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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인디그라운드⑨] 매번 쓰임을 달리하는 싱어송라이터 오지은의 무기


입력 2020.05.21 10:13 수정 2020.08.05 15:22        박정선 기자 (composerjs@dailian.co.kr)

정규3집 수록곡 '물고기', 7년 만에 다시 태어나

"올해 목표는 새로운 것 만들고, 지치지 않는 것"

ⓒJechi Koo

여러모로 오지은이라는 사람은 색깔이 분명하다. 처음 듣는 노래라도 ‘오지은 목소리’를 알아볼 정도로, 가사의 만듦새와 글에도 그녀만의 독특한 감성이 묻어난다.


아티스트에게 ‘색깔’은 중요한 무기임에 틀림없다. 오지은은 싱어송라이터로서 이를 활용할 줄 아는 사람이다. 가지고 있는 무기가 단단하다 보니 그가 내놓은 결과물들에서도 묘한 힘이 느껴진다.


더 놀라운 건 매번 그 쓰임을 달리 한다는 점이다. 지난 14일 발매한 신곡 ‘물고기’가 이를 증명한다. 오지은의 정규 3집 수록곡으로 실렸던 이 곡을, 스스로 재편곡함으로써 무기를 영리하게 변주, 활용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


- 새 앨범 ‘물고기’ 발매 쇼케이스를 앞두고 있는데요.


기다려주셨던 분들께 새롭게 들려줄 것이 생겼다는 것이 우선 기쁩니다. ‘물고기’와 ‘룸비니’는 연말 공연에서 반응이 좋았던 노래들인데 못 들었던 분들께도 이번 쇼케이스에서 들려드릴 수 있게 되어 또 기쁘고요.


- 지난달 ‘룸비니’에 이어 이번 달에는 ‘물고기’를 새롭게 내놓았습니다. 매달 14일 이와 같은 형태의 싱글을 꾸준히 선보일 예정인가요?


사실 2013년 5월 14일에 3집을 냈어요. 7년이 지난 2020년 5월 14일에 새로운 ‘물고기’를 내자는 생각을 작년에 하고 작업을 그때 시작했어요. ‘룸비니’는 그보다 한 달 빠르게 먼저 냈고요. 다음 달부터는 한동안 없습니다. 하하.


- 특별히 ‘물고기’여야 했던 이유는요?


새로워질 수 있는 노래라고 생각했어요. 3집의 타이틀곡 ‘고작’은 그 모습 그대로의 온전함이 있거든요. 그런데 ‘물고기’는 2013년의 버전도 너무너무 좋아하지만 2020년 버전으로 새로운 걸 만들어낼 수 있다는 여지가 보였다고 할까요. 그리고 남자와 여자의 사랑만이 다가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고 싶기도 했고요.


ⓒ유어썸머

- 2013년엔 이이언 씨, 이번엔 안다영 씨와 함께 했네요.


안다영 씨는 아주 훌륭한 뮤지션이에요. 벌써 같이 작업한지 3년이나 되었다고 하더라고요. 아주 파워풀한 연주를 하는 사람이라 제가 힘을 많이 받습니다. ‘물고기’를 같이 하게 된 것도 그녀에게 서늘하지만 기운찬 연하의 에너지 같은 것이 있어서 듀엣을 하면 재미있겠다 싶어서 제안했어요.


- 새롭게 태어난 ‘물고기’에 대한 설명도 부탁합니다.


2013년에는 절제를 가장 키워드로 생각했던 것 같아요. 드러내지 못하는 마음이 주제였고 신윤철 씨의 기타 연주가 대신 그 에너지를 우아하게 표현해 주는…. 2020년은 베이스도 나오고 드럼도 나오고 여러 가지 측면에서 훨씬 적나라하죠. 악기가 작은 부분과 많은 부분의 차이가 커서 믹스할 때 엔지니어가 오래 고생을 했습니다.


- 전주도 대폭 짧아졌어요.


2013년 곡은 의도한 건 아니지만 좀 대곡이었어요. 전주만 아마 3분인가 그랬을 거예요. 최고의 연주자들을 모셨으니까 마음껏 쏟아내세요! 하는 마음도 있었고요. 2020년은 좀 더 보컬에 집중시키고 싶었어요. 좀 더 콤팩트한 노래로 만들고 싶은 생각도 있었고요. 마음을 빨리 꺼내고 싶은 욕심 같은 게 있었을 지도요.


- 오지은 씨의 보컬 색도 달라진 듯 느끼집니다.


이루어지지 못하는 사랑, 애절한 사랑에 대해서 생각하는 방식 표현하는 방식이 바뀌었을지도 모르겠어요. 그때는 좀 아슬아슬하고 말랑하게 불렀던 것 같아요. 그게 최선이라고 생각했는데 지금은 다른 표현 방식, 그러니까 마음은 무너지는데 표정은 변하지 않으려는 그런 감성 있잖아요! 그걸 표현하고 싶어요. 그리고 아마 화자가 연상녀(하하)라서 그런 것도 있었을 지도요! 좀 굳건하게 부르게 되더라고요.


- 화자가 바뀌면서 곡의 질감도 달라진 것 같습니다.


