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레임 바디의 탄탄함, 3.0 디젤 폭발적 파워는 '유지'
훤칠해진 외모, 안정적인 서스펜션, 첨단 안전·편의사양은 '진화'
프레임 바디의 탄탄함, 3.0 디젤 폭발적 파워는 '유지'
훤칠해진 외모, 안정적인 서스펜션, 첨단 안전·편의사양은 '진화'
모하비의 두 번째 페이스리프트(부분변경) 모델 ‘모하비 더 마스터’가 드디어 탄생했다. 2008년 1월 출시 이후 12년째 풀체인지(완전변경) 한 번 없었다는 점 때문에 ‘사골’이란 소리도 들리고, 미국서는 폼나는 신차 텔루라이드를 팔고 왜 우린 모하비로 뭉개느냐는 불만도 터져 나오지만 분명 수요층이 존재하니 기아차가 이같은 결정을 내렸을 것이다.
최근 인천 중구 영종도 네스트 호텔에서 열린 미디어 시승행사에서 모하비 더 마스터를 만나봤다. 시승코스는 영종도에서 인천공항고속도로와 서울 외곽순환도로를 거쳐 경기도 양주시 오랑주리를 오가는 왕복 170km 구간이었다.
‘도심형 SUV’라는 이름을 달고 나온 예쁘장하게 대패질을 해놓은 차들이 요즘 SUV 시장의 대세라지만 상자 두 개를 그대로 붙여 놓은 듯한 각지고 볼드한 매력을 선호하는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모하비는 절대 변절해서는 안 되는 마지막 보루다.
실제, 사전계약 개시 이후 11일 간 7000건의 예약이 몰렸다고 하고, 심지어 세 번째 모하비를 구매하는 이도 있었다고 하니(권혁호 기아차 부사장에 따르면) ‘모하비 마니아’층이 존재한다는 사실은 분명한 듯하다.
페이스리프트라고는 하지만 모하비 더 마스터의 인상은 확실히 바뀌었다. 기존 모델이 외모에 신경 안쓰는 상남자임을 증명이나 하듯 꾸밈없는 무미건조한 외모였다면 모하비 더 마스터는 상남자가 꽃미남 성형을 하고 BB크림도 바르고 멋진 선글라스까지 장착한 모습이다.
사실 이 디자인은 일찌감치 많은 이들로부터 호평을 받았었다. 지난 3월 서울모터쇼에서 많은 이들의 감탄을 자아냈던 디자인 콘셉트카 ‘모하비 마스터피스’의 외양을 그대로 가져왔다. 전면 그릴 사이사이에 세로로 박혀 있던 LED 라이트를 양산 차량에는 넣지 못하고 크롬 재질의 세로막대로 대체했을 뿐이다.
전면부 전체로 확대된 그릴과 그 사이에 큐브 형태의 램프를 박아 넣은 디자인은 과거의 얼굴은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파격적이다.
미래지향적이고 도시적 인상이지만 저걸 진흙탕에 박아 넣어도 크게 꺼림이 없겠다는 생각이 들 만큼 터프한 이미지는 유지하고 있다.
얼굴은 변했지만 몸통은 그대로다. 변화가 없음을 비꼬자는 게 아니다. 탄탄한 프레임 바디에 국내 유일의 3000cc 디젤엔진을 얹은 강력한 동력성능이 제공하는 터프한 퍼포먼스가 그대로라는 것이다.
이날 폭우가 내린 관계로 차를 한계까지 몰아붙여보진 못했지만 최고출력 260마력, 최대토크 57.1kgf·m의 V6 3.0 디젤 엔진과 8단 자동변속기가 제공하는 폭발적인 성능은 2t이 넘는 차체를 끌면서도 화려한 퍼포먼스를 보여줬다.
고속도로에서 주행모드를 ‘스포츠’로 전환하고 가속페달을 밟으니 평상시 모드인 ‘컴포트’에 비해 확연히 빠른 반응이 온다. 가솔린의 카랑카랑한 엔진음과는 확연히 다른, 투덕투덕거리는 듯한 디젤의 둔탁한 바리톤 음에서 묵직한 힘이 느껴진다.
