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항공유 소비 16년 만에 최저 수준 추락
정유사 재고처리 고심…물량 밀어내기까지
‘하늘길 봉쇄’로 인해 국내 항공유 소비량이 크게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16년 만에 최저치로 재고마저 쌓이면서 국내 정유사들은 재고 관리 방안에 고심하고 있다.
27일 한국석유공사 석유 수급 통계에 따르면 지난달 국내 항공유 소비량은 113만8000배럴로 2004년 11월 75만1000배럴을 기록한 이래 가장 낮은 수준을 나타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항공기 운항이 멈추면서 항공유 또한 재고가 쌓이고 있다.
같은 기간 항공유 재고는 814만1000배럴로 통계 집계 역사상 두 번째로 높은 수준을 나타냈다. 항공업에서의 석유 소비량은 85만8000배럴로 전년 동기 대비 72% 줄었다.
하늘 뿐만 아니라 육상에서의 석유 소비도 일제히 줄었다. 휘발유 소비량은 전년 동기 대비 15.1%, 경유는 11.9% 줄었다.
수요 절벽이 심화되면서 정유사들은 재고 처리 방안에 고심하고 있다. 제품을 둘 저장탱크마저 가득 차면서 정부로부터 비축유시설을 빌려 석유를 방치하는 곳도 있다.
SK에너지의 경우 정부로부터 석유비축기지를 빌린 상태다. 하지만 언제까지고 저장고에 석유를 방치할 수 없어 고심하고 있다. 석유를 장시간 보관하게 될 경우 색이 변하는 등 품질 문제도 발생할 수 있다.
조경목 SK에너지 사장과 허세홍 GS칼텍스 사장, 강달호 현대오일뱅크 사장, 류열 에쓰오일 사장 등 국내 주요 4개 정유사 대표들은 지난 22일 종로구 무역보험공사에서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을 만나 관련 어려움을 호소하기도 했다.
항공유의 경우 색이 변해도 품질에는 이상이 없다는 게 정유업계의 설명이다. 그러나 고객이 문제를 제기할 수 있어 정유사마다 품질관리에 힘 쓰고 있다.
GS칼텍스 관계자는 “항공유 안전성 관리를 위해 30여개 이상의 규격을 적용해 품질관리를 엄격하게 하고 있다”며 “저온 안전성에 대한 각별한 관리를 시행하는 등 품질관리에 최선의 노력 중”이라고 말했다.
내수 시장이 붕괴되자 일부 업체의 경우 싱가포르 등을 중심으로 물량 밀어내기에 나섰다.
익명을 요구한 정유사 한 관계자는 “내수 판로가 심각하게 위축된 상황에 저장탱크도 한계치에 다다라 싱가포르 등을 중심으로 해외 트레이더들이 물량 밀어내기에 나서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정유사들의 지난달 수출 물량은 일제히 증가했다. 국내 정유업체의 석유제품 수출은 4768만6000배럴로 전년 동기 대비 23.1% 증가했다..
국내에서 출하된 석유 물량의 대부분은 중국과 싱가포르, 미국, 일본, 말레이시아 등에 공급된다. 싱가포르 시장의 경우 3월 물량은 전년 동기 대비 185% 증가했다.
다만 수출 물량이 늘어난 반면 이익은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3월 전체 석유 수출 금액은 전년 동기 대비 26.4%, 단가는 40.3%로 각각 감소했다..
정유업계는 27일 에쓰오일을 시작으로 1분기 실적 발표에 나설 예정인데 역대 최악의 실적이 감지된다.
기획재정부가 발표한 '주요 주력산업 최근 동향 및 대응방안'에 따르면 국내 주요 정유사는 코로나19로 올해 1분기 3조 이상의 영업적자를 볼 것으로 예측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