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른미래 굴곡만큼 역사 깊은 비례 의원 수난사
무소속·평화·대안·안철수·호남·김한길 계파 나뉘어
안철수 전 의원의 탈당으로 바른미래당이 공중분해 위기에 처하면서, 당과 운명을 함께하는 비례대표 의원들의 운명도 안갯속에 빠졌다.
바른미래당 비례대표 의원들은 분당과 합당 등을 반복해온 당의 굴곡만큼이나 길고 복잡한 수난의 역사를 거쳐왔다.
바른미래당 전신인 국민의당은 2016년 총선에서 호남 의석을 석권하고 높은 정당 득표율(26.74%)로 원내 3당 교섭단체 지위를 획득했다. 높은 정당 득표율은 고스란히 비례대표 13명 대거 당선으로 이어졌다.
이후 국민의당은 분당과 통합을 거듭했다. 바른정당과의 통합 과정에서 호남계 의원들이 대거 탈당했고, 이후 바른정당계 의원들마저 바른미래당을 탈당했다. 그 결과 바른미래당은 비례대표 의원이 전체 의석수의 65%를 차지하는 정당이 됐다.
비례대표 의원들은 그 수만큼이나 계파도 많다. △무소속 △평화당 △대안신당 △안철수계 △호남계 △김한길계 등 최소 '6갈래'에 이르는 것으로 분석된다.
우선 바른미래당의 기형적인 비례대표 모습의 원조 격으로 '비례 4인방'(박선숙·박주현·이상돈·장정숙)이 있다.
이들은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의 통합을 반대했지만, 탈당하면 의원직을 상실해 어쩔 수 없이 바른미래당 당적을 유지해왔다. 의원직 유지를 위해 정당 선택권 보장을 강화하는 공직선거법 개정까지 추진했으나, 끝내 이뤄지지 않았다.
이들 4인방은 또다시 민주평화당에서 활동하는 '평화 비례'(박주현), 대안신당에서 활동하는 '대안 비례'(장정숙), 무소속으로 활동하는 '무소속 비례'(박선숙·이상돈)로 나뉘었다.
특히 박주현 의원과 장정숙 의원은 국민의당 분당 과정에서 이른바 '상상 탈당'을 했고, 현재 평화당과 대안신당에서 각각 수석대변인과 원내대표를 맡고 있다.
이들과 비슷한 사례가 '안철수계 6인방'(김삼화·김수민·김중로·신용현·이동섭·이태규)이다. 이들은 안 전 의원의 바른미래당 탈당과 함께 출당을 바라고 있지만, 손 대표의 반대가 예상된다.
출당이 허용되지 않는다면, 비례 4인방처럼 바른미래당 당적을 두고 안 전 의원이 창당하는 신당에서 활동할 것으로 예상된다. 출당이 아닌 탈당을 하면 의원직을 상실할 뿐 아니라 비례 명부상 다음 순번 후보자가 승계하게 되는데, 이는 손 대표가 바라는 시나리오이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 때문에 장정숙 의원은 우스갯소리로 "내가 안철수계 의원들의 롤모델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장 의원은 국민의당에서 한번 '상상 탈당'해 평화당에서 활동하고, 평화당에서 또 한번 '상상 탈당'해 대안신당에서 활동하고 있다.
비례 4인방이나 6인방과는 다소 결이 다른 '호남 비례'도 있다. 전남 여수갑 출마를 준비하는 최도자 의원이 대표적이다. 최 의원은 김관영·김동철·박주선·주승용 의원 등 호남 지역구 의원들과 행보를 같이 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때 손학규 대표의 측근으로 분류되면서 사무총장과 정책위의장을 역임했던 임재훈·채이배 의원도 있다. 이들은 최근 손 대표와 거리가 생긴 것으로 알려졌다.
채 의원은 28일 "손 대표와 안 전 대표에 실망했다"라며 정책위의장직을 사퇴했다. 이에 따라 채 의원은 '무소속 비례'로 분류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임 의원은 김한길계로 분류된다. 스스로 "나는 뼛속까지 김한길 측근"이라고 말할 정도다.
정치권 관계자는 "김한길 전 새정치민주연합 대표도 안철수 전 대표와 함께할 가능성이 높다"며 "그에 따라 임 의원의 행보가 달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