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인터뷰] 남주혁 "'안시성' 호평, 더 큰 부담…잠도 못 자"
영화 '안시성'서 사물 역
"작품마다 몰입하며 준비"
영화 '안시성'서 사물 역
"작품마다 몰입하며 준비"
"영화 속 사물이 성장하듯 저도 많이 배웠어요."
배우 남주혁(24)이 영화 '안시성'(감독 김광식)에 캐스팅됐다고 했을 때는 기대보다는 우려가 컸다. 하지만 남주혁은 우려를 '호평'으로 바꾸는, 어려운 일을 했다. 그가 맡은 사물이 영화에서 성장했듯, 남주혁도 영화를 통해 한 뼘 자랐다.
'안시성'은 안시성을 함락시키려는 당나라 50만 대군의 침략에 맞서 싸운 성주 양만춘과 고구려군의 88일간 치열했던 전투를 담아낸 초대형 사극 프로젝트다. 영화는 전투신을 화려하고 생생하게 담아내 언론의 호평을 얻었다.
남주혁은 연개소문의 비밀 지령을 받아 안시성에 침투하는 병사 사물로 분했다.
18일 서울 삼청동에서 만난 남주혁은 "영화를 두 번 봤다"며 "큰 스크린에서 내 모습을 보는 게 처음이라서 나밖에 안 보였다. 큰 화면에 내가 나오니깐 낯설기도 했고, 부족한 부분이 보였다"고 미소 지었다. 이어 "두 번째 볼 때는 영화 전체를 보려고 했다"며 "전쟁 영화를 좋아하는 관객의 입장에서 봤다"고 말했다.
영화는 220억 대작이다. 스크린에 첫 도전하는 남주혁에겐 여러모로 부담이 되는 작품이다. "부담감을 많이 느꼈는데 캐릭터가 매력적이었고, 소재도 마음에 들어서 선택했어요. 사물이란 캐릭터가 입체적이고, 감정의 폭이 넓어서 도전하고도 싶었어요."
2013년 2014 S/S 컬렉션 송지오(SONGZIO) 모델로 데뷔한 그는 이후 '후아유 - 학교 2015'(2015), '치즈인더트랩'(2016)을 통해 연기 경험을 쌓았다. tvN 예능 '삼시세끼'를 통해 예능감을 뽐냈고 SBS '달의 연인 - 보보경심 려'에 출연하며 연기 스펙트럼을 넓혔다. 이후 '역도요정 김복주(2017), '하백의 신부 2017) 등에서 로맨스를 보여주며 여심을 설레게 했다.
그간 드라마에서 주로 활동한 그는 "영화와 드라마 현장이 너무 달랐다"며 "영화 촬영할 때는 시간적 여유가 있어서 캐릭터를 준비할 시간이 많아서 좋았다"고 강조했다.
드라마 외에 영화 출연 제의를 받기도 했다는 그는 "'안시성'은 학창 시절 때 배운 역사라 공감이 되기도 했고, 재밌어 보여서 도전하게 됐다"면서 "영화의 시작과 끝을 함께하는 역할이라 긴장감과 부담감을 모두 느꼈다. 잘해야겠다는 생각뿐이었다"고 고백했다.
부담감에 휩싸인 남주혁에게 조인성, 배성우, 박병은 등 선배들은 든든한 버팀목이었다. 현장에 들어간 후부터는 좋은 선배들 덕에 긴장감과 부담감을 내려놓고 편하게 연기할 수 있었단다. 좋은 선배들을 만난 것 같아서 행복했다.
조인성은 남주혁을 두고 '집중력이 강한 배우'라고 평가했다. "연기를 처음 했을 때는 집중력이 깨질 때도 있었는데, 지금은 많이 괜찮아진 것 같아요. 대충 생각하고 작품에 임하는 성격이 아니다 보니깐 끝까지 잘 해내고 싶었어요."
전쟁 영화이다 보니 액션 연습은 필수였다. 액션 스쿨에 가서 연습에 매진했고, 말타기도 연습했다. 연습은 현장까지 이어졌다.
감정 변화를 겪는 캐릭터 표현도 숙제였다. 배우는 사물이라는 캐릭터를 어떻게 생각했을까. "사물은 학도병이에요. 무언가를 받아들이는 게 빠른 사람이고요. 처음엔 사물은 양만춘이 이기적일 거라고 예상했는데, 막상 양만춘을 보니 그가 많은 사람이 믿을 수 있는 성주라고 생각한 거죠."
