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일 변동률 평균 0.91%…코로나19 이후 가장 높아
야간 거래서도 환율 변동성 ↑…지난 3일 1500원 넘기도
중동 정세에 환율 좌우…달러 강세 장기 화 1600원 가능성
지난 4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전광판에 실시간 원·달러 환율이 표시돼 있다.ⓒ연합뉴스
중동발 지정학적 리스크 확대로 원·달러 환율의 일일 변동성이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최대 수준으로 커지고 있다.
달러 강세 국면 속 원화 약세가 두드러지면서 환율이 상황에 따라 1600원선까지 치솟을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8일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에 따르면 이달 들어 6일까지 서울 외환시장 주간 거래(오전 9시~오후 3시30분) 기준 원·달러 환율의 일일 변동폭은 평균 13.2원으로 집계됐다.
과거 월별 일평균 변동 폭과 비교하면, 코로나19 공포가 고조됐던 지난 2020년 3월(13.8원) 이후 가장 컸다.
월별 일평균 변동폭이 10원을 넘은 경우도 드물다. 미국 관세 충격에 환율이 급등락했던 지난해 4월에도 9.7원에 그쳤다.
최근 변동률도 이례적으로 높은 수준이다. 이달 들어 6일까지 원 ·달러 환율의 일일 변동률은 평균 0.91%로, 지난 2020년 3월(1.12%) 이후 가장 높다.
지난해 12월 0.36%에서 올해 1월 0.45%, 2월 0.58%에 이어 석 달째 눈에 띄게 변동률이 높아지는 흐름을 이어왔다.
지정학적 리스크 확대로 주요 통화가 달러 대비 약세를 보이는 가운데, 원화는 여전히 '최약체' 수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달 들어 6일까지 원화 가치(한국 종가 기준)는 달러 대비 2.81% 하락했다.
같은 기간 유럽연합 유로(-1.69%), 호주 달러(-1.24%), 일본 엔화(-1.21%), 스위스 프랑(-1.02%), 영국 파운드(-0.84%), 중국 역외 위안(-0.81%) 등 주요 통화도 일제히 하락했지만 원화보다 낙폭은 제한적이었다.
이란 사태 이후 환율 변동성은 야간 거래(오후 3시30분~다음 날 새벽 2시)에서 큰 폭으로 확대되는 흐름이 반복됐다.
지난 3일엔 0시 22분 1505.8원까지 치솟아 글로벌 금융위기 때인 2009년 3월 12일(장중 최고 1,500.0원) 이후 처음 1500원을 넘어섰다.
야간 거래 참여자가 주간보다 많지 않고, 유동성도 상대적으로 풍부하지 않아 소규모 주문에도 환율이 크게 움직일 수 있다는 설명이다.
외환당국의 시장 개입이 주간보다 제한적인 점도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전문가들은 지난해 말 환율이 국내 수급 요인에 크게 좌우됐던 것과 달리 최근에는 달러인덱스 흐름 등 대외 변수의 영향이 커졌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이는 달러 강세 때는 원화 약세, 달러 약세 때는 원화 강세가 뚜렷하다는 의미로, 지난해 말 달러가 약세인데도 원화가 동시에 약세였던 상황과 다른 양상이다.
환율 방향성은 당분간 중동 정세에 좌우될 것으로 보인다. 국제유가가 급등하고 달러 강세가 이어질 경우 환율이 1600원대까지 오를 수 있지만, 사태가 조기에 수습되면 외환시장 역시 빠르게 안정을 찾을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환율이 오르면 수입품 가격이 뛰면서 결과적으로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끌어올리는 결과를 낳는다. 성장에도 하방 리스크로 작용할 수 있다. 고유가와 맞물릴 경우 부담은 더 커질 수 있다.
한은은 지난달 26일 경제전망에서 올해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을 2.0%,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2.2%로 각각 예상하면서 상반기 브렌트유 가격을 배럴당 65달러로 전제했으나, 이미 90달러를 훌쩍 넘긴 상황이다.
김웅 한은 부총재보는 지난 6일 물가상황 점검회의에서 "중동 상황에 영향을 받아 유가가 상승하면서 비용 측면에서 물가 상방 압력이 커졌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향후 물가 흐름은 유가 움직임에 크게 영향을 받을 것"이라며 "물가 상황을 면밀히 점검하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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