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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 경제 국내외 잇단 부정론에도…나 홀로 느긋한 한은


입력 2020.02.28 05:00 수정 2020.02.28 04:26        부광우 기자 (boo0731@dailian.co.kr)

성장률 전망 2.1%로 내렸지만…지난해보다 회복 관측 유지

코로나19에 시장선 1%대 위기론 '팽배'…낙관적 시각 우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27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한국은행

한국은행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COVID19·이하 코로나19) 사태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이 지난해보다 나아질 것이란 전망을 내놨다. 안팎에서 한국의 성장률이 1%대를 넘어 0%대까지 고꾸라질 수 있다는 부정론이 확산되고 있는 현실과 비교하면 크게 대비되는 관측이다. 이를 두고 한은이 위기를 직시하지 못한 채 홀로 느긋한 낙관론을 이어가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28일 금융권에 따르면 한은은 올해 첫 경제 전망을 통해 올해 우리나라의 국내총생산 성장률이 2.1%를 기록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지난해 석 달 전 내놓은 전망치인 2.3%보다 0.2%포인트 낮아진 수준이지만, 지난해 실제 성장률(2.0%)보다는 0.1%포인트 높은 수치다. 즉, 올해 우리나라 경제 상황이 지난해보다는 나을 것이란 예상이다. 이를 근거로 한은은 기준금리도 기존 1.25%를 유지하기로 했다.


이에 대해 한은은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 국면으로 이어지지 않는 시나리오를 기반으로 예측한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는 코로나19가 3월 정점을 이룬 후 진정세에 접어든다는 전제를 가정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국내 경제성장률 추이.ⓒ데일리안 부광우 기자

하지만 이 역시 코로나19로 위기감이 팽배한 시장의 분위기와 비교해 볼 때 괴리감이 상당하다는 해석이다. 국내외 연구기관들은 지금 여건만으로도 올해 한국이 1%대 경제성장률에 직면할 것이란 경고를 내놓고 있다. 특히 코로나19가 장기화할 경우 연간 0%대까지 성장률이 무너져 내릴 수 있다는 관측까지 나오면서 긴장감이 증폭되는 실정이다.


앞서 양대 글로벌 신용평가사인 무디스와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코로나19 역풍으로 인해 올해 우리나라의 경제성장률이 1%대로 추락할 것이란 예측을 내놨다. 이번 달 보고서를 통해 무디스는 기존 2.1%에서 1.9%로, S&P는 2.1%에서 1.6%로 각각 0.2%포인트와 0.5%포인트씩 한국의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낮춰 잡았다.


무디스는 코로나19로 중국의 경제활동에 심각한 타격이 오고, 그 악영향이 다른 주변 국가들까지 미칠 것이라고 내다봤다. S&P는 코로나19가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인구 이동, 공급망, 무역, 원자재 가격 등에 큰 타격을 주면서 한국은 인구 이동 감소와 공급망 차질로 경제성장률이 떨어질 것이라고 판단했다.


이보다 더 암울한 시선도 있다. 코로나19를 매듭짓기까지의 기간이 생각보다 길어지면 0%대 성장률까지 각오해야 할 것이란 경고다. 노무라증권은 중국의 봉쇄 조치가 이번 달 안에 끝나고 코로나19 확산이 중국 내로 제한된다는 시나리오 하에서 올해 우리나라의 경제성장률이 1.8%가 될 것으로 내다봤다. 하지만 해당 봉쇄 조치가 오는 4월 말까지 이어지면 1.3%로, 6월 말까지 계속되면 0.5%까지 성장률이 내려갈 것으로 전망했다.


아직 조심스럽지만 국내에서도 염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한국개발연구원은 얼마 전 발간한 경제동향 보고서에서 코로나19의 거시경제적 파급을 예단하긴 어렵지만 향후 경기에 대한 어느 정도의 부정적인 영향은 불가피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도 코로나19 장기화로 중국산 중간재 공급에 차질이 생기면 세계 주요국 중 우리나라가 두 번째로 큰 타격을 받을 것으로 봤다.


금융권 관계자는 "코로나19로 경제성장률 전망치 하향이 불가피할 것이란 예상 속에서 시장의 관심은 그 폭이 얼마나 될지에 쏠렸다"며 "한은도 이에 동조하는 판단을 내놨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지난해보다 경기가 회복될 것이란 결론에 동의하는 이들은 많지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


하지만 한은은 아직 코로나19에 따른 경제적 영향을 제대로 파악하기에 이른 시점인 만큼, 좀 더 상황을 지켜보겠다는 입장을 고수한 것으로 풀이된다. 올해 1분기도 않은 시점에서 자칫 경기 불안을 키울 수 있고, 거시경제 지표를 너무 자주 바꾼다는 지적도 나올 수 있어서다. 아울러 정부의 경제성장률 전망치인 2.4%와의 차이가 점점 더 벌어지고 있는 흐름도 부담이다.


아울러 성장률 전망을 빠르게 내리면 경기 부양을 위한 기준금리 인하 압박이 커질 수밖에 없다는 측면도 감안했을 것이란 분석도 제기된다. 이럴 경우 이미 지난해 사상 최저 수준까지 기준금리를 끌어내리면서 꿈틀거리고 있는 가계 빚에 기름을 붓는 형국이 될 수 있다. 저성장의 골이 깊어지는 상황에서 이미 천문학적으로 불어난 대출이 더 늘어난 경우 가계의 상환 여력은 크게 악화될 수 있다.


한은은 지난해 7월 1.75%에서 1.50%로, 같은 해 10월에는 1.50%에서 1.25%로 1년 새 두 차례에 걸쳐 기준금리를 내린 상태다. 이런 와중 가계 빚은 사상 처음으로 1600조원을 넘어섰다. 특히 지난해 1분기 3조2000억원까지 축소됐던 가계 빚 증가폭은 같은 해 2분기와 3분기에 각각 16조8000억원과 15조8000억원으로 늘더니, 4분기에는 27조6000억원을 기록하며 30조원에 육박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부동산 값을 잡기 위해 대출 억제를 주문하는 정부 정책은 한은의 경제 전망 보폭을 좁게 만들 수 있는 요인"이라면서도 "한은이 이를 지나치게 의식해 현실과 동떨어진 행보를 지속한다면, 중앙은행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오래된 비판이 다시 재현될 것"이라고 말했다.

부광우 기자 (boo0731@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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