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트 코로나’ 시대 앞두고 연이은 총수 때리기
대내외 악재에 글로벌 스마트폰 1위 수성 ‘불투명’
화웨이 등 중국 스마트폰 제조사에 이어 최근 애플까지 공격적으로 중저가 시장에 뛰어들며 삼성전자의 글로벌 스마트폰 점유율 1위 자리를 위협하고 있다. 플래그십 스마트폰 시장이 포화 상태인 데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로 수요 위축까지 겹치면서 ‘갤럭시S20’ 시리즈는 1분기 부진한 성적을 거뒀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삼성전자는 이재용 부회장이 구속될 위기에 처하면서 경영 불확실성까지 커지고 있다. 경쟁사들이 적극적으로 글로벌 연합 전선을 구축하는 등 영향력을 확대하는 가운데, 주요 결정권을 지닌 총수의 부재로 포스트 코로나 시대 새로운 기회를 놓치게 될까 우려하는 모습이다.
8일 시장조사업체 옴디아에 따르면 올 1분기 삼성전자 플래그십 스마트폰 갤럭시S20 시리즈 출하량은 820만대로 전작 갤럭시S10 시리즈 판매량(1250만대) 대비 약 34% 감소했다. 1위는 출하량 1950만대를 기록한 애플 ‘아이폰11’이 차지했다.
삼성전자 IT모바일(IM)부문 공장 가동률은 1분기 73.3%로 전년 동기(89.5%) 대비 16.2%포인트 급락했다. 매년 이맘때 플래그십 ‘갤럭시S’ 시리즈 판매가 시작돼 공장가동률이 90%대를 유지한 것을 고려하면 대폭 감소한 수치다.
판매량도 줄었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1분기 글로벌 스마트폰 점유율 20%로 1위를 유지했지만, 판매량은 전년 동기 대비 18% 감소했다.
2위는 미국 제재 속에서도 점유율 17%를 기록한 화웨이가 차지했다. 화웨이는 지난해에 이어 삼성전자를 바짝 추격 중이다. 최근 화웨이는 5세대 이동통신(5G) 기지국 장비에 대해 전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보안 인증을 획득했다.
이를 계기로 화웨이가 보안 논란을 불식시키며 본격적으로 5G 시장 점유율 확대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세계 최초 5G 상용화 효과로 단말, 장비 시장에서 우위를 점하던 삼성전자와의 치열한 경쟁이 불가피하다.
애플도 이례적으로 50만원대 중저가 스마트폰 ‘아이폰SE’를 내놓으면서 점유율 확대에 나섰다. 지난 1분기 중국에 공장을 둔 애플이 코로나19에 따른 피해를 가장 많이 볼 것으로 예상됐으나, 오히려 전년 동기(12%) 대비 2%포인트 증가한 점유율 14%를 기록했다.
이런 가운데 이 부회장이 다시 구속의 기로에 서게 되면서 삼성전자의 글로벌 스마트폰 1위 수성에 빨간불이 켜졌다. 지난 2년간 글로벌 기업 총수로 국내외에서 적극적인 경영 행보를 보여 온 그의 구속 여부에 따라 삼성의 글로벌 경영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전망이기 때문이다.
특히 스마트폰 사업과 관련해 이 부회장은 활발한 글로벌 행보로 현안을 직접 챙기는 모습을 보여 왔다. 삼성전자는 지난 2018년 인도 수도 뉴델리 인근에 세계 최대 스마트폰 공장인 노이다 공장을 지었다. 이 부회장은 2016년 인도를 방문해 모디 총리를 만난 이후 8000억원 규모 투자를 단행한 뒤 이뤄진 결과물이다.
노이다 공장 완공으로 인도에서 삼성전자 스마트폰 월 생산능력은 연간 1억2000만대 수준으로 뛰어올랐다. 현재 인도 시장은 현재 글로벌 스마트폰 제조사들의 중저가폰 최대 격전지다. 샤오미, 비보, 오포, 리얼미 등 중국 기업들이 선전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5G 상용화를 앞둔 일본에 2차례 방문해 수주전을 직접 챙기기도 했다. 그 결과 일본 2위 이동통신사 KDDI의 5G 통신장비 공급사로 선정됐다. 전체 장비 공급 규모는 5년간 20억달러(약 2조3000억원)에 달할 전망이다.
재계 관계자는 “글로벌 비즈니스를 위해서는 현지 기업과의 협력은 물론 정치권과의 친밀도가 굉장히 중요하다”며 “총수이자 오너가 직접 나서는 것은 상대방에 신뢰를 줄 수 있는 최선의 비지니스 방법”이라고 말했다.
외신도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영국 이코노미스트는 “이 부회장에게 유죄가 선고된다면 대신할 인물이 있을지 불확실하다”고 했다. 파이낸셜타임스도 “이 부회장의 법적 공방은 세계 최대 메모리·스마트폰·디스플레이 제조사인 삼성에 큰 부담이 되고 있다”고 보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