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랜B 4-3-3 가동…효과 만족 수준?
전반 2골 몰아치며 막강한 공격력 과시
손발 안 맞은 후반에 2실점하며 불안 노출
벤투호가 파나마전에서 아쉽게 승리하지 못했지만 플랜B를 실험하며 나름의 소득을 얻었다.
파울루 벤투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대표팀은 16일 천안종합운동장에서 열린 파나마와의 평가전에서 2-2 무승부를 거뒀다.
이로써 벤투호는 출범 이후 4경기에서 2승 2무를 기록, 무패 행진을 내달렸다.
벤투 감독은 지난 12일 우루과이전과 비교해 5명의 선발 멤버를 바꿨다. 조현우, 김민재, 박주호, 황인범, 석현준이 베스트 11에 이름을 올렸다. 그리고 지금까지 4-2-3-1 포메이션으로 3경기를 소화했지만 이번 파나마전에서는 처음으로 4-3-3을 가동하며 눈길을 끌었다.
특히 미드필드 라인 구성이 흥미로웠다. 역삼각형 형태에서 꼭짓점 아래에 기성용을 배치하고, 바로 앞 선에는 공격력이 뛰어난 남태희와 황인범을 내세웠다. 다소 공격적일 수 있는 중원 조합이었지만 전반전에는 객관적으로 한국보다 열세인 파나마를 상대로 매우 효과적이었다.
한국은 빠른 기동성과 강한 전방 압박으로 주도권을 잡았다. 상대 진영에서 공격의 맥이 끊기더라도 순식간에 압박을 가하며 다시금 볼 소유권을 되찾으며 빠른 공격 전환을 시도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무엇보다 지난 3경기와 비교해 훨씬 역동적이고 속도감 있는 공격이 빛났다. 파나마 수비 배후 공간으로의 스루 패스와 민첩한 침투도 상당히 돋보였다.
전반 5분 선제골은 이러한 벤투 감독의 전술이 집약적으로 나타난 장면이었다. 압박을 통해 볼을 빼앗은 뒤 남태희, 황희찬의 패스를 거쳐 박주호의 마무리 슈팅으로 연결됐다.
수비형 미드필더로 나선 기성용은 빌드업의 시발점 역할을 충실히 수행했고, 측면 공간으로 한 치의 오차 없는 택배 패스로 공격을 전개했다. 남태희와 황인범은 위치에 구애받지 않고 폭넓은 움직임과 뛰어난 테크닉을 선보이며, 공격 2선의 연결 고리에 주력했다.
그리고 프리롤을 부여 받은 손흥민은 슛 욕심을 버리고, 이타적인 패스와 플레이메이킹에 치중하며 상대 수비의 견제를 벗겨냈다.
전반 33분에는 손흥민이 페널티 박스 안 좁은 공간에서 파나마 수비의 시선을 끈 뒤, 빈 공간에 있던 황인범이 자유롭게 슈팅할 수 있도록 어시스트를 기록했다.
하지만 이 모든 게 전반전 45분 한정이었다. 공격적인 4-3-3 전술이 주효했던 것과 달리 후반에는 다소 파괴력을 잃고 말았다. 공수 간격이 벌어지면서 중원에서의 매끄러운 패스 연결이 원활치 않았다. 후반 3분에는 남태희의 어이없는 백패스 미스로 인해 허무하게 동점골을 헌납했다.
결국 벤투 감독은 허리진의 안정감을 위해 후반 20분 정우영을 투입하며 플랜 A 4-2-3-1 포메이션으로 전환을 꾀했다. 또, 황의조와 문선민을 조커로 기용해 승리를 노렸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반전을 이끌어내는데 실패했다.
승리가 점쳐진 파나마전 무승부는 분명히 실망스러운 결과였다. 수비 상황에서 치명적인 실수를 또 다시 반복하는 등 여러 가지 문제점을 노출했다.
그동안 벤투 감독은 경기 내용과 결과 두 마리 토끼를 잡는 호평에도 불구하고 실험 대신 플랜 A를 고집하는 게 아니냐는 일부 지적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그래서 이번 파나마전은 실험에 조금 더 무게감을 두고, 플랜 B 찾기에 중점을 뒀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었던 경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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