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엑소가 방탄소년단을 밀어낸 이유?


입력 2018.12.27 08:25 수정 2018.12.27 08:25        하재근 문화평론가

<하재근의 이슈분석> 방송사가 팬덤의 팬심에 불을 지른 셈

<하재근의 이슈분석> 방송사가 팬덤의 팬심에 불을 지른 셈

ⓒSBS 화면 캡처

2018 SBS 가요대전에서 희한한 광경이 펼쳐졌다. 엔딩 무대를 방탄소년단이 아닌 엑소가 장식한 것이다. 방탄소년단은 올해 세계 최고 보이그룹으로 확실히 자리매김하면서 차원이 다른 성과를 거뒀다. 그런 방탄소년단이 엔딩 무대에서 밀려났다.

방송사 연말 가요시상식에 폭발적인 관심이 쏟아졌던 시절이 있었다. 그러나 공정성 논란이 해마다 벌어지면서 가요시상식이 가요 페스티벌 형태로 대체됐다. 이번 엑소의 엔딩 무대는 페스티벌 형태로 바꿨어도 공정성 논란에서 자유로울 수 없음을 보여줬다.

일반적으로 엔딩은 최고의 가수에게 주어지는 자리다. 그해 최고의 가수이거나, 아니면 아예 중견 국민스타급 가수를 서게 할 수도 있다. 엑소는 중견가수가 아니기 때문에 방탄소년단과 올해 최고의 가수 자리를 다퉈서 엔딩에 선 모양새다.

그래서 이상한 것이다. 올해의 최고는 당연히 방탄소년단이었다. 엑소의 엔딩 무대는 너무나 어색했다.

엑소가 방탄소년단을 밀어낼 수 있었던 이유가 무엇일까? 엑소의 소속사인 SM엔터테인먼트를 빼놓고 그 이유를 생각하긴 어려울 것이다. SM이라는 거대 기획사의 힘이 작용했을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방송사가 먼저 엑소의 엔딩을 제안했더라도, 방송사가 SM의 위세를 염두에 두고 내린 결정이었을 가능성이 있다.

‘공정’은 올해의 화두 중 하나였다. 지금까지 관행처럼 이루어졌던 일들도 공정에 어긋난다며 여러 권력자들이 곤욕을 치렀다. 평창 아이스하키 단일팀의 공정 논란엔 정권의 지지율이 출렁이기도 했다. 박항서 열풍이 한국에서 거세게 이는 것도 공정 화두와 연관이 있다. 이렇다 할 백이 없는 박항서 감독이 한국에선 냉대 받다가 해외에서 실력을 인정받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이것이 불공정한 ‘인맥 축구’에 대한 분노와 맞물려 박항서 신드롬에 불을 질렀다.

이럴 정도로 공정이란 가치에 예민한 시대인데, 방송이 대놓고 그 가치를 우습게 만드는 장면을 전 국민 앞에 내보인 것이다. 올해 세계적으로 최고 스타 반열에 오른 방탄소년단을 밀어내고 엑소를 엔딩 무대에 세우는 것으로 말이다. 사람들은 당연히 SM의 힘을 인식할 수밖에 없다.

알게 모르게 암묵적으로 대형기획사를 봐주는 방식이 아니라 국민이 다 보도록 드러내놓고 했다는 점이 특히 놀랍다. 방탄소년단을 엔딩 무대에서 밀어내는 것이 말도 안 된다는 것을 방송사 측은 알았을 것이다. 그래도 감행했다. 국민의 시선을 얼마나 우습게 생각한 것일까? 아무리 세계에서 혁혁한 성과를 거둬도 국내 기득권 시스템은 요지부동이라는 절망감도 안겼다.

이렇게까지 해서 과연 누구에게 이익이 될까? 엑소가 엔딩의 영예를 차지했다고 엑소의 위상이 더 올라가기라도 할까? 이번 일로 SM의 위세가 각인되면서 대형기획사를 향한 견제의 시선만 더 강화될 것이다. 엔딩 자리를 자의적으로 배치한 방송사도 신뢰성이 떨어졌다. 그야말로 모두에게 무익할 뿐인 무리한 조치였다.

방탄소년단의 팬덤이 뜨거운 것엔 그들이 대형기획사 출신이 아니란 점도 영향을 미쳤다. 힘없는 기획사의 흙수저 아이돌이라서 더 밀어주고 싶다는 것이다. 이번 엔딩사태는 그들이 흙수저 아이돌이라는 걸 새삼 일깨워줬다. 방송사가 팬덤의 팬심에 불을 지른 셈이다. 이런 일들이 생길수록 아미의 전투력은 강화될 것이다.

글/하재근 문화평론가

하재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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