다소 약해 보이는 사물은 '안시성'에서 양만춘 장군을 만나 성장했다. "소년에서 청년에서 성장해가는 느낌을 받았어요. 그런 느낌을 영화에서 보여주고 싶었죠. 특히 마지막 장면에서 사물이 새로운 모습으로 돌아왔을 때 어느 정도 성숙한 면모를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섬세한 감정 표현도 해야 했다. 눈앞에서 사람들이 죽어가는 모습을 보는 장면, 양만춘에게 칼을 겨눈 장면 등에서 다채로운 감정 연기는 필수였다. "장면 하나하나에 몰입하려고 해서 어렵지 않게 연기할 수 있었답니다. 선배들이 분위기를 편하게 이끌어 주셔서 긴장하지 않았어요."
CG 작업도 경험한 그는 "엄청난 당나라 대군을 상상해야 한다는 게 신기한 경험이었다"고 털어놨다.
첫 주연작으로 대작을 마친 소감도 남다를 듯하다. 스스로 칭찬하고 싶은 점을 물었다. "안 다치고 잘 마무리해서 좋았어요. 살짝 다친 부분도 있지만, 큰 뿌듯함도 느꼈어요. 주변에서 좋은 얘기들을 많이 들었는데 이게 더 부담됐어요. 칭찬을 들으니 '앞으로 더 잘해야 하는데'라는 부담감도 느껴요(웃음)."
남주혁은 또 "'안시성'을 찍으면서 배우나 사람으로서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배웠다"고 했다. "전 정말 부족한 사람이에요. 베테랑 선배들의 다양한 모습을 통해 '난 아직도 갇혀 있구나'라는 걸 느꼈죠. '아 저렇게도 할 수 있구나'라는 생각을 하며 시야도 넓어졌고요. 사람 남주혁으로서는 타인을 대하는 태도에 대해서 다시금 생각하게 됐어요. 선배들은 모든 스태프, 출연진을 다 챙기거든요."
현장에서 막내였던 그는 "다시 하고 싶은데 선뜻 말을 못 꺼냈을 때 인성이 형한테 물어봤다"며 "인성이 형이 감독님이 대신 말을 해줬다. 첫 장면으로 나오는 주필산 전투를 나 혼자 소화했는데, 인성이 형이 연락해서 너무 잘했다고 얘기해 주셔서 부담감을 내려놓고 자신 있게 연기할 수 있었다. 자신감이 없는 편인데 형들을 통해 자신감을 얻게 됐다"고 했다.
드라마를 처음 접하는 중, 장년 관객들은 추석 연휴 개봉하는 '안시성'을 통해 남주혁을 처음 접하게 된다. 그들에게 어떤 얼굴로 기억됐으면 할까. 배우는 "정말 모르겠다"며 환하게 웃었다. "정말 잘 모르겠어요. 좋은 모습으로 기억됐으면 하는데..."
개봉을 앞둔 그는 걱정이 앞선 모습이었다. "하루하루가 걱정돼요. 잠도 잘 못 드는 편이고요. 흥행은 잘 모르겠어요. 하나, 하나 알아가는 과정에 있어요.
모델 활동을 하던 그는 우연한 기회로 연기자의 길로 들어서게 됐다. 꿈을 가진 이후엔 더 큰 목표가 생겼단다. "다른 배우들이 즐겁게 연기하는 걸 보고 매력을 느꼈죠. 연기할 때 받는 느낌도 좋고요. 지금도 할 때마다 새로운 매력을 느껴요. 앞으로도 이 길을 나아가려고 해요."
남주혁은 그간 드라마들을 통해 호평과 질타를 동시에 받았다. 연기력 논란 때문이다. "작품을 시작할 때는 철저히 준비하자는 마음뿐이에요. 질타는 받아들여야죠. 제 잘못입니다(웃음)."
'안시성'을 통해 꿈꿨던 캐릭터를 하게 된 건 큰 축복이다. "해보고 싶었던 장르를 하게 됐잖아요. 성취감이 크죠. 근데 또 그거에 따른 부담감도 따라와요. 그래도 현장에 있을 때가 가장 기분이 좋답니다(웃음)."
20대 중반인 그는 남은 20대를 '연기 잘하는 배우'로 채우고 싶단다. "스물한 살 때 연기를 시작했어요. 전 노력을 해야 하는 사람이에요. 지금은 나아가고 있는 과정이에요. 배우 생활을 허투루 하고 싶지 않아서 준비하고 노력하고 있답니다."
©(주) 데일리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