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현 두번째 사퇴'에 '가처분 인용'까지…진흙탕 빠지는 국민의힘 공천

김민석 기자 (kms101@dailian.co.kr)

입력 2026.04.01 05:00  수정 2026.04.01 05:00

지선 공천 진행 중인데…이정현 전격 사퇴

'초대 전남광주 통합 시장 출마' 기정사실화

법원은 김영환 컷오프 효력정지 가처분 인용

당내 "지금이라도 공천 공정하게 다시 짜야"

이정현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장이 1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중앙당사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김영환 충북도지사에 대한 지방선거 공천 컷오프를 발표한 뒤 떠나고 있다.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이정현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장이 6·3 지방선거를 64일 앞두고 공천관리위원들과 함께 전격 사퇴했다. 경기지사를 제외한 대부분의 광역단체장 공천을 마무리 지은데다, 재보궐선거는 새 위원회를 꾸려 공천을 진행하기로 하면서다. 이와 함께 이정현 위원장은 전남광주특별시장 선거에 출마할 것으로 전망된다.


문제는 이정현 공관위에서 일으킨 공천 잡음 후폭풍이 여전히 당내를 휘감고 있다는 점이다. 법원이 김영환 충북도지사가 낸 컷오프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이면서 공천 잡음이 사법리스크로 확대되면서 당 운영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다는 지적에서다. 아울러 공관위가 약 1400만 인구의 경기지사 공천 역시 이렇다 할 결론조차 짓지 못한 만큼, 이 위원장의 퇴진이 무책임한 것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이 위원장은 31일 국민의힘 중앙당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위원장직 사퇴를 선언한 뒤 "경기지사를 제외한 광역단체장 공천과 50만명 이상 도시 공천이 거의 다 완료됐다. 공관위가 할 수 있는 일은 거의 마무리가 됐다"며 "당 지도부와 논의 끝에 재보궐선거는 새로 위원회를 구성해 새로운 사람을 채우는 방식으로 진행하도록 요청을 했기에 일괄 사퇴로 의견을 모았다"고 말했다.


이 위원장의 사퇴는 이번이 두 번째다. 앞서 이 위원장은 지난 13일 대구시장 후보자 중 현역·중진을 컷오프하려다 공관위원들의 반발에 부딪히자 위원장직을 사퇴했다가 이틀 만에 복귀했다. 이 위원장이 당시 복귀한 배경에는 '공천 전권'을 약속한 장 대표의 간절한 설득이 있었다.


하지만 이번엔 달랐다. 장동혁 대표는 이 위원장의 사퇴 사실이 알려지자마자 즉각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이 위원장의 결단을 존중한다. 그동안 국민 눈높이에 맞는 공천을 위해 애써준데 감사하다"며 "남은 지방선거와 보궐선거 공천은 별도의 공관위를 꾸려 신속하게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이처럼 이 위원장과 장 대표가 사전 교감을 통해 새 공관위를 출범시키겠단 계획을 내놓은 것을 두고 당내에선 엇갈린 시선들이 나온다. 특히 이 위원장이 전남광주 통합시장에 출마하겠단 의지를 피력했고, 이를 장 대표가 수락한 것이 전격 사퇴의 배경이란 분석이 나온다.


실제로 장 대표는 같은 페이스북 글에 "전남광주 초대 통합시장 선거 출마라는 헌신적인 결단에 대해서도 높이 평가한다"며 "전남광주는 물론 호남 선거 전체를 선두 지휘해 시너지를 내주기를 기대한다"고 밝히며, 이 위원장의 전남광주시장 출마를 기정사실화했다.


국민의힘 한 관계자는 "장 대표가 통제되지 않는 이 위원장 때문에 힘들어했다는 얘기가 있는 만큼, 이 위원장을 전남광주시장 공천을 주고 재보선 공천은 다른 사람에게 맡기면서 부드러운 연착륙을 연출하려 했던 것 같다"며 "공천으로 이목을 끌고 험지에 나간다는 이 위원장의 결단 역시 존중받을만 하다"고 평가했다.


