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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유정은 정말 살인자 아닌 피해자일까


입력 2019.08.23 08:20 수정 2019.08.23 07:23        하재근 문화평론가

<하재근의 이슈분석> 성적 학대 당한 피해자로 ‘학대 받은 여성’ 프레임

<하재근의 이슈분석> 성적 학대 당한 피해자로 ‘학대 받은 여성’ 프레임

지난 6월1일 오전 10시 32분쯤 충북 청주시의 한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제주동부경찰서 형사들에 의해 살인 등 혐의로 긴급체포되는 고유정의 모습.ⓒ연합뉴스 지난 6월1일 오전 10시 32분쯤 충북 청주시의 한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제주동부경찰서 형사들에 의해 살인 등 혐의로 긴급체포되는 고유정의 모습.ⓒ연합뉴스

고유정 측의 주장을 보면 고유정은 지금 살인 자체를 인정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전 남편의 성폭력을 방어하는 과정에서 전 남편이 상처를 입고 결과적으로 죽음을 맞이했지만 자신이 의도적으로 살해하진 않았다는 것이다.

똑같이 사람을 죽게 했어도 참작할 만한 동기가 있는 경우와 그렇지 않은 경우 사이엔 엄청난 형량 차이가 있다. ‘참작 동기 살인’으로 분류되면 3년~5년형까지도 가능한 반면 극단적 인명경시 살인으로 분류되면 무기징역 이상까지 가능하다. 수십 년의 형량 차이가 나는 것이다.

고유정은 자신이 전 남편의 성적 학대에 당한 피해자이니 참작할 사유가 크다고 주장한다. ‘학대 받은 여성’이라는 것이다.

잔혹한 사체 훼손에 대해선 현 남편을 이유로 댈 것으로 보인다. 고유정 측이 현 남편을 가정폭력으로 고소했다. 현 남편으로부터 그렇게 폭력을 당해 심신미약 상태에 빠져 두려움 속에서 전 남편의 시신을 훼손해 사건을 은폐하려 했다고 주장할 것으로 추정된다. 전 남편과 현 남편의 폭력에 시달린 여성으로 ‘남성 중심의 사회에서 여성은 일종의 인질 상태가 될 수밖에 없다’는 이론을 변론에 내세울 것으로 알려졌다.

가해자 피해자 프레임을 완전히 뒤집어 고유정이 ‘불쌍한 피해자’ 자리로 가려는 것이다. 여기에 설득력이 있을까?

고유정이 제주도에서 세척제 등을 산 직후에 지인들과 환하게 웃으며 치맥을 했다고 보도됐다. 고유정 주장대로 전 남편이 성적 학대 가해자라면, 전 남편을 법원의 명령에 의해 강제로 만나게 된 상황이 엄청난 스트레스이고 트라우마를 건드릴 일이다. 그런데 그렇게 밝은 표정이 나올까? 더구나 고유정은 ‘세상에서 가장 사랑하는 아들’이라며 모성애를 강조하는데, 그런 아들이 성적 학대자와 접촉할 판인데 웃음이 가능한가?

게다가 CCTV도 없는 펜션을 예약한 것이 고유정 자신이다. 고유정이 자식과 함께 남편을 만난다고 했을 때 일반적으로 나올 수 있는 동선이 아닌, 그들의 연고 지역에서 멀리 떨어진 곳의 펜션이라고 알려졌다. 아들과의 면접교섭은 더 열린 공간에서 하도록 해도 될 텐데 굳이 외딴 곳의 CCTV 없는 펜션에서 성적 학대자와 내밀한 시간을 가질 이유가 있을까? 전 남편의 차량이 따로 있는데도 고유정이 그 차량을 두고 자신의 차에 함께 타도록 해 펜션으로 데려갔다고 한다. 성적 학대자를 굳이 자기 차에 태울 이유가 있을까? 그러므로 전 남편에게 성적으로 학대당한 피해자라는 주장의 신빙성이 떨어진다.

현 남편의 가정폭력에 시달렸다는 주장도 의심스러운 부분이 있다. 고유정과 현 남편의 메시지 대화가 일부분 공개됐는데, 거기에 보면 고유정이 현 남편에게 자유롭게 분노를 터뜨리며 공격성을 표출한다. "갓 품은 아이도 못 지킨 주제에. 보란 듯이 네 자식 사진 걸어놓고 뿌듯하냐", “넌 죽어도 말이 안 통한다”, “다 죽이고 끝내겠다. 연락하지 말라” 이게 심신미약에 빠질 정도로 가정폭력을 당하고 있는 피해자가 가해자에게 보일 수 있는 태도일까?

고유정은 모성애 코드도 주장한다. ‘세상에서 가장 사랑하는 아들’이 있는 자리에서 살인할 리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고유정이 아들의 어린이집 원장과 통화 한 번 한 적 없다는 주장이 나왔다. 또 고유정은 당시 자신이 임신한 줄 알았다며, 임신한 상태에서 살인할 리 없다고 한다. 그런데 고유정은 졸피뎀을 자기가 복용하려고 샀고 실제로 복용했다고 주장하는데, 임신한 사람이 임의로 그런 약을 먹는단 말인가? 범행 직전 지인들과의 치맥도 임신한 모성애 강한 사람의 태도는 아니다.

이런 점들을 봤을 때 고유정이 모성애 가득한 연약한 사람으로 거듭된 남성폭력의 희생자여서 강력사건의 주인공이 됐다고 선뜻 믿기가 어렵다.

최근엔 수박에 대한 의혹도 보도됐다. 고유정은 수박을 썰다가 남편의 성폭력에 맞섰다고 했다. 그런데 경찰이 체포당시 고유정 차량에서 자른 흔적이 없는 수박을 발견했다는 것이다. 그러자 고유정 측은 재판에서 ‘수박을 씻다가 흉기를 휘둘렀다’고 말을 바꿨다고 한다.

이외에도 졸피뎀 검색한 이유가 버닝썬 사태 때문이라고 하는 등 이해하기 어려운 주장들이 더 있다. 버닝썬 사태 때 화제가 된 키워드는 졸피뎀이 아닌 물뽕이었다. 이러니 고유정의 신뢰성이 떨어지는 것이다. 만약 주장이 다 거짓말이라면, 그래서 거짓으로 고인에게 2차 가해까지 가하며 국민을 우롱하는 거라면 죄질이 더 안 좋아질 수 있다.

글/하재근 문화평론가

하재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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