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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뢰의 디자이너 정구호, 학력도 신뢰?


입력 2016.03.27 11:23 수정 2016.03.28 16:39        김영진 기자

[김영진의 라이프랩]파슨스 학위 과정 아니라는 논란 꾸준히 제기...학력 명확히 밝힐 필요

정구호 서울패션위크 총감독. ⓒ서울디자인재단
'정구호'. 패션 및 예술계에서 이 이름처럼 신뢰를 주는 게 또 있을까. 정구호라는 이름은 패션에 큰 관심이 없는 사람이라도 한번쯤은 들어봤을 정도로 '전방위 디자이너'로 알려져 있다. 정씨는 자신의 이름을 건 의류 브랜드 '구호(KUHO)'를 삼성그룹 계열인 제일모직(현 삼성물산 패션부문)에 매각하면서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다.

그는 2003년 구호를 제일모직으로 매각함과 동시에 제일모직 KUHO 사업부장(상무)으로 들어가 패션부문 레이디스캐릭터CD상무, 패션부문 패션사업2부문 ECD전무 등 약 10년간 제일모직에서 재직했다.

제일모직을 떠난 이후 정씨는 더욱 왕성하고 다방면에서 활동을 재개했다. 국립무용단에서 무용연출을 한 것을 비롯해 '야쿠르트 아줌마'의 유니폼 디자인도 맡았고 화장품 브랜드도 런칭했다는 소식도 들려왔다. 최근에는 롯데호텔 부띠끄호텔 브랜드 'L7' 디자인에도 참여했다. 그 이전에도 그는 아모레퍼시픽의 한방샴푸 '려' 디자인에도 관여했고 영화 '황진이', '스캔들' 등의 영화의상도 맡는 등 그야말로 '전방위 디자이너'이다.

또 이런 다방면의 활동을 하면서 딱히 실패했다는 말을 들어본 기억도 없다. 현재 그가 맡고 있는 직함만 해도 서울패션위크 총감독, 휠라코리아 부사장 등이며 최근에는 평창동계올림픽 개·폐회식 연출도 맡았다. 패션·예술계는 어느새 '정구호'라고 하면 신뢰하는 분위기가 조성된 것 같다.

정씨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도 높고 능력 대비 과대평가 받고 있다는 지적도 많지만 정씨만큼 일할 수 있는 '대체재'가 없다는 것 역시 업계의 현실이다.

하지만 정씨의 실력에 비해 학력이나 프로필에 대해서는 얼마나 신뢰할 수 있을까 의문이 든다. 먼저 제일모직 사업보고서에 정씨의 출생년도는 1965년으로 돼 있다. 하지만 여러 언론들과의 인터뷰 내용에서는 1962년으로 검색됐다.

또 예전부터 패션계에서는 정씨가 파슨스디자인스쿨(Parsons The New School for Design, 이하 파슨스)을 졸업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말이 들렸다. 파슨스는 미국 뉴욕에 위치한 사립 미술대학으로 패션이나 디자인 쪽에는 명성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정씨의 네이버 인물정보를 찾아보면 '파슨스디자인스쿨 커뮤니케이션 디자인'이라고 돼 있고 제일모직 사업보고서에는 '1990 Parsons School of Design NY'라고 기재돼 있다. 어디에도 '졸업'이라는 표현이나 '학사학위(BFA, Bachelor of Fine Arts)'를 취득했다는 언급은 없다. 파슨스의 공식 홈페이지에 들어가면 '커뮤니케이션 디자인(Communication Design)'은 BFA 학위 과정이다.

거기다 과거 그가 여러 매체들과 인터뷰 한 것을 찾아보면 파슨스에서 그래픽 디자인(Graphic Design)을 '졸업'했다는 언급도 있으며 파슨스 입학 전 휴스턴대학에서 광고미술을 전공했다고도 돼 있다. 요리를 너무 좋아해 호주 시드니로 넘어가 르꼬르동블루에서 프랑스 요리와 페스추리 연구과정을 수료했다고도 한다. 정씨는 뉴욕 대학 근처에서 '세모네모'라는 한식당도 운영했다.

이게 모두 사실이라면 그는 젊은 날 해외에서 여러 학교를 다니며 취직도 하고 사업도 한, 정말 열정적으로 살았던 인물로 보인다. 하지만 열심히 살았다는 것과 파슨스 졸업과는 조금 별개로 보인다.

과거 가수 및 방송인 임모씨가 파슨스 졸업 혹은 수료라고 언급해 논란이 된 적이 있다. 임씨는 우리나라로 치면 평생교육원이라고 할 수 있는 'Continuing Education'을 수강한 걸로 알려졌다. 이 과정은 학위 과정도 아니며 누구나 학비만 내면 수강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럼에도 그는 국내서 파슨스 출신으로 홍보됐고 핸드백 브랜드도 런칭해 관심을 끈 적이 있다.

파슨스는 '학부과정(Undergraduate)', '대학원과정(Graduate)', '여름프로그램(Summer Programs)', '평생교육과정(Continuing Education)' 등 다양한 과정을 갖추고 있다.

이중 정식 학위과정은 '학부과정' 및 '대학원과정'으로 보인다. 원래 졸업이라든지 수료라든지 하는 말을 하려면 학위(degree) 과정에 들어가서 학위를 따거나 학위에 필요한 수업을 다 듣고 논문과 같은 마지막 과정만 끝내지 않은 경우에만 한정해서 사용하는 게 학계의 원칙이다. 예를 들어 서울대에서 일반인들을 대상으로 하는 수업 몇 개 수강하고 서울대 졸업이나 수료라는 말을 안 하지 않는가.

정씨는 파슨스에서 무슨 과정에 들어갔고 그래픽 디자인을 했는지 커뮤니케이션 디자인을 했는지 등을 명확히 밝힐 필요가 있다고 본다. 서울시 산하 기관에서 총감독도 맡고 있고 상장기업 부사장까지 할 정도면 학력은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

과거 신정아 학력위조 사건으로 시끄러웠을 당시, 제일모직에 근무하던 정씨에 대한 학력 의혹도 있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 하지만 회사에서는 누구도 정씨의 파슨스 졸업증명서를 확인하지 못했다. 어떤 이는 신정아처럼 대학교수가 된 것도 아니고 뭐가 문제가 될 것이 있느냐라는 입장을 나타내기도 한다. 하지만 이런 논리라면 대학교수나 교육직이 아니라면 학력 위조를 해도 괜찮다는 말인가. 평생교육원을 나왔는데 '학위과정'출신인 것처럼 프로필을 작성해도 괜찮은 걸까.

정씨에 대한 이런 업계의 의혹이 사실이 아닐 수 있다. 만약 사실이 아니라면 신뢰할 수 있는 증명서와 함께 언제든 연락을 달라.

김영진 기자 (yjkim@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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