주행 코스에는 양주시 가마골로의 와인딩 코스도 포함됐다. 급경사와 급커브가 어우러진 험로를 폭우 속에 주파하는 가혹한 환경이었지만 모하비 더 마스터는 거침이 없었다. 가파른 오르막길을 가볍게 오르고 물웅덩이를 헤치고 나가는 모습은 기존 모하비의 터프함 그대로였다.
변한 것도 있었다. 바로 서스펜션이다. 기존 모하비는 급회전 구간에서 다소 출렁이는 느낌이었으나 모하비 더 마스터는 땅을 움켜쥐고 탄탄하게 버텨줬다.
이번 페이스리프트를 통해 구동계 쪽에서 가장 큰 변화를 준 게 바로 서스펜션 구조 개선이다. 회사측은 후륜 쇼크업소버의 장착 각도를 직립으로 변경해 노면 접지력을 획기적으로 끌어올렸다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바디와 샤시를 연결하는 부위의 고무(바디 마운팅 부쉬)를 강화함으로써 주행 진동을 개선하고 후륜 충격을 줄여 승차감을 높였다고 한다.
일부 구간 뒷좌석에 앉아 보니 확실히 기존 모델보다는 승차감이 한결 나아졌다. 다만 프레임 바디 차체의 특성상 지상고가 높아서인지 진동을 완전히 잡아내지는 못한 느낌이다.
내장 디자인과 편의사양은 확실히 ‘새 차’의 맛을 느낄 만큼 고급화, 첨단화됐다. 시트는 고급 나파가죽으로 감쌌고, 센터페시아는 간결한 디자인의 버튼 배치로 한결 깔끔해졌다. 12.3인치 대형 클러스터와 내비게이션, 헤드업 디스플레이도 편리하다.
요즘 유행하는 각종 ADAS(첨단 운전자 보조 시스템)도 고루 갖췄다. 다만 비가 워낙 많이 내려 시야가 가리면서 대표적인 기능인 고속도로 주행보조(HDA), 차로 이탈방지 보조(LKA) 등은 제대로 테스트해보지 못했다.
연비는 8.5km/ℓ로, 표시 복합연비(4륜구동 기준 9.3km/ℓ)보다 다소 낮게 나왔다. 연료 소모가 심한 스포츠 모드를 주로 사용하고, 일부 구간에서 급가속이 있었던 점은 감안해야 될 것 같다.
표시연비가 구형(9.8km/ℓ)보다 다소 떨어지는 건 공차중량이 늘어났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모하비 더 마스터의 공차중량은 2250~2305kg으로, 구형(2115~2285kg)보다 한 사람 무게만큼 더 나간다. 각종 편의사양이 추가된 만큼 무게도 늘어났다.
시승 모델은 기존 모하비와 같은 2+3+2의 좌석배치를 갖춘 7인승이었지만, 이날 행사 현장에서는 2+2+2의 좌석 배치를 갖춘 6인승 모델도 볼 수 있었다.
팰리세이드와 같이 2열 좌석을 독립식으로 배치하고 개별 팔걸이까지 장착해 2열 좌석의 안락함이 7인승에 비해 한층 개선됐다. 2열 좌우 좌석 사이로 3열을 드나들 수 있는 공간이 생기면서 3열 승객이 ‘짐짝’ 취급을 받지 않아도 되게 됐다.
다만, 팰리세이드보다 전폭이 좁은 관계로 2열 좌우 좌석 사이의 공간이 그리 넓지는 않다. 또 3열은 2명(팰리세이드는 3명)만 앉을 수 있다.
모하비 더 마스터는 비록 완전한 신차는 아니지만, 기존 모하비 마니아층이 선호할 만한 볼드한 매력에 훨씬 더 세련되어진 외모와 조금 더 친절해진 내부공간, 그리고 최근의 트렌드를 반영한 각종 편의·안전장치들로 무장했다.
엔진의 변화가 없어 풀체인지라는 명칭을 사용하진 못했지만 상품성은 ‘사골’이라는 비난을 듣기엔 억울하다. 국내 시장에서 12년째 생을 이어갈 가치가 충분한 자동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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