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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은정의 핀셋] 마스크, 한숨 돌리나 했더니 아니었다


입력 2020.06.10 07:00 수정 2020.06.10 09:19        이은정 기자 (eu@dailian.co.kr)

더운 날씨에 얇은 제품 수요 느는데 정부는 '묵묵부답'

온라인 구매 어렵고 수량 부족해 '제2마스크 대란' 우려

서울의 낮 최고기온이 33도까지 오른 가운데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 시민들이 마스크를 쓴 채 발걸음을 옮기고 있다.(자료사진) ⓒ데일리안 류영주 기자 서울의 낮 최고기온이 33도까지 오른 가운데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 시민들이 마스크를 쓴 채 발걸음을 옮기고 있다.(자료사진) ⓒ데일리안 류영주 기자

지난 3월부터 지금까지 마스크 관련 취재 기사만 12건 이상 썼다. 그중에서 현장 기사가 6개 정도 된다. 마스크 대란을 처음 취재할 때만 해도 경량 조끼에 패딩을 껴입고 아침 일찍부터 줄을 서야 했는데, 이제는 가만히 서 있어도 등줄기에 땀이 흐르는 초여름에 접어들었다.


돌이켜 생각해보니 현장은 아비규환이 따로 없었다. 당시 정부는 "KF 인증 마스크를 써야 코로나 바이러스 입자를 거를 수 있고, 면 마스크나 얇은 마스크는 효과가 적으니 사용을 자제하라"고 밝혔었다.


그러자 KF 인증 마스크 사재기 현상이 나타났고, 수요와 공급의 균형이 깨지면서 마스크 가격은 천정부지로 올랐다. 온라인에서 장당 600~800원대, 오프라인에서 1000원 안팎에 판매되던 마스크 가격은 지난 2~3월 5~6배까지 올랐다.


국민들은 그마저도 구하지 못해 발을 동동 굴렀다. 마트와 약국 앞에는 마스크를 구하려는 사람들로 새벽부터 장사진을 이뤘고, 마스크 사러 줄을 섰다가 코로나에 걸릴 판이라는 자조적인 얘기가 나올 정도였다. 실제로 대구에서 한 10대가 비 오는 날 마스크를 사려고 약국 앞에서 줄을 섰다가 고열에 시달리다 숨지는 안타까운 일도 있었다.


이런 문제는 정부가 공적마스크를 도입하고 마스크 5부제를 시행하면서 다소 해소됐다. 약국 앞에 길게 늘어섰던 줄은 사라졌고, 공급도 차츰 안정화됐다. 5월 들어서는 의료진의 헌신과 철저한 사회적 거리 두기 덕분에 코로나 신규 확진자도 한 자릿수로 줄어들었다.


하지만 최근 서울과 경기, 인천에서 코로나 확진자가 두 자릿수로 증가하는 등 수도권 확산세가 이어지고 있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생활방역으로 전환되면서 확진자가 다시금 늘어날 것이라는 우려가 현실이 되고 있는 것이다.


수도권을 중심으로 재확산 조짐을 보이자 문재인 대통령은 페이스북을 통해 “한숨 돌리나 했더니 아니었다”며 국민들에게 방심하지 말라는 메시지를 전했다.


그러나 정작 방심하고 있는 것은 정부가 아닌지 묻고 싶다. 폭염이 시작되면서 얇고 숨쉬기 편한 비말 차단용 마스크 수요가 늘어나는데도 손을 놓고 있다.


현재 비말 차단용 마스크는 민간 업체들이 자율적으로 가격을 책정하고 유통하고 있다. 수요는 폭발하는데 공급은 적다 보니 온라인상에서 마스크 대란이 또 다시 벌어지는 것이다. 최근 한 업체가 비말 차단용 마스크 20만장을 온라인몰에서 판매했는데 780만명이 몰려 서버가 다운됐을 정도다.


국민들의 아우성에도 식약처는 비말 차단용 마스크를 공적마스크로 전환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비말 차단용 마스크가 이달 말쯤이면 하루 100만장 이상씩 공급이 가능해 수급에는 문제가 없을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국민의 구매 편의성을 높이기 위해선 비말 차단용 마스크를 공적판매 대상에 포함시키는 것을 주저해선 안 된다. 노인이나 어린이 등 사회적 약자에게 비말 차단용 마스크가 돌아가게 하려면 앞서 검증된 공적마스크 제도가 가장 빠른 대안이 될 수 있다.


공적판매가 어렵다면 차선책을 찾아봐야 하는데, 현재로선 뾰족한 수 없이 더운 여름을 견뎌야 할 판이다. 마스크 문제야말로 한숨 돌리나 했더니 아니었다.

이은정 기자 (eu@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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