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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기획┃한계 넘는 아이돌②] 잘 되는 그룹엔 ‘자체제작’ 멤버가 있다?


입력 2020.05.06 09:59 수정 2020.05.06 15:16        박정선 기자 (composerjs@dailian.co.kr)

프로듀싱 가능 멤버 보유 그룹이 쓴 성공사례

"우리는 스스로 곡을 만든다"

ⓒ뉴시스 ⓒ뉴시스

가수들에게 제작 능력이 필수가 되는 건 아니다. 실제로 ‘실력파’ 가수로 불리는 이들 중에서도 작사·작곡에 참여하지 않고, 노래나 춤으로 승부하는 경우도 많다. ‘가수’는 노래를 부르는 일을 직업으로 하는 사람을 일컫는 말이다. 여기에 작사, 작곡, 편곡 등의 능력은 말 그대로 ‘옵션’일 뿐이다.


그런데 유독 아이돌 그룹에게 ‘입만 벙긋 하는 기계’라고 평가하며, 여러 능력을 요구하는 데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한때 댄스 위주의 아이돌 그룹이 격렬한 안무를 소화하기 위한 수단으로 립싱크를 하면서 가창력의 부재를 보여주고, 현저히 실력이 떨어지는 일부 가수들의 등장 때문이다. 실제로 노래 실력도, 춤 실력도 되지 않는 멤버들이 우후죽순 나오면서부터 이런 편견이 자리 잡게 됐다.


‘자체제작돌’은 이런 편견을 부수기 위한 하나의 방법이 되기도 하고, 팬덤의 지지도를 높이는 효과를 내기도 한다. 앞서 자체적으로 프로듀싱 능력을 갖춘 그룹, 혹은 그런 멤버를 보유한 그룹의 성공 사례들이 이를 증명한다.


대표적으로 지드래곤이 이끄는 빅뱅을 꼽을 수 있다. 지드래곤은 거의 대부분의 빅뱅 노래를 프로듀싱 했다. 물론 공동 작곡으로 작업을 하지만, 빅뱅의 음악에서 지드래곤이 갖는 비중은 절대적이었다. 뿐만 아니라 코디나 무대구성, 콘서트 디렉팅까지 참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지드래곤의 이런 능력은 빅뱅이 다른 아이돌과 차별화되는 가장 큰 이유로 꼽히기도 했다. 빅뱅의 첫 히트곡 ‘거짓말’부터 모든 타이틀곡 작사·작곡에 참여했고, 대부분 좋은 성적, 엄청난 상업적 성공으로 이어졌다. JTBC 인터뷰 당시 지드래곤은 손석희 앵커가 “지드래곤이 생각하는 빅뱅과 다른 아이돌의 차별점”에 대해 묻자 망설임 없이 “우리는 스스로 곡을 만든다”라고 말했다.


‘걸어 다니는 대기업’이라고 불리며 전 세계를 무대로 엄청난 팬덤을 이끌고 있는 방탄소년단의 중심에는 RM이 있다. 그는 방탄소년단이 꾸려지는 데 결적적인 계기가 된 멤버다. 그룹 내에서도 가장 많은 프로듀싱 및 작사를 겸하고 있는 멤버 중 한 명이다. 특히 2015년을 기점으로 앨범 수록곡 상당수 크레딧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RM, 슈가는 물론 멤버 대부분이 작사·작곡 능력을 갖추고 있을 정도로 음악적으로 성장했다는 평을 받는다.


그룹 블락비도 대부분의 곡들이 지코나 박경에 의해 자급자족된다. 이밖에도 지금은 팀에서 떠났지만 용준형이 소속되어 있었던 비스트(현 하이라이트), 비아이가 소속됐던 아이콘도 팀 내에서 프로듀싱 능력을 선보이며 그룹을 스타덤에 올려놓는 역할을 해냈다.


이들은 그룹 활동을 넘어서 개인의 역량을 키우면서 개인 활동으로도 두각을 드러낸다는 공통점이 있다. 실제로 이들은 대부분 그룹 활동과 함께 솔로로서도 성공적인 결과를 이끌어낸 바 있다. 이런 면에서 ‘자체제작돌’은 그룹의 내실이 강해지는 결과를 이끌어내기 때문에 팀의 생명력을 연장하는 결과로도 이어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현재 ‘자체제작돌’로 불리는 이들도 스스로의 역량은 물론, 한 팀의 구성원으로서 이런 지점을 염두에 두고 작업에 참여한다.


(여자)아이들 멤버 수진은 “작사·작곡과 프로듀싱을 직접 한다는 점이 우리 팀의 강점이다. 각자의 개성이 뚜렷한 6명이 모여서 다양한 매력을 보여줄 수 있다”고 말했다. 소연과 민니는 “우리가 하고 싶은 음악을 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너무 감사하고 행복한데, 그 음악으로 전 세계 팬들에게 사랑을 받을 수 있어서 더 감사하다”며 뿌듯한 마음을 보였다.


그러면서 소연은 “멤버들이 하고 싶고, 보여주고 싶은 것에 중점을 두고 작업한다. 그리고 아이들만 할 수 있는 것을 하자는 마음으로 늘 작업하고 있다”고 밝혔다. 민니 역시 “개인적으로는 그때그때 하고 싶은 것을 하는 편이고, 그렇지 않을 때는 억지로 하지 않는 편이다. 할 때는 제대로 한 번에 끝내는 스타일”이라며 “꾸준히 곡을 쓰고, 경험이 쌓이면 자연스럽게 실력 면에서도 더 성장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고 소신을 내비쳤다.


스트레이키즈 멤버 방찬 역시 “앨범의 콘셉트에 맞춰 곡을 만들기 위해 신경을 쓴다. 콘셉트는 하나지만 최대한 다양한 장르의 음악으로 이를 담아내려고 한다”고 말했고, 창빈은 “멤버별 색깔과 장점을 고려해 곡을 만들고, 팀의 구호와 이름에 걸맞게 새로운 무언가를 위해 항상 고민하고 연구한다”고 했다. 멤버 한도 “멤버 개개인이 표현할 수 있는 감정선을 최대한 살리는 걸 중점으로 둔다”고 각자 앨범 프로듀싱에 있어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지점을 밝혔다.


아이돌을 제작자 겸 작곡가로 활동하고 있는 한 관계자는 “아직까지도 간단한 멜로디 몇 줄 만드는 걸로 ‘공동작곡’에 이름을 올리는 아이돌이 꽤 있는 걸로 안다. 분명 좋은 홍보 수단이라는 점이 이런 지점에서 증명되는 셈이다. 그렇다 보니 ‘작곡 가능 멤버가 없는 그룹을 찾는 게 빠를 정도’라는 말이 나오기도 한다. 최근에는 겉치레가 아닌, 실제로 프로듀싱에 참여하면서 실력을 키운 멤버들이 팀을 성장궤도에 올려놓는 사례들이 많이 보이고 있다. 분명 상업적인 성공도 있지만, 이들과 같은 그룹이 꾸준히 나온다면 음악 시장의 전체적인 성장에도 도움을 줄 것”이라고 내다봤다.

박정선 기자 (composerjs@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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