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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위기' 문화계는] 강효미 영화마케팅협회장 "끝날지 모르는 불황, 인력 이탈 막아야"


입력 2020.06.02 10:09 수정 2020.06.02 19:31        부수정 기자 (sjboo71@dailian.co.kr)

매출 0인데도 업무, 회사 운영 막막

위기 대응 매뉴얼 만들어 피해 줄여야

<코로나19 사태로 문화계 전반이 초토화됐다. 이에 데일리안은 가요, 공연, 영화 등 각 분야별 대표 관계자들의 목소리를 통해 현안 진단과 코로나19 이후의 계획을 들어보고자 한다>

강효미 한국영화마케팅사협회 대표.ⓒ강효미 강효미 한국영화마케팅사협회 대표.ⓒ강효미

"개봉하는 영화가 없어도 직원들은 쉬지 않아요. 오히려 일이 더 늘어나거든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로 극장에 신작이 전무하면서 영화관은 텅 비었다. 개봉하는 영화는 없지만 작품을 알리는 홍보·마케팅사의 일은 멈추지 않는다. 개봉일이 밀리면서 홍보 문구나 예고편 등을 변경해야 하기 때문이다.


홍보·마케팅사는 영화 계약 당시 50%의 비용을 받고, 개봉 후 한 두 달 뒤에 잔금을 받는다. 하지만 코로나19 사태 이후에 극장에 걸리는 영화가 사라지면서 매출은 '0' 이다.


최근 광화문에서 만난 한국영화마케팅협회 강효미 회장은 "매출은 바닥인데 인건비와 사무실 임대료를 내야 하니 타격이 크다"며 "이런 불황이 단기전이라면 버티겠는데, 언제 끝날지 모르지 않느냐. 불확실한 상황에서도 일을 해야 부분이 가장 힘들다"고 토로했다.


문제는 하반기다. 상반기에 개봉을 못 한 영화들이 여름 시즌이나 하반기에 밀리면 포화 상태가 된다. 이런 상황이면 마케팅을 포기해야 하는 작품이 나올 수 밖에 없다. 기계가 아닌 사람이 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82년생 김지영'(2019), '베테랑'(2015), '명량'(2014), '변호인'(2013), '광해, 왕이 된 남자'(2012), '도둑들'(2012) 등을 홍보한 마케팅사 퍼스트룩 대표이기도 한 강 회장은 회사를 운영하는 데 필요한 자금이 가장 부족하다고 고백했다.


"정부 지원책 중 고용유지 지원금이 있는데, 이 정책은 직원들이 휴직해야 받을 수 있어요. 개봉이 미뤄진 영화에 대한 일을 계속하는 마케팅사는 적용되지 않죠. 마케팅사 24곳 중 고용지원금을 받은 회사는 20%밖에 안 되는데, 규모가 큰 회사가 해당돼요. 10명 내외로 이뤄진 영세한 마케팅사는 받기가 힘든 지원책이죠."


강 회장은 마케팅 업계 전문 인력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회사 운영의 어려움으로 마케팅 전문 인력이 업계를 떠난다면, 다시 시간을 투자해서 인력을 길러내야 한다.


앞서 문화체육관광부와 영화진흥위원회는 코로나19로 피해를 입은 영화계를 위해 정책을 내놓았다. 우선, 영화발전기금 부과금을 올해 90% 감면한다. 또 개봉이 연기된 한국 영화에 대해서는 작품당 최대 1억원씩 총 42억원을 지원하는 등 170억원을 추가 지원한다.


170억원을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현장영화인 특별 직업훈련 지원 13억 4200만원 △한국영화 제작 활성화 특별 지원 21억원 △한국영화 개봉 활성화 특별 지원 21억원 △중소 영화관 특별 기획전 지원 30억원 △특별 영화관람 활성화 지원 90억원 등이 포함됐다. 마케팅사는 특별 영화관람 활성화 지원 중 영화 홍보·기획과 관련된공모를 통해 6억 3000만원 정도 지원받을 수 있다.