제 마음속에서는 아기 호랑이 같은 연하와 냉철한 연상의 사랑 노래가 되었는데요, 농담 삼아서 한 말로 예전 ‘물고기’의 화자들이 손가락 끝도 스치지 않았을 두 사람이라면 이번 두 사람은 벽치고 막 소리 지르고 막 끝까지 간 그런 두 사람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어요. 곡의 질감도 예전 곡이 차가운 어항 속에 두 마리 물고기가 있다면 이번 곡은 커다란 수조 또는 바닷 속에 있는 것 같은 느낌! 커다란 바다에 휩쓸린 황망한 느낌으로 믹스를 해달라고 했던 것이 기억나네요.


- 대중들의 어떤 반응을 기대하실까요?


사랑 때문에 숨이 턱턱 막힐 것 같은 시간이 있었던 사람, 그런 시간을 보내는 사람들이 이 노래를 들어준다면 정말 기쁠 것 같아요. 그런 체험이 없었는데도 그런 기분이 들면 더할 나위 없이 기쁘고요. 이 노래 때문에 미쳐버리겠다, 그런 반응이 제일 기쁘네요. 하하.


- 편곡에 영향을 준 대상이 있나요?


지금 호흡을 맞추고 있는 연주인들이 좋은 아이디어를 너무 많이 꺼내줬어요. 전 방향만 잡으면 되고 그들의 재능이 꺼내주는 연주를 고르기만 하면 되는 입장이라 행복했죠. ‘적당히 이 정도면 되겠지’하고 연주하는 사람이 단 한 명도 없었어요.


ⓒ유어썸머

- 오지은 씨의 가사집을 소유(?)하고 싶어 하는 팬들이 있을 정도인데요. 어떤 부분에 중점을 두고 작업하는지 궁금합니다.


작업에서 가장 중점을 두는 부분은 처음에 가사 덩어리를 꺼낼 때 최대한 손상 없이 빨리 꺼낼 수 있도록 노력하는 것. 그 다음 살을 붙이거나 빼거나 바꾸거나 하지만 처음의 그 원시적인 과정을 최대한 보호하고 싶은 마음이 있어요. 설명할 수 없는 이상한 과정이거든요 사실. 상당히 비이성적이고 비논리적인 과정이라 언제 못하게 될지 모른다는 단점이 있지만요. 제가 질문을 잘못 이해했는지도 모르겠네요. 가사를 쓸 때 가장 많이 영향을 주는 것은 ‘내가 지금 무엇을 가장 말하고 싶은가’입니다. 다듬을 땐 멜로디와의 화합을 제일 많이 생각하고요.


- 정규앨범도 기다려집니다. 언제쯤 들을 수 있을까요?


내년에 낼 수 있다면 정말 기쁠 것 같아요. 그런데 아직 4집에서 가장 하고 싶은 말의 중심 줄기를 잡지 못했어요. 아마도 책을 다 쓰고 나서야 실마리가 보이겠죠.(올해 하반기에는 쓰던 책을 마무리 지을 예정입니다)


- 이번에 나오는 책은 어떤 내용인가요?


3년 전에 쓰던 원고에 덧붙여서 계획하고 있는 책이 있는데요, 편지글이에요.


- SNS를 통해 꾸준히 목소리를 들려주셔서 팬들의 갈증(?)을 해소해주시는 것 같습니다.


저는 트위터가 너무 재미있어요. 그리고 사람들의 생각이 끊임없이 궁금해요. 다들 많이 뭔가 얘기해 줬으면 좋겠어요. 요즘 좋아하는 게 뭔지, 뭘 먹었는지, 마음은 어떤지, 무엇이 허무한지, 그러다 보니 저도 제 얘기를 많이 하게 되는 것 같아요. 내가 듣고 싶은 얘기를 하게 되는? 예전에 김연수 작가가 ‘마음에 구멍이 뚫린 도넛 같은 사람’에 대한 글을 썼는데 저도 도넛맨인가 봐요. 계속 허해요. 그리고 그런 제가 싫지 않아요.


- 최근 오지은 씨의 흥미를 자극하는 것들이 있다면요?


요즘 양치질을 할 때 홈쇼핑 채널을 틀어놓고 하는데요. 저는 쇼핑 호스트들의 그 에너지가 너무 신기하고 멋져 보여요. 세계 최고의 제품을 지금 보여주고 있다는 텐션으로 말을 하잖아요. 그래서 보는 저도 이를 굉장히 열심히 닦게 됩니다. 그 외에는 역시 한국 페미니즘의 흐름 아닐까요.


- 올해 목표로 세워둔 것들이 있다면 들려주세요.


공연은 코로나의 시대라서 무엇 하나 약속할 수 없지만 작은 곳에서 길게 해보고 싶다는 생각은 하고 있어요. 아무래도 올해의 목표는 ‘생존’인 것 같네요. 인디 뮤지션의 수명은 참 짧아요. 아무래도 새로운 것들을 찾는 예민한 사람들이 리스너 중에 많아서일까요. 다른 예술계도 마찬가지일지도 모르겠네요. 새로운 것을 만드는 것, 지치지 않고 버티는 것, 그 두 가지가 목표입니다.

박정선 기자 (composerjs@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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