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복귀 길 열렸지만 권력 구도 안착 녹록지 않아
"당 결정 따르겠다" 좁아진 선택지·교통정리 지연
계양을 김남준·연수갑 박남춘…보선 구도 복잡
더불어민주당으로 복당한 송영길 전 대표가 5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와의 면담을 위해 당대표실로 향하고 있다.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송영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사법 리스크를 털고 중앙 무대 복귀를 시도하고 있지만, 정치적 위상은 과거와는 확연히 달라진 모습이다. 무죄 확정과 복당으로 재기의 문은 다시 열렸지만, 정작 명심(明心)의 좌표 안에 다시 자리 잡는 일은 녹록지 않은 상황이다. 이재명 대통령의 '정치적 은인'이라는 서사 역시 현재의 권력구도에선 더는 결정적인 명분으로 작동하지 못하는 분위기다.
31일 정치권에 따르면 송 전 대표를 둘러싼 흐름은 전면 복귀 국면보다 '배치 대기' 상태에 가까운 양상이다. 복당까지는 이뤄졌지만 6·3 지방선거와 함께 치러질 국회의원 보궐선거에서 그를 어디에 앉힐지를 두고 당의 교통정리가 길어지고 있다.
인천 계양을에선 김남준 전 청와대 대변인과 송 전 대표 간 후보 정리가 좀처럼 이뤄지지 않고 있다. 박찬대 의원의 인천시장 출마로 공석이 될 인천 연수갑 역시 아직 뚜렷한 교통정리가 이뤄지지 않았다. 이 가운데 연수갑에선 박남춘 전 인천시장이 진즉 출마 채비에 들어간 상황이어서, 송 전 대표가 계양을에서 연수갑으로 방향을 틀더라도 곧바로 돌파구가 열리는 상황은 아니다.
정치권에선 송 전 대표가 무죄 확정 뒤 계양을 복귀 수순을 밟을 가능성을 높게 점쳤지만, 지난 2월 20일 송 전 대표의 복당 신청과 같은 날 김 전 대변인이 계양을 보선 출마를 위해 사직서를 내면서 구도는 단숨에 복잡해졌다. 연초 "무죄가 확정되면 국회로 돌아갈 생각"이라고 밝혔던 송 전 대표도 이후 정청래 민주당 대표를 만난 뒤에는 출마 지역을 특정하지 않은 채 "당의 결정을 따르겠다"는 입장을 내놓으며 한발 물러섰다.
계양을은 이재명 대통령의 취임으로 공석이 된 지역구이자, 누가 그 정치적 상징성을 이어받을지를 가늠하는 자리로 여겨진다. 지역 정가와 정치권 안팎에선 이번 보선을 단순한 보궐선거가 아니라, 이 대통령을 배출한 지역구를 물려받는 차기 주자를 가리는 승부로 보고 있다.
이런 점에서 계양을 공천에서 밀린다는 것은 단순한 후보 조정을 넘어, 이재명 체제의 정치적 계승 구도에서 일정 부분 거리를 두게 되는 장면으로 받아들여질 여지도 있다. 더군다나 김 전 대변인은 이 대통령이 성남시장으로 재직하던 시절부터 곁을 지켜온 최측근 인사로 꼽힌다.
송 전 대표 역시 복당 이후 존재감 부각에 나서는 모습이다. 송 전 대표는 이재명 정부의 성공과 실용정치를 뒷받침하겠다는 입장을 거듭 밝혀왔다. 이달 초에는 인천 계양에서 출판기념회를 열며 세를 과시하기도 했다.
박지원 민주당 의원은 지난 27일 YTN라디오 '뉴스명당'에서 최근 송 전 대표를 만난 사실을 언급하며 "어떻게 됐든 송 전 대표는 계양에서 5선을 했고, 인천시장을 했기 때문에 당에서 결정해 주는 대로 하겠다, 그러면서도 인천을 떠나지는 않겠다고 했다"고 전했다.
이어 "정청래 대표의 어깨가 무거워졌다. 잘 정리되리라고 본다”고 덧붙였다. 박 의원은 같은 인터뷰에서 송 전 대표의 연수갑 이동 가능성을 두고는 "연수 쪽에도 박남춘 전 시장이 생각을 하고 있고, 여러 가지로 움직이고 있다"며, 송 전 대표가 연수갑으로 우회하더라도 경쟁을 피할 수 없음을 시사하기도 했다.
이처럼 계양을과 연수갑 모두 만만치 않은 상황이라 송 전 대표의 선택지는 갈수록 좁아지는 모양새다. 공천 결과에 따라 향후 정치 행보 전반을 정리해야 하는 상황에 놓일 가능성도 있다.
그럼에도 송 전 대표는 과거 이 대통령의 정치적 재도전 과정에서 적지 않은 역할을 했던 인물이다. 그는 20대 대선 국면에서 민주당 대표로서 이재명 당시 후보의 지원 유세 전면에 섰다. 대선을 이틀 앞둔 2022년 3월 7일에는 서울 신촌 유세 도중 둔기 피습을 당하는 부상을 입기도 했다. 다만 민주당은 20대 대선에서 윤석열 전 대통령에게 패하며 정권 교체를 허용했다.
결정적 장면은 같은 해 6월 보궐선거에서 연출됐다. 송 전 대표는 자신의 5선 터전이었던 인천 계양을을 이 대통령에게 내어줬다. 20대 대선 패배 후 야인으로 남을 뻔했던 이 대통령은 송 전 대표가 터를 비워준 덕분에 원내 진입과 당권 장악의 발판을 마련할 수 있었다.
반면 송 전 대표는 서울시장 선거에 출마했지만 국민의힘 소속 오세훈 시장에게 밀려 낙선했다. 당시 지방선거는 대선 종료 후 불과 3개월 만에 치러진 데다 정권 교체 직후, 새 정부 출범 초기와 맞물려 민주당으로선 쉽지 않은 판세였다. 민주당에 전반적으로 불리한 구도였다는 점을 감안하면, 송 전 대표가 사실상 패색이 짙은 승부를 떠안은 셈이 됐다.
이후 이 대통령은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로 탄핵 정국이 열리며 치러진 21대 조기 대선에서 당선됐다. 송 전 대표는 2021년 민주당 전당대회 돈봉투 살포·불법 정치자금 수수 의혹으로 2023년 민주당을 탈당했다가, 3년여 만인 지난 2월 27일 복당했다. 앞서 2월 검찰이 항소심 무죄 판결에 상고하지 않으면서 사법적 굴레를 벗었고, 정치권 안팎에서는 그의 중앙정치 복귀 가능성이 제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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