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수·폐기 명령 효력 정지로 고비 넘겼지만
공급계약 해지, 국가 지원금 환수, 추가 소송 잇따라
회수·폐기 명령 효력 정지로 고비 넘겼지만
공급계약 해지, 국가 지원금 환수, 추가 소송 잇따라
코오롱생명과학의 골관절염 유전자치료제 ‘인보사’의 회수·폐기 행정처분 명령 효력이 정지됐다. 수백억대의 재고를 사장시키는 최악의 사태는 피했지만, 법정공방이 장기화될 조짐이어서 낙관하기는 이르다.
대전지방법원 행정2부(성기권 부장판사)는 지난달 26일 코오롱생명과학이 대전지방식품의약품안전청을 상대로 인보사 회수·폐기 명령의 효력을 정지해달라고 낸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였다. 법원은 의약품 회수 폐기 명령 무효 확인 소송의 결과가 나오는 판결선고일로부터 30일이 되는 날까지 회수 폐기 명령의 효력을 정지한다고 밝혔다.
이번 법원 결정을 통해 코오롱은 인보사의 품목허가 취소가 법원에서 최종 확정 판결이 날 때까지 시간을 벌게 됐다.
코오롱생명과학의 충주공장에는 400억원 규모의 인보사 미사용분이 밀봉 상태로 보관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코오롱은 시중에 유통 중인 인보사뿐 아니라 공장에 쌓여 있는 재고까지 폐기하는 것은 향후 품목허가 취소 결정이 뒤집히거나 미국 임상이 재개돼 해외 판매가 다시 이뤄질 때 회사에 돌이킬 수 없는 손해를 끼친다고 주장해왔다.
◆불어나는 손해배상 소송…유동성 '비상'
인보사의 회수·폐기 위기는 막았지만 코오롱생명과학의 재무구조엔 빨간불이 켜진 상태다.
코오롱생명과학은 이미 2017년 이후 2년 연속 적자를 이어가고 55억원 수준이던 적자폭이 246억원으로 늘어났다. 인보사 등 바이오 사업에서 발생한 영업손실은 223억원으로, 매출액(73억원)을 훌쩍 뛰어넘었다.
실적 악화로 차입금은 2017년 386억원에서 지난해 521억원으로 늘었다. 올해에만 275억원의 시설자금 대출 원리금을 상환해야 한다.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은 348억원에 불과한데, 소액주주·투약환자·보험업계까지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한 상황이다. 지금까지 알려진 손해배상 규모만 700억원대로, 원고로 참여한 소송인원도 2900여명에 달한다.
설상가상으로 일본 파트너였던 미쓰비시타나베파마와 250억원 계약금 반환 소송도 벌이고 있다.
◆우려했던 공급계약 취소 소식에 '먹구름'
해외 제약사들과의 인보사 공급계약이 취소되는 것도 잠재적 손실 요인이다.
코오롱생명과학은 지난해 6월 홍콩 '중기 1호 국제 의료그룹'(Zhong JI 1 International Medical Group)과 체결한 169억원 규모의 인보사 공급계약이 해지됐다고 지난 24일 공시했다. 회사 측은 인보사의 유통·판매 중지에 따라 공급이 불가능해졌고 계약 상대방도 계약유지 의사가 없어 계약을 해지했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앞으로 이 같은 계약해지가 잇따를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코오롱생명과학은 이번에 해지된 홍콩 계약 외에도 ▲먼디파마 메디컬(인도네시아, 미얀마) 149억원 ▲먼디파마 메디컬(호주, 뉴질랜드) 40억원 ▲차이나 라이프 메디칼 센터(중국 하이난성) 1727억원 등 공급계약 3건의 계약을 체결한 상태다.
◆정부, 인보사 지원금 환수 추진
인보사 지원금을 환수하려는 정부의 압박도 강하다. 보건복지부는 인보사 개발과 관련해 코오롱생명과학에 3년간 지원한 연구개발(R&D) 지원금 82억원 중 최근 연도에 집행한 25억원 환수 절차를 밟고 있다.
3차 연도분 사업평가에서 최하등급인 '불량' 판정이 나왔기 때문이다. 성과 목표를 달성하지 못하거나 허위로 연구 자료를 제출한 부정행위가 드러나면 지원금을 환수할 수 있다.
보건복지부와 미래창조과학부(현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첨단바이오의약품 글로벌진출사업(2015~2018년) 명목으로 인보사에 82억1000만원을, 산업자원부는 바이오스타 프로젝트(2005~2009년)로 인보사에 52억원을 지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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