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 만해?] 휴대폰 공개했다가…반전 재미 '완벽한 타인'
'역린' 이재규 감독 연출
이서진·유해진·조진웅 주연
영화 '완벽한 타인' 리뷰
이서진·유해진·조진웅 주연
"관계는 서로 다른 걸 인정하는 것에부터 시작한다."
영화 '완벽한 타인'은 누구나 공감하는 관계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끔 하는 영화다.
변호사 태수(유해진), 성형외과 의사 석호(조진웅), 레스토랑 사장 준모(이서진), 학교에서 잘려 백수가 된 영배(윤경호)는 속초 출신, 40년 지기 절친이다.
이들은 오랜만에 커플 모임을 한다. 태수의 아내이자 전업주부인 수현(염정아), 석호의 아내인 정신과 의사 예진(김지수), 준모의 아내이자 수의사 세경(송하윤) 등도 남편들을 따라나선다. 단, 이혼한 영배는 혼자다.
의사 부부이자 부유한 석호·예진의 집에 모인 이들은 서로 안부를 전하며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이끌어간다. 담소를 나누던 중 예진은 휴대폰을 이용한 게임을 제안한다. 각자의 휴대폰을 테이블 위에 올려두고 저녁 시간 동안 휴대폰으로 받는 모든 것들, 통화부터 문자와 이메일까지 공유하자고 한 것.
흔쾌히 게임을 시작하게 된 이들은 갈수록 예측불허한 상황에 당황해한다. 완벽하게 안다고 생각한 배우자, 친구들의 비밀이 하나둘씩 까발려지면서 관계는 파국으로 흐른다.
'완벽한 타인'은 우리 삶에서 떼려야 뗄 수 없는 휴대폰을 소재로 한 영화다. '내 휴대폰이 옆 사람에게 공개된다면?'이라는 상상이 기발하다.
영화는 이 신선한 아이디어를 재밌는 상황과 이야기로 요리했다. 전화벨이나 문자 소리가 울릴 때마다 그 휴대폰의 주인공의 사연에 집중하게 하고, 이후 몰랐던 비밀이 하나하나 밝혀지는 게 흥미롭다. 자신의 비밀의 들킬 때마다 당황해하는 배우들의 연기를 보는 재미도 있다. 테이블 위에서 하는 대화만으로도 115분이라는 상영 시간이 길게 느껴지지 않은 것도 이 때문이다.
비밀을 들키지 않으려 휴대폰을 바꾸는 장면, 전혀 예상치 못한 비밀이 나오는 장면이 순간순간 웃음을 자아낸다. 그러면서 이 영화는 관계에 대한 꽤 진중한 메시지를 전한다.
내가 잘 알고 있다고 믿었던 사람이 한순간에 완벽한 타인이 되는 상황, 앞에서는 칭찬하지만 뒤에서는 욕하는 인간관계 등이 공감을 자아낸다. 영화는 40년 지기 친구들의 사연을 통해 '상대방에 대해 모든 걸 알아야 하는 좋은 것일까', '상대방의 비밀을 알았을 때 어떻게 해야 할까'라는 물음도 던진다.
영화 자체는 재밌지만 결말에 대해선 호불호가 갈리겠다. 잘 달리다가 확 멈춘 듯한 기분이 든다.
'역린'을 만든 이재규 감독이 연출했다. 이 감독은 "그 어떤 나라보다 스마트폰이 발달한 나라가 한국"이라며 "삶의 일부분 같은 이야기를 통해 웃음과 위로를 드리려 한다"고 밝혔다.
이어 "휴대폰은 나를 잘 아는 친구이지만, 내 생활에 너무 밀착된 터라 조금은 휴대폰과 떨어져 살고 싶었다"며 "이 소재를 통해 우스꽝스럽지만, 생각하게 하는 이야기를 전하고 싶었다"고 덧붙였다.
결말에 대해선 "'아무리 친한 사이일지라도 모든 것을 속속들이 아는 게 과연 좋은 관계일까', '내가 투명인간이라서 모든 걸 다 알게 될 때 과연 좋을까'라는 생각을 한다"며 "관객들이 생각할 수 있는 여지가 있는 결말"이라고 말했다.
유해진은 이 영화에 대해 "쉼표, 물음표, 느낌표가 모두 있는 영화"라고 소개했다.
영화엔 배우들 외에도 이순재, 라미란, 조정석, 조달환, 진선규 등 배우들이 전화 속 목소리로 특별 출연했다.
10월 31일 개봉. 115분. 15세 관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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