김영환 충북도지사가 지난 1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중앙당사에서 지방선거 공천 컷오프와 관련해 입장을 밝히고 있다.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반대로 국민의힘 한 의원은 "무슨 의미에서 이런 초식을 짰는지 모르겠지만, 심판으로 뛰던 분이 플레이어가 된다는 걸 국민들이 쉽게 납득하실지 의문"이라며 "물론 험지이긴 하지만 공천과정에서 일부 지역들은 심하게 흔들어 놓고 이 위원장 본인이 쉽게 공천을 받는 모습이 나오면 당을 어떻게 보겠나"라고 토로했다.


장성철 공론센터소장은 이날 MBC 뉴스외전에 출연해 "(이 위원장이) 비겁한 모습을 보였다. 공천 논란이 끊임없이 계속되고 있지 않나. 대구시장도 뺏길 것이란 얘기가 돌 정도로 공천 관리가 엉망이 아니었나"라며 "지금 서울시장 경선도 남아 있고, 경기지사는 후보군을 구하지도 못했고 대구, 부산도 경선이 진행 중이다. 지금 된 게 없는데 무슨 할 일을 다 했나. 여러 비판을 많이 받으니 도망간 것"이라고 날을 세웠다.


더 큰 문제는 이정현 공관위가 공천 과정에서 일으킨 후폭풍이 여전히 당내에 충격파를 던지고 있단 것이다. 이 위원장이 혁신 공천을 내걸고 휘두른 컷오프 칼날에 희생 당한 일부 예비후보들이 법원에 신청한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이 대표적이다.


실제로 서울남부지방법원 제51민사부(재판장 권성수)는 이날 충북지사 후보 경선에서 컷오프 된 김영환 지사가 낸 컷오프 효력정지 가처분을 인용 결정을 내렸다. 국민의힘이 컷오프 과정에서 스스로 정한 당헌·당규를 위반했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 같은 결정이 나오자 충북지사 후보 내정설까지 돌았던 김수민 예비후보는 즉시 페이스북에 "추가 공모 절차 자체가 당규 위반이라는 법원의 판단으로 저의 국민의힘 후보 자격은 상실됐다"고 적었다. 사실상 예비후보직을 내려놓은 것이다. 일찌감치 예비후보직에서 사퇴한 조길형 전 충주시장과 윤희근 전 경찰청장에 이어 세 번째다.


김 지사가 던진 가처분 폭풍은 이제 시작일 것이란 전망이다. 포항시장 후보 경선에서 컷오프된 김병욱 전 의원과 대구시장 후보 공천에서 배제된 주호영 국회부의장도 법원에 효력정지 가처분을 신청했기 때문이다. 당 안팎에선 김 지사의 가처분이 인용되면서 김 전 의원과 주 부의장의 가처분 역시 받아들여질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이 같은 결정이 공천에 반영될지는 미지수다. 이날 사의를 밝힌 이 위원장이 앞서 "주 부의장의 가처분이 인용돼더라도 컷오프 번복은 없다"는 입장을 밝혔기 때문이다.


이에 당내 시선은 장동혁 지도부에게로 쏠리고 있다. '컷오프 유지' 입장을 낸 이 위원장이 공관위원장직에서 물러나면서 컷오프 결과를 경선에 반영할지 여부는 지도부의 손에 넘어갔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어서다. 주 부의장은 이날 장 대표에게 독대를 신청해 대구시장 공천을 바로 잡아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당내에선 결국 이 위원장의 공천 잡음이 당 전반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고 있다. 또 다른 국민의힘 의원은 가처분 인용에 대해 "이게 무슨 우스운 꼴이냐"라며 "얼마나 기준도 없고 절차도 안 지키면서 공천을 했으면 법원에서 컷오프에 제동을 거나. 공천에 대한 신뢰가 땅에 떨어지다 못해 지하실로 들어갔다"고 비판했다.


국민의힘 한 중진 의원도 "법원이 왜 이런 결정을 내렸는지를 처음부터 잘 뜯어 봐야 한다. 결국 그만큼 공천이 엉망이었단 이야기"라며 "민심도 호의적이지 않은 상황에 사법적인 판단까지 당에 불리하게 나오면서 진짜 갈데가 없어졌다. 지금이라도 공천 자체를 전면적으로 뜯어보고 공정하게 판을 다시 짤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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