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카카오톡
블로그
페이스북
X
주소복사

정비사업 '클린수주' 안착될까…'공염불' 우려도


입력 2020.04.22 06:00 수정 2020.04.21 22:09        김희정 기자 (hjkim0510@dailian.co.kr)

국토부·서울시 재개발 사업장 합동조사 결과 발표

“불법행위한 재개발 조합·시공사 확실한 처벌 받아야”

한남3구역 재개발 사업지 모습. ⓒ뉴시스

“재개발·재건축 사업장 불법행위 잡아내고 검찰 수사 의뢰하면 뭐해요. 결국 솜방망이 처벌로 끝날텐데.” (서울시 A재개발 구역 조합원)


국토교통부와 서울특별시가 지난해 서울 재건축·재개발 사업지를 조사한 결과 법령 위반사항 162건을 적발해 이 중 18건을 사법기관에 수사의뢰하는 등 시정조치하겠다고 발표했지만, 일부 조합원들 사이에서는 강력한 처벌로 연결되지 않는다면 ‘공염불’이 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지난 21일 서울시 A재개발 구역의 한 조합원은 “총회 의결 없이 자금을 차입하거나, 자신들의 입맛에 맞는 용역업체와 계약하는 것 등은 전국 정비사업장에서 빈번하다”며 “정부의 이런 조사는 이전에도 여러 번 있었지만 사법처리 되는 경우는 거의 없어서 믿지 못하겠다”고 말했다.


서울시의 B재개발 구역의 조합원도 “조합장이 이사회 승인 없이 해외 출장을 갔고, 심지어 출장을 빙자한 여행이란 소문도 조합 내에 돌았다”며 “조합원 일부가 이에 대해 신고 했지만 법망을 요리조리 빠져나간 조합장을 처벌할 수 없었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정부에서 나서서 클린 정비사업장이나 클린수주를 구축하려는 노력들이 사업장 내에 경각심을 심어줄 것이라 믿는다”며 “말 뿐이 아니라 확실한 조사와 처벌로 조합원들의 재산권이 보호될 수 있게 힘써줬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국토부는 재정비 사업장에서 한남3구역 등에서 수주 과열 양상을 보이자 지난해 5월~7월 3차에 걸쳐 한국감정원, 변호사, 회계사 등과 함께 조합 운영실태 합동점검에 나섰다.


조사 결과 시공사 입찰 및 조합 운영 등에 관련된 법령 위반사항 162건을 적발했으며, 이 중 18건은 수사의뢰, 56건은 시정명령, 3건은 환수조치, 85건은 행정지도 조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국토부에 따르면 일부 조합은 예산으로 정한 사항 외에 조합원의 부담이 되는 계약을 총회의결 없이 체결하거나, 총회의사록·업체선정계약서·조합설립(변경)인가서 등 정보공개를 누락 및 지연시켰다. 조합장이 이사회 승인 없이 해외 출장을 다녀오고, 관련한 보고서를 미제출 한 건도 적발해 조합으로 여비를 환수조치할 계획이다.


시공사들의 입찰 관련 불법행위도 드러났다. 입찰 제안서에 스프링클러·발코니 이중창 등을 무상으로 제공하겠다고 하고 실제로는 공사비에 반영한 업체를 수사의뢰한다. 입찰 과정에서 실현 가능성이 작은 과도한 설계 변경을 제안한 건설사에 대해선 시정명령을 한다.


다만 일각에서는 그간 관행처럼 행해졌던 정비업계의 불법경쟁이 해결되고 클린수주가 시장에 정착되기 위해선 법적인 규제가 동반돼야 한다면서도, 정부의 과도한 규제가 계속되면 자유시장 경쟁체제를 해칠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한 대형건설사 관계자는 “2~3년 전 강남 재건축 수주전을 혼탁하게 치르고, 한남3구역 수주전을 계기로 ‘클린수주’ 바람이 불면서 재건축 사업장 분위기가 변하고 있다”며 “국토부와 서울시의 관리·감독 강화는 공정한 도시정비사업장을 만들기 위한 과정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다만 설계 등 지나친 제한규정이 많아지면 각 건설사의 특색이 사라지고, 천편일률적인 아파트로 지어질 수 밖에 없어 조합원 입장에서도 시공사의 장단점을 구별하기 어렵다”며 “건설사의 특화 기술이나 개성이 드러날 수 있게 어느 정도 규제를 완화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분양가상한제까지 시행되면 정비사업장은 더욱 위축될 것”이라며 “용적률 제한·안전진단 기준 강화 등 정비사업장을 옥죄고 있는 규제들을 완화해 숨구멍을 만들어 주는 것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희정 기자 (hjkim0510@dailian.co.kr)
기사 모아 보기 >
0
0
관련기사

댓글 0

0 / 150
  • 최신순
  • 찬성순
  • 반대순
0 개의 댓글 전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