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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탄난' 단일지도체제…한국당, 2년만에 집단지도체제 복귀?


입력 2018.10.10 02:00 수정 2018.10.08 20:33        정도원 기자

당 소속 정치인 1000명 "집단지도체제 찬성" 64.1%

단일지도체제, 지도부 중량감 약하고 分黨 야기

내년 2월 전당대회, 집단지도체제로 치러질 듯

당 정치인 1000명 "집단지도체제 찬성" 64.1%
단일지도체제, 지도부 중량감 약하고 分黨 야기
내년 2월 전당대회, 집단지도체제로 치러질 듯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최고위원이 지난 2014년 7·14 전당대회 직후 최고위원회의를 열고 있다. 당시 각 7선·6선의 서청원·이인제 최고위원과 잠재적 대권주자로 평가받던 김태호 최고위원 등이 함께 지도부에 입성해 지도부의 중량감이 높았다는 평가를 받는다. ⓒ데일리안

자유한국당이 국회의원·원외당협위원장 등을 대상으로 설문한 결과, 당의 지도체제로 '집단지도체제 복귀를 선호한다'는 응답이 높게 나타났다.

이러한 설문 결과는 지난 2016년 8·9 전당대회부터 채택됐던 단일성 지도체제 정치실험이 파탄으로 결론났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이에 따라 한국당은 비상대책위원회 체제에서 당헌·당규를 개정해 내년 2월 전당대회부터는 집단지도체제로 되돌아갈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당 정당개혁위원회에 따르면, 소속 의원과 원외당협위원장, 6·13 지방선거 출마 후보 등 10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집단지도체제 복귀를 찬성하는 비율이 64.1%로 압도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집단지도체제는 당대표와 최고위원의 구분 없이 전당대회에 출마해 최다득표자는 대표가 되고, 2위부터 통상 4~5위까지 최고위원이 돼서 함께 지도부를 구성하는 방식이다.

반면 단일성 지도체제는 대표와 최고위원을 처음부터 분리 입후보해 별도 경선을 통해 선출하는 방식이다.

이정현 새누리당 대표가 지난 2016년 8·9 전당대회에서 선출된 직후, 최고위원회의를 열고 있다. 조원진·이장우·강석호·최연혜 최고위원 등 원내 의원들로 지도부가 구성됐으나 선수(選數)나 대권·당권주자 여부 등에서 집단지도체제보다 지도부의 정치적 중량감이 약화됐다는 평가를 받는다. 또, 특정 계파 일색으로 지도부가 구성돼 결국 새누리당 분당이라는 파국의 단초를 놓았다는 분석도 나온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한국당은 전신 새누리당 시절, 2016년 4·13 총선을 앞두고 당시 김무성 대표와 친박계 최고위원들이 공천을 둘러싼 힘겨루기를 벌이면서 당무가 마비되자 이에 대한 반성적 고려에서 총선 직후 성립한 '김희옥 비대위'에서 당헌·당규를 개정, 그 해 8·9 전당대회부터 단일성 지도체제를 채택했다.

단일성 지도체제에서는 이정현·홍준표 대표가 배출됐으나, 애초의 취지를 전혀 살리지 못하고 단점만 노출됐다는 평가다. 한국당 관계자들은 ▲비민주적 리더십에 취약 ▲지도부의 중량감 감소 ▲비주류의 배제로 분당 리스크 증가 등을 단점으로 꼽았다.

단일성 지도체제가 되면서 한국당 지도부의 정치적 중량감은 눈에 띄게 떨어졌다.

집단지도체제였던 김무성 전 대표 시절에는 최고위원이 7선의 서청원 최고위원을 필두로 6선의 이인제 최고위원, 재선이지만 잠재적 대권주자로 평가받던 김태호 최고위원, 여성 재선 김을동 최고위원 등으로 구성됐다.

이것이 이정현 대표 체제로 접어들면서 3선의 조원진·강석호 최고위원, 재선의 이장우 최고위원, 초선 최연혜 여성최고위원 등으로 바뀌었다.

한국당 관계자는 "그나마 이정현 대표 때는 지도부가 원내(院內)이기라도 했다"며 "홍준표 대표 체제부터는 아예 류여해·이재만 최고위원 등 원외 인사들이 대거 들어오면서, 지도부에 힘이 실리지 않고 무게감이 없어졌으며 정치적으로도 정제되지 않은 발언들이 쏟아졌다"고 개탄했다.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가 지난해 7·3 전당대회에서 선출된 직후, 최고위원회의를 열고 있다. 류여해·이재만 최고위원 등 원외 인사들이 대거 입성해 지도부의 정치적 중량감이 너무 떨어졌다는 평가를 받았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비주류의 지도부 배제로 당내 갈등을 해소하는 방안이 별도 지도부 구성, 분당(分黨) 등 극단적인 방법밖에 남지 않게 된 것도 문제라는 분석이다.

한국당 관계자는 "친박 이정현 대표 체제에서도 집단지도체제였다면 당대표 경선 상대였던 주호영·정병국·김용태 의원 등 비박계 인사들도 지도부에 입성해서 목소리를 내고 서로 의견을 교환할 수 있었을 것"이라며 "단일성 지도체제가 돼서 비주류 인사들은 지도부에서 싹 배제되다보니 소통의 창구가 사라졌다"고 지적했다.

지도부에서 내몰린 비주류는 결국 비상시국회의라는 별도 지도부를 구성해서 각을 세우다, 마침내 새누리당 분당이라는 파국에 이르렀다. 이같은 과정은 홍준표 대표 시절에도 분당만 되지 않았을 뿐, 구당중진연석회의 구성을 통해 똑같이 반복됐다.

지난 2년간의 정치실험의 결과물이 이렇다보니, 집단지도체제 복귀를 통해 당 지도부의 정치적 중량감을 높이고 다양한 당내 세력의 언로를 보장해야 할 필요성이 이번 설문을 통해 분출됐다는 분석이다.

한국당 관계자는 "정진석·주호영·정우택·심재철·김진태 의원이나 황교안·이완구 전 국무총리, 오세훈 전 서울특별시장이나 김태호 전 경남도지사 등은 정치적 체급 때문에 최고위원 경선에는 나갈 수가 없고, 그렇다고 당대표 경선에서 1명만 남기고 다 '아웃'시키기에는 아까운 인재들"이라며 "집단지도체제를 통해 이분들을 최대한 포섭하면 지도부의 무게감이 더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정도원 기자 (united97@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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