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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경미의 영화로 보는 세상] 뉴욕으로 떠나는 낭만여행, ‘레이니 데이 인 뉴욕’


입력 2020.06.11 17:22 수정 2020.06.11 17:23        데스크 (desk@dailian.co.kr)

레이니 데이 인 뉴욕ⓒ 레이니 데이 인 뉴욕ⓒ

뉴욕은 영화가 사랑하는 도시다. 할리우드의 수많은 영화들이 생동감 넘치며 낭만적인 이 도시를 배경으로 한다. 최근 개봉한 영화 ‘레이니 데이 인 뉴욕’도 뉴욕에 대한 찬사가 묻어 있는 작품이다. 영화는 주말 뉴욕으로 여행을 떠난 20대 젊은 두 남녀의 이야기를 담는다.


문학과 음악을 사랑하는 개츠비(티모시 샬라메)와 대학 신문사에서 일하는 영화광 애슐리(엘르 패닝)는 뉴욕 근교 규모는 작지만 전통 있는 학교를 다니고 있는 캠퍼스 커플이다. 애슐리는 유명한 영화감독 폴라드(리브 슈라이버)와의 인터뷰를 위해 주말에 뉴욕으로 가게 된다. 개츠비는 동행을 약속하며 연인을 즐겁게 해 주기 위해 완벽한 계획을 세우지만 애슐리의 인터뷰 일정이 꼬이면서 개츠비의 계획도 엇나가기 시작한다. 애슐리는 감독을 비롯해 시나리오 작가 테드(주드 로), 인기배우 베가(디에고 루나)를 만나 이들 셀럽들에게 매혹 당한다. 혼자 남은 개츠비는 전 연인의 동생 챈(셀레나 고메즈)과 우연히 만난 후, 순진한 애슐리와는 또 다른 도회의 매력에 끌린다.


영화는 누구보다 뉴욕을 사랑하는 우디 앨런의 정서가 고스란히 반영돼 있다. 그는 1935년 미국 뉴욕 브루클린에서 출생해 대학까지 뉴욕에서 다닌 뉴요커다. 초기 작품에서부터 최근 작품까지 대부분 뉴욕을 배경으로 삼으며 뉴욕에 대한 애정을 담아냈다. ‘애니홀’, ‘맨하탄’ 등은 뉴욕을 배경으로 한 그의 대표적인 영화다. 이번 영화에서도 마치 여행가이드가 길 안내를 하듯 뉴욕을 조망한다. 영화는 뉴욕이라는 공간에서 벌어지는 사건을 통해 뉴욕의 공간감을 생생하게 전달하고 있다. 특히 그리니치 빌리지, 센트럴파크, 메트로폴리탄 미술관, 칼라일 호텔의 베멜만스 바 등 뉴욕 곳곳을 보여주며 현장감을 최대의 무기로 낭만적인 감성을 느끼게 한다. 그 외에도 영화 내내 언급되던 센트럴 파크 델라코트 시계가 등장하는 장면은 로맨틱 감성의 극치를 이룬다. ‘레이니 데이 인 뉴욕’는 비 내리는 뉴욕의 정취와 우아한 재즈가 어우러진 분위기로 아름답고 근사하여 당장이라도 뉴욕으로 떠나고 싶은 충동마저 들게 만든다.


레이니 데이 인 뉴욕ⓒ 레이니 데이 인 뉴욕ⓒ

20대 초반 예측 불가한 남녀의 심리상태와 우디 앨런의 풍자가 녹아 있다. 영화는 우디 앨런의 여느 영화가 그러하듯 불예측성을 근간으로 하고 있다. 주인공들은 예측 불가능한 사건을 마주하고, 우연인지 필연일지 모르는 만남들로 이어진다. 또한 애슐리와 챈을 통해 20대 초반 여성들의 변덕스러운 심리상태를 관객들에게 잘 전달하고 있다. 속사포처럼 쏟아 붓는 대화 속에서 포착되는 유머와 언어유희, 상류층의 위선에 대한 풍자는 우디 앨런 영화만이 지닌 매력이다.


배우들의 연기와 외모도 빛을 발한다. 티모시 샬라메는 국내에서도 수많은 팬을 확보하고 있는 배우며 톡톡 튀는 싱그러움을 지닌 엘르 패닝은 다소 평면적인 캐릭터에도 불구하고 활기 넘치는 연기로 입체성을 부여했다. 셀레나 고메즈는 매력적인 여인으로 등장해 티모시 샬라메와의 로맨틱한 순간들을 선보이며 달달한 감성을 충족시킨다.


‘영화 보기’의 가장 큰 장점은 간접적으로나마 여러 곳을 여행할 수 있다는 점이다. 영화들 속에는 다양한 로케이션이 등장하기 때문이다. 우디 앨런의 ‘레이니 데이 인 뉴욕’은 배경은 뉴욕, 음악은 재즈, 화두는 영화를 내세운 영화다. 감독의 성추문 스캔들로 북미 개봉은 연기됐지만 국내에서는 코로나 사태 속에서도 9만 명의 관객을 동원했다. 해외여행이 쉽지 않은 지금의 상황에서 우리를 달래줄 만한 것은 역시 영화밖에 없다는 것을 보여준다. SF나 액션영화가 대부분인 요즘의 극장가에서 모처럼 연인들이 함께 볼 수 있는 아날로그 로맨스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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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경미/한국영상콘텐츠산업연구소장, 영화평론가

데스크 기자 (des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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