이 침해될 수 있다는 것이다. 또 이같은 당국의 기조가 금융기관들의 업무 부담으로 직결되는 것은 물론 금융규제 강화와 맞물려 자칫 금융산업 활성화에도 제동을 걸 여지가 높다는 점에서 업권 내 우려가 커지는 양상이다.
아울러 앞으로 본격화될 금융감독체계 개편 논의를 의식한 당국의 선제적 포석이 아니겠느냐는 해석도 제기된다. 대통령 공약이기도 한 금융감독체계 개편안은 금융위가 갖고 있는 금융산업정책 수립 기능이 기재부로, 감독기능은 금감원에 이관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 과정에서 금융위는 해체 수순을 밟는 양상이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이번 소비자보호조직 신설 등에 대한 최 위원장의 언급은 정부 등에 향후 금융위 유지에 대한 당위성을 피력한 것으로 볼 수 있다"며 "이와 동시에 금융위 해체론까지 언급하는 등 개혁 성향의 금감원장에 맞서 금융위 내부 직원들을 다독이기 위한 차원으로도 볼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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