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약 취소 및 인도지연 사태 속출…차종별로 많게는 수백 대씩 발생
인기 차종 취소 대부분 다시 계약해 3월 물량에 반영돼...'착시효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에 따른 정부의 갑작스런 자동차 개별소비세 인하로 지난달 막바지 자동차 계약 고객들이 계약을 취소하거나 인도를 미룬 사태가 대거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3월 등록에 맞춰 다시 계약하는 경우가 대부분으로, 개소세 인하에 따른 경기부양 효과를 왜곡시키는 ‘착시효과’로 작용할 전망이다.
9일 완성차 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자동차를 계약했다 인도가 임박했거나 인도받은 고객들이 계약을 취소한 사례가 차종 별로 많게는 수백 대씩 발생하고 있다.
일부 업체에서는 영업 현장에서 개소세 인하 가능성이 높다는 소식이 전해진 27일부터 회사측에 차량 출고를 미뤄줄 것을 요청해 고객 인도 시점을 3월로 연기한 사례도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완성차 업체 한 관계자는 “구체적으로 계약 취소나 인도 연기 사례를 파악할 수는 없지만 개소세 인하 혜택 여부에 따라 가격이 100만원 이상 차이가 나기 때문에 지난달 막판 개소세 인하 소식이 알려지며 계약을 취소한 경우가 많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완성차 업체 관계자는 “인기 차종의 경우 수백 건이 취소됐는데 대부분 다시 계약해 3월 물량에 반영될 것”이라며 “심지어는 차량을 인도받아 임시번호판을 달고 운행하던 고객들도 취소한 뒤 다시 계약하는 사례가 속출했다”고 말했다.
정식 번호판을 달 경우 소유권이 개인에게 넘어가기 때문에 교환이나 환불이 까다롭지만(신차 구입 후 1년 내 중대한 하자가 3회, 일반 하자가 4회 발생한 경우 교환·환불 가능) 임시번호판 상태에서는 소유권이 사측에 남아있어 문제 발생시 계약 취소가 가능하다.
단 며칠 차이로 가격이 100만원 이상 차이 나는 상황인데 영업 현장에서 고객의 계약 취소 요구를 거절하긴 힘들었던 것으로 보인다.
업계에서는 완성차 5사만 모아도 이런 식의 등록 지연 사례가 수천 건에 달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는 결국 2월 판매물량 일부를 묵혀뒀다 3월에 한꺼번에 반영하는 상황으로 이어져 정부의 개소세 인하 정책이 경기 부양에 상당히 기여했다는 착시효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2월 완성차 5사 내수 판매는 8만1722대로 전년 동월 대비 무려 21.7%나 감소했다. 여기에는 코로나19에 따른 생산차질과 소비심리 위축 등의 요인도 있었지만 막판 개소세 인하 효과를 누리기 위한 인도지연 및 계약취소 물량도 상당한 것으로 분석된다.
역으로 3월 판매실적에는 개소세 인하에 따른 수요진작 효과에 더해 2월 지연됐던 수천 대의 물량이 더해지는 효과가 나타날 전망이다.
완성차 업체 한 관계자는 “영업 현장에서 개소세 인하 혜택을 받지 못한 고객들의 항의가 빗발치고 있다고 한다”면서 “정부의 일관성 없는 개소세 정책으로 영업 현장에서도 혼란이 크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