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병원 거점 삼아 바이러스 대확산 경계 태세
중국 여행력 환자 출입제한 등 강경 조치
'우한폐렴(신종 코로나)'이 빠르게 확산되면서 병원들도 비상이다. 2015년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처럼 병원을 찾은 환자로 인해 바이러스가 급속히 번지는 최악의 사태가 재현될지도 모른다는 우려 때문이다.
중국 국가위생건강위원회에 따르면 27일 오후 8시 기준 우한 폐렴 확진자 2840명, 사망자 81명이 발생했다. 중국 최대 명절인 춘제 연휴를 거치면서 환자는 매일 수백명씩 늘어 대규모 인구이동으로 인한 전염병 확산 우려가 현실화된 셈이다. 중화권인 홍콩에서 8명, 마카오에서 6명, 대만에서도 5명의 확진자가 나왔다.
또 해외로 나간 중국인들이나 중국 방문객들로 인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가 세계 각지로 퍼지고 있다. 확진환자는 현재 태국이 8명으로 가장 많으며 미국·호주 각각 5명, 일본·싱가포르·말레이시아 각각 4명, 프랑스 3명, 한국 4명 등이다.
우리나라에서 우한폐렴 확진 환자가 나온 것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에 감염되고도 뚜렷한 증상이 나타나지 않은 '무증상' 잠복기 감염자들이 국내에 입국하면서다. 이들은 발열 등 초기 증상이 나타난 뒤에도 호텔에 투숙하거나 병원과 약국, 마트, 식당을 방문하는 등 외부 활동을 한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 26일 세 번째 확진자인 54세 한국인 남성과 27일 네 번째로 확진받은 55세 한국인 남성은 입국 당시 별다른 증상이 없어 공항 검역을 그대로 통과했으나 이후 발열 등 증상이 나타났다. 특히 네 번째 환자는 지난 20일 입국 후 21일 감기, 25일 고열(38도)로 두 차례 지역 병원을 방문했는데도 여기서 걸러지지 않았다.
네 번째 환자가 조사 대상 유증상자로 분류돼 국가지정입원치료병상에 격리된 건 26일이다. 21일 감기 증상이 나타난 뒤 6일가량 외부 생활을 계속한 것으로 나타나 직·간접 접촉자들에 대한 바이러스 확산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국내 방역망이 뚫리자 보건복지부는 박능후 장관을 본부장으로 하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 중앙사고수습본부’를 가동하고 감염병 위기 경보를 ‘주의’에서 ‘경계’로 높였다. 정부는 28일 0시부터 검역 대상 오염지역을 중국 후베이성 우한에서 중국 전역으로 지정했다.
메르스 사태 악몽 떠올리는 대형병원들
2015년 메르스 사태 당시 병원을 거점 삼아 바이러스가 거침없이 확산됐던 기억이 생생한 국내 대형병원들은 초긴장 상태다. 대형병원들은 설 연휴에도 비상회의를 열고 대응체제 마련에 나섰다.
메르스 환자가 대거 발생했던 삼성서울병원은 모든 병원 출입구마다 열 감지기를 설치하고 온도계로 발열 체크를 한다. 서울대병원 역시 열 감지 카메라를 설치하고 선별 진료소를 운영 중이다.
국내 3번째 우한폐렴 확진 환자를 격리 치료하고 있는 명지병원은 이미 지난 21일부터 비상대응본부를 마련하고 언론에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했다. 명지병원 측은 "명지병원은 2009년 신종플루와 2015년 메르스 발병 당시에도 우리나라에서 가장 대응을 잘한 병원으로 평가받아 정부로부터 표창까지 받았다"면서 "이러한 경험과 축적된 대응시스템을 통해 제2의 감염이 일체 발생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또 "우한폐렴 환자가 수용된 병상과 일반 병동과는 공기조차도 교류되지 않을 만큼 완벽하게 격리된 시설인 만큼 환자나 보호자들은 의료진들을 전적으로 신뢰해 달라"고 강조했다.
우한폐렴의 국내 확산을 막기 위해서는 전염성이 강한 '슈퍼 전파자'를 걸러내고 통제하는 것이 핵심일 것으로 보인다. 2015년 메르스 사태 때 환자 1명이 다수의 사람에게 바이러스를 전파하는 ‘슈퍼전파'를 이미 겪은 바 있다.
보건당국은 발열, 기침 등 호흡기 증상이 있는 사람과 접촉을 피해야 한다고 밝혔다. 손 씻기, 기침 예절, 마스크 쓰기 등 개인위생수칙을 준수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서울성모병원 관계자는 "원칙적으로 14일 이내에 중국을 방문한 사람은 병원 출입 자체를 제한하고 있고, 부득이하게 다른 질환으로 진료를 봐야 하는 중국 여행력이 있는 환자는 선별진료소를 별도로 밖에 두고 진료를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