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고급정보 지닌 인물, 미국이 관심가져…CIA 파견 가능성”
남한 망명시 껄끄러운 사안…파장 최소화 시킬듯
전문가 “고급정보 지닌 인물, 미국이 관심가져…CIA 파견 가능성”
남한 망명시 껄끄러운 사안…파장 최소화 시킬듯
조성길 이탈리아 주재 북한 대사대리가 현지에서 제3국으로의 망명을 신청한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한국으로 올 가능성은 낮다는 관측이 잇따른다.
전문가들은 현재 남북미 대화분위기에서 각 정부가 사안을 조용히 처리하면서 남북관계 및 한반도 비핵화 과정에 걸림돌이 되진 않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국회 정보위원회 더불어민주당 간사인 김민기 의원은 지난 3일 국가정보원으로부터 보고를 받고 “조 대사대리가 임기만료를 앞둔 지난해 11월 부인과 함께 공관을 이탈해 잠적했다”고 밝혔다.
조 대사대리는 유럽 지역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사치품을 밀수·공급하는 역할을 하던 인물로 어느 국가로 망명을 희망했는지는 아직 알려지지 않았다. 정부 당국자에 따르면 현재 한국에는 관련 신청이 없다.
남성욱 고려대 통일외교학부 교수는 1997년 장승길 이집트 주재 북한 대사가 미국으로 망명한 사례에 비춰 조 대사대리도 미국으로 향할 가능성이 높다고 봤다. 남 교수는 “당시 장승길 대사는 중동에 대한 미사일 판매의 총책이었다”며 “이만한 고급정보를 가진 인물은 미국이 데려가려고 나선다”고 말했다.
남 교수는 이어 “조 대사는 김 위원장 사치품 관련 총책이기 때문에 김 위원장이 무얼 구입하고 얼마를 쓰는지를 안다”며 “대북협상에서 도움이 될 정보를 지닌 인물인 만큼 이미 관심을 갖고 CIA를 파견해 보호체제를 작동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관측했다.
그러면서 “조 대사는 미국으로 넘어가 정보당국과 장기 인터뷰를 가지면서 정보가치가 있는지 없는지 파악될 것”이라며 “만약 정보가치가 없는 사람으로 평가되면 미 당국이 관심을 떼고, 나중에 한국으로 올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한 탈북민 출신 전문가는 태영호 전 주영국 대사관 공사가 2016년 보수정권 당시 망명한 사실을 짚으며, 현 남북관계 급진전이 한국으로의 망명을 망설이게 하는 심리적 압박이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 전문가는 “조 대사대리는 외국어도 잘하고 고급정보를 지녔으니 선택지가 폭넓은 인물”이라며 “태 전 공사가 국내에서 여러 활약을 하시긴 하지만, 조 대사 입장에서 보면 ‘나름 전 공사라는 인물을 정부가 소홀히 한다’는 생각을 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또다른 전문가는 “한국에 오면 외모는 비슷해 보여도 말투 등으로 오히려 노출이 금방 되고, 워낙 각계에서 관심을 가지는 탓에 신상을 숨기기도 어려울 것”이라며 “옛날에는 미국에 일종의 친북네트워크가 있었지만 지금은 그런 게 거의 없어 탈북자도 보통 아시아인으로 신분을 숨기고 자유롭게 살 수 있다”고 설명했다.
만약 조 대사대리가 한국으로 망명하면 남북관계에 껄끄러운 사안이 되기는 하지만 현 비핵화 국면을 흔들 사안으로 번지지는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탈북민 출신 전문가는 “본인이 오고 싶어 온다는데 자유민주국가인 한국이 어떻게 막을 수 있겠냐”며 “북한도 이러한 한국의 입장을 충분히 알고 그 사안을 붙잡으면 남북관계가 불가능한 것을 안다. 지금은 조용한 탈북여종업원 논란처럼 금방 지나갈 것이다”고 관측했다.
그러면서 “만약 조 대사대리가 한국에 와서 공개적인 활동을 하고 북한에 대한 불편한 발언을 지속하면 정부로서는 곤란한 것이 사실”이라며 “개인의 자유로운 공개 활동을 막을 수 없는 체제지만 남북관계가 이러니 최소화 해달라는 권유 정도는 할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남 교수는 “남북관계에 일부 부담이 되는 건 사실이다. 한국만은 안 오길 바랄 것”이라면서도 “미국으로 가더라도 남북미 모두 사안을 ‘로우키(low-key)’로 다루려고 할 것이다. 미국도 정보파악이 중요하지 북한을 자극하는 것은 그 다음 문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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