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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인터뷰] 유아인 "난 평범한 사람, 대중과 벽 허물고파"


입력 2020.06.21 08:00 수정 2020.06.21 18:12        부수정 기자 (sjboo71@dailian.co.kr)

좀비물 '#살아있다'서 준우 역 맡아

'나 혼자 산다'로 리얼 예능 도전

'#살아있다' 유아인.ⓒUAA '#살아있다' 유아인.ⓒUAA

짧게 자른 밤톨머리에 허당기 있는 모습. 영화 '#살아있다'(감독 조일형·24일 개봉) 속 준우(유아인 분)는 옆집 청년 같은 모습이다.


그간 강렬한 역할을 해온 유아인(34·본명 엄홍식)과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준우는 오히려 유아인이라는 자유분방한 옷을 입고 더 반짝인다.


영화 '#살아있다'의 개봉을 앞두고 만난 유아인은 "이렇게 좋은 반응을 얻은 건 오랜만이라 '베테랑' 때가 생각난다. 신선하게 봐주신 것 같아 기쁘다"고 웃었다.


'#살아있다'는 원인불명 증세의 사람들이 공격을 시작하며 통제 불능에 빠진 가운데 홀로 아파트에 고립된 이들의 이야기를 그린다. 유아인은 살아남으려 고군분투하는 청년 준우 역을 맡았다.


공포물을 좋아한다는 그는 좀비물의 세계관에도 관심을 둔다. 좋아하는 좀비물로 '28일 후', '좀비랜드', '킹덤' 등을 꼽은 유아인은 "비현실적인 상황이면서 묘하게 현실적인 부분이 매력적"이라며 "좀비물에서 느낄 수 있는 스릴을 좋아한다"고 밝혔다.


장르물은 처음이다. 이전에는 현실과 연장선에 있는 이야기를 추구했는데, 이번 작품은 좀비물의 장점을 그대로 다루면서도 인물의 감정선을 따라가는 작품이라는 점에서 신선했다. 유아인은 "배우가 할 일이 많았다"며 "고립된 상황에서 변하는 인물의 감정을 깊이 있게 따라가는 점이 흥미로웠다"고 강조했다.


'K-좀비물'은 '부산행', '창궐', '킹덤'에 이르러 정점을 찍었다. '#살아있다'는 후발주자로 나선다. 이 영화만의 강점에 대해서 역시나 '인물의 감정 변화'를 꼽은 그는 "'#살아있다' 같은 새로운 도전을 통해 영화계에서도 다양한 시도를 꾀할 수 있을 것 같다"고 전했다.


'#살아있다' 유아인.ⓒUAA '#살아있다' 유아인.ⓒUAA

유아인은 극 처음부터 등장해 끝까지 이끈다. 홀로 책임질 부분이 많았다는 뜻이다. "구체적인 설명이 없는 영화라 감정 연기를 섬세하게 해야 했어요. 촬영하면서도 한 번도 이런 적이 없었는데, 어떤 장면을 찍기 위해 여러 차례 연습했어요. 감독님께 연습한 부분을 보여드리기도 했고요."


준우를 표현하기 위해 외적으로도 변화를 줬다. 헤어스타일을 바꾸고, 몸도 키웠다. 밤톨머리는 그동안 진중한 캐릭터를 해온 유아인의 이미지를 벗기는 포인트였다. 처음에는 변화를 주고자 눈을 덮는 긴 머리를 선보이려 했는데 캐릭터와 어울리지 않아서 지금의 헤어스타일로 바꾸었다.


"고등학생 때 할 만한 헤어 스타일이었어요. 극을 이끌어가는 인물에겐 파격적일 수 있는 콘셉트였는데 제작사에서 잘 수용해주셨습니다. 귀엽게 봐주셔서 감사해요(웃음). 큰 체격의 롤모델은 안재홍 씨였어요. 뭔가 요즘 청년 같았거든요. 뻔한 남자 주인공의 모습에서 탈피하고 싶었습니다."


'베테랑'(2014), '버닝'(2018), '국가부도의 날'(2018) 등을 통해 무겁고 진중한 역할을 해온 유아인은 이번 작품을 통해 한결 풀어진 듯한 모습을 보여준다. 배우 스스로 만족하는 부분이다.


"20대 배우는 스타성을 내세워 소비되는데, 전 그런 자질이 없어서 '본질'(연기)에 집중하고 싶었어요. 그래서 진지하고 무게감 있는 작품을 선택했죠. 젊은이들의 면면을 드러내는 문학적인 언어 같은 인물이랄까요. 근데 이젠 좀 버겁더라고요. 관객들도 그렇고요. 준우는 어디에서나 볼 수 있는 평범한 친구예요. 저 역시 평범한 사람이고요. 배우와 관객 사이에 있는 막을 걷어내고 싶어요."


'#살아있다' 유아인.ⓒUAA '#살아있다' 유아인.ⓒUAA

그런 의미에서 유아인의 MBC '나 혼자 산다' 출연 소식은 화제가 됐다.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로 인해 집에 있는 시간이 이전보다 늘어났고, 작품 홍보도 겹치면서 출연을 결심했단다.


유아인에게 예능은 부담스러운 영역이었다. 예능을 보는 게 시간 낭비라는 여길 때도 있었고, 평범하지 않은 연예인의 삶을 '평범하다'고 얘기하며 보여주는 것에 대해 부담감을 느낀 적도 있었다. 그러다 어느 순간부터 한 편의 영화보다 웃음을 주는 예능이 나을 수도 있다고 생각하게 됐다.


"부담감도 느끼지만 벽을 깨고 싶어요. 한 번 출연하면 무지개 회원이 된다고 하더라고요. 하하. 전 항상 열려 있으니 기회가 된다면 또 출연하고 싶어요."


유아인은 '베테랑'으로 천만 배우가 됐고, '버닝'으로 프랑스 칸 영화제 레드카펫을 밟으며 인기와 명예를 동시에 얻었다. 어느덧 17년 차 배우가 됐다. 최근 집에서 '밀회', '버닝', '육룡이 나르샤' 등 자신의 작품들을 돌아봤다. 가장 좋아하는 인물은 '버닝' 속 종수란다.


본명 엄홍식으로는 다양한 예술활동을 하고 있다. 배우는 "예전에는 세상을 보는 시야가 좁았는데 예술 활동을 하면서 넓은 시야로 작품, 세상을 바라보게 된다"며 "좀 더 멀리보며 대중과 호흡하려 한다"고 했다.


영화 제목처럼 배우에게 '살아있다'는 의미는 무엇일까. 배우는 잠시 고민하다 입을 뗐다.


"아침에 잠에서 깰 때 살아있다고 느껴요. 하하. 연애할 때도 그렇고요."

부수정 기자 (sjboo71@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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