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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눈] "내일도 3~4시간 '마스크 줄'을 서야 합니까"


입력 2020.03.04 07:00 수정 2020.03.04 05:51        최승근 기자 (csk3480@dailian.co.kr)

예측하기 어려운 마스크 수급 상황에 시민들만 골탕, 추락하는 정부 신뢰도

공적물량에 집중하다 보니 기존 유통망은 수급 불안

지난 2일 서울 종로구 서서울농협하나로마트 사직점에서 한 노인이 구입한 마스크를 손에 꼭 쥐고 있다.ⓒ데일리안

아침마다 전 국민이 농협과 우체국 앞에 줄을 서는 진풍경이 펼쳐지고 있다. 청년부터 중년층 그리고 노인에 이르기까지 간혹 엄마 아빠와 손을 잡고 나온 어린이들도 눈에 띈다. 특히 출근한 자식들을 대신해, 혹은 두 노부부가 번갈아 가며 줄을 서는 모습은 더 없이 짠한 풍경이 아닐 수 없다.


지난달 26일 정부가 수급 안정을 위해 하루 500만장의 마스크를 농협 하나로마트와 읍면 단위 우체국 등 공적판매처에 공급하겠다고 발표한 이후 나타난 현상이다.


마스크 불공정 거래 행위를 근절하기 위해 정부가 직접 공급에 나섰지만, 당초 좋은 의도에 비해 방법은 세련되지 못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먼저 제대로 된 정보가 전달되지 않으면서 시민들의 혼란은 더 가중됐다. 27일부터 본격적으로 공급하겠다는 약속은 28일을 지나 지난 주말에도 제대로 지켜지지 않았다. 마스크 한 장이 아쉬워 비를 맞아가며, 추운 아침부터 줄을 섰던 시민들은 분통을 터뜨렸다.


공적판매처 중 한 곳인 공영쇼핑의 가짜 마스크 사태도 시민들의 불안을 키웠다. 공영쇼핑이 자사 온라인몰을 통해 판매한 '한지 리필 마스크'가 'KIFA(한국원적외선협회) 인증'을 허위기재한 것으로 밝혀져 문제가 됐다.


공급 지연 사태에 가짜 뉴스 논란까지 더해지면서 여론이 악화되자 정부는 지난 2일 마스크 부족 사태에 대한 공식 사과 입장을 발표했다.


하지만 마스크 대란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사과 입장은 내놨지만 대안은 감감무소식이다. 정부 발표만 믿고 아침부터 줄을 서야 하는 시민들의 불편함과 분노도 여전하다.


특히 인터넷이나 모바일 등을 통해 새로운 정보에 대한 접촉이 어려운 노인들은 아침부터 농협과 우체국으로 출근 도장을 찍는 것 말고는 대안이 없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확산이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2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서서울농협하나로마트 사직점에서 시민들이 마스크를 구매하기 위해 줄을 서고 있다. ⓒ데일리안 류영주 기자

마스크가 매일 공급되더라도 판매처 별로 공급 날짜와 시간이 모두 제각각인 탓에 수시로 공적판매처를 방문해야 하는 점도 불편을 초래하고 있다. 시민들의 불안감을 누그러뜨리기 위해서는 마스크가 안정적으로 공급된다는 신뢰감을 줘야하는데 현재 상황은 한치 앞도 예상하기 어렵다.


장시간 줄을 서야 하는 불편함에 감염 우려까지 더해지면서 ‘마스크를 사러 갔다가 오히려 감염되겠다’는 조롱이 현실이 될 가능성도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공적물량을 우선적으로 채우다 보니 대형마트나 편의점으로 가야 할 물량이 줄었다는 불만도 나온다. 공적물량 공급으로 오히려 판매처가 줄면서 줄을 서야 하는 이유가 하나 더 늘게 된 것이다.


하루가 다르게 늘어만 가는 코로나 확진자 뉴스를 지켜보는 시민들에게 마스크는 의지할 수 있는 가장 큰 무기이자 방패다. 그래서 현재 벌어지고 있는 마스크 대란은 경제학에서 언급되는 단순 수요와 공급 법칙에 비해 훨씬 더 세심하고 조심스럽게 다뤄야 한다.


정부가 지금처럼 안이한 태도로 정책적 실기를 반복해서는 대란을 끝낼 수 없다. 정부의 불신에서 비롯된 혼란을 해소하고, 정부에 대한 믿음을 쌓아가는 데서부터 다시 시작해야 한다.


3월이 시작됐지만 이번 주는 꽃샘추위로 기온이 영하로 떨어진다고 한다. 아침부터 줄을 서기에 아직 날씨는 차다. 내일도 마스크 구매를 위해 3~4시간 씩 줄을 서야 하나.

최승근 기자 (csk3480@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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