마케팅 업계는 영화 홍보마케팅사 24개 외에도 온라인마케팅사, 포스터 등 광고디자인사, 예고편 등 영상 업체, 행사 및 이벤트업체 를 포함해 총 80개사 가까이 된다. 인력은 4~500명 수준이다.


코로나19로 개봉일을 잡지 못한 영화 '콜'.ⓒ뉴 코로나19로 개봉일을 잡지 못한 영화 '콜'.ⓒ뉴

강 회장은 "예전엔 아예 지원조차 없었다는데, 조금이라도 받을 수 있어서 다행이다"며 "6억원이 80개 업체에 돌아간다고 생각하면 적은 금액이지만, 한정된 예산을 쪼개다 보니 어쩔 수 없지 않았을까 싶다"고 말했다. 이어 "마케팅 업계 지원책이 일회성에 그치지 않았으면 한다"며 "업계 인력을 전문 인력으로 바라보는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얘기했다.


"그간 정부나 영진위가 영화 정책을 발표할 때 마케팅 업계가 거론된 적은 거의 없어요. 관심을 두지 않았던 거죠. 마케팅 업계는 스스로 발전했어요. 박탈감과 소외감도 들었어요. 이번에 영진위가 조금이라도 신경 쓴 점은 고무적이에요. 피해 금액을 상쇄하기엔 미비하지만 한 걸음 나아갔다고 생각합니다."


코로나19로 업계가 기존에 가지고 있던 문제들도 다시 불거졌다. 투자배급사는 갑, 마케팅사는 을로 계약하는데 갑이 잔금을 주지 않으면 어쩔 도리가 없다. 제작현장에서는 표준계약서가 생기면서 추가 수당이 나오지만, 마케팅사 인력들은 작품의 개봉이 밀리더라도 수당을 받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몇몇 수입 배급사들이 마케팅 업체에 잔금을 주지 않아 마케팅 협회 차원에서 보이콧 한 적도 있다.


강 회장은 "보이콧한다고 하면 바로 잔금을 주더라. 잔금을 지급할 능력이 없는 게 아닌 거고, 약자인 마케팅사의 약점을 악용하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계약서에 개봉 연기에 따른 인건비 조항이 있다면 영진위 지원책을 통해 지원받을 수 있어요. 피해 비용으로 인정하고 금액을 주는 거죠. 계약서에 조항이 없으면 못 받아요. 코로나19 사태 이후에도 마케팅 업계가 안정적으로 유지되려면 개선해야 할 사항입니다."


20년 동안 영화 마케팅 업계에 몸담은 강 회장은 "업무가 힘들지만 영화에 대한 애정으로 일을 하게 된다"며 "영화 마케팅은 영화와 마케팅이 만난 새로운 분야다. 마케팅을 잘 한다고 해서 영화 마케팅을 할 수 있는 건 아니다"고 강조했다.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극장이 예전처럼 돌아가기엔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강 회장은 "여름 시즌에는 지금보다 나아질 것이라 본다"며 "변화된 환경 속에서 경쟁력이 있는 작품이 있어야 한다. 그래야 관객들이 극장으로 몰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OTT가 발달하면서 시공간을 초월해서 영화를 볼 수 있게 됐어요. 영화가 주는 최상의 사운드나 영상 퀄리티는 극장만에서만 즐길 수 있답니다. 관객이 영화관에 와서 만족할 만한 재밌는 콘텐츠가 필요하죠."


코로나19 사태가 끝나더라도, 또 다른 전염병 사태에 직면하게 될지도 모른다. 강 회장은 "피해를 줄이기 위해서 위기 대응 매뉴얼을 만들어야 한다"며 "마케팅 업계는 기초 체력을 탄탄하게 다져서 계약 관계의 불합리한 관행을 차근차근 고쳐나가려 한다"고 강조했다.

부수정 기자 (sjboo71@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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