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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 잇는 상장취소…떠오르는 '공모주' 인기에 찬물 우려


입력 2020.07.22 05:00 수정 2020.07.21 14:58        김민석 기자 (kms101@dailian.co.kr)

올해 11개 기업 상장 철회 및 연기 결정…제조업·부동산 공모주는 인기 ↓

기업 실적보다 주가 과다한 공모주 투자 주의보…"펀더멘탈 꼭 확인해야"

기업들이 연이어 상장을 연기하거나 철회하면서 공모주 시장이 타격을 입을지도 모른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사진은 지난 20일 공모 청약 일정을 연기한 마스턴프리미어1호 리츠 기초자산인 크리스탈 파크 오피스 전경. ⓒ마스턴투자운용 기업들이 연이어 상장을 연기하거나 철회하면서 공모주 시장이 타격을 입을지도 모른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사진은 지난 20일 공모 청약 일정을 연기한 마스턴프리미어1호 리츠 기초자산인 크리스탈 파크 오피스 전경. ⓒ마스턴투자운용

기업들이 연이어 상장을 연기하거나 철회하고 있다. 과도한 유동성 공급으로 주식시장이 과열돼 처음 산정한 기업가치에 걸맞은 평가를 받지 못할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이에 SK바이오팜을 시작으로 뜨겁게 달아오르던 공모주에 타격이 있을지도 모른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2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해 유가증권시장(코스피)·코스닥 시장에 상장을 연기·철회·유예한 기업은 11곳으로 집계됐다. 유형별로는 상장철회가 9건으로 가장 많았다. 연기와 유예는 각각 1건 씩이었다.


지난 20일 공모 청약 일정 연기를 결정한 마스턴프리미어1호 리츠는 내재가치를 충분히 반영하지 못할 것이란 불안감에 코스피 시장 입성을 미뤘다. 마스턴 리츠의 연기는 단순한 한 종목의 상장취소에 지나지 않는다. 올해에만 총 11개가 상장될 예정이었던 리츠는 최근 수익률이 지속 하락하며 제대로 된 평가를 받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상장한 NH프라임리츠 주가는 지난 19일 마감 기준 4425원으로 거래를 마쳤다. 올해 들어 27.4% 하락했다. 같은 기간 롯데리츠(-15.6%), 신한알파리츠(-16.6%) 등도 내림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이에 리츠 상장을 통한 공모주 효과를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또 코스피시장 상장에 재도전하는 바디프랜드는 지난 17일 상장심사청구를 위한 기타주총일을 연기했다. 이는 공정거래위원회가 바디프랜드에 대해 과장광고 행위를 했다고 보고 2200만원의 과징금을 징수한 영향이다.


상장을 외면한 기업은 업종별로 다양하지만 바이오업체가 4군데로 가장 많았다. 바이오업체들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증시 변동성이 확대되자 기업의 실적 대비 주가(밸류에이션)가 저평가 되리라는 우려에서 상장을 취소했다.


이처럼 지속된 상장 취소에 증권업계에서는 최근 상승세를 타던 공모주 열기가 시들해질까 걱정하고 있다. 올 상반기 신규상장기업과 공모금액은 각각 12개사, 3650억원으로 최근 6년 새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코로나19 여파로 금융시장이 얼어붙으면서 철회와 연기가 속출했기 때문이다. 신규상장이 줄어드니 공모주 규모도 덩달아 감소할 수밖에 없었다.


ⓒ데일리안 ⓒ데일리안

하지만 일반청약에서 대박을 터트린 SK바이오팜이 공모주 시장을 끌어올렸다. 지난 달 24일 청약을 마무리한 SK바이오팜은 30조9889억원 규모의 공모 증거금과 323.03대1 경쟁률을 기록했다. 이는 역대 최대 수준이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올 상반기 코로나19로 역대 최악의 IPO 실적이 나오면서 증권사들도 이와 연계된 IB부문 수익에 타격을 입었다"며 "SK바이오팜으로 시작된 공모주 열풍으로 증권사도 나름 숨통이 트이고 있는 만큼 시장에 대한 인기를 지속시키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에 이번 달 신규 상장한 ▲마크로밀엠브레인(136.0%) ▲위더스제약(116.3%) ▲에이프로(159.7%) 등은 상장 첫날 종가 기준으로 공모가의 100%가 넘는 수익률을 나타냈다. 또 티에스아이는 1621.1대 1, 더네이쳐홀딩스 151.9대 1, 솔트룩스 953.53대 1 등 공모주에도 투심이 집중되며 높은 수준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일각에서는 이 같은 현상이 ‘묻지마 투자’와 비슷한 것으로 보고 투자에 유의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해당 기업에 대한 분석과 업종 현황·전망 등을 살펴보지도 않고 ‘주식보다 안전하다’는 소문이 퍼지면서 새로 관심을 갖는 투자자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이미 바이오나 2차전지 및 수소관련주 등을 제외한 제조업 공모주들은 오히려 수익률 하락에 허덕이고 있다. 스마트폰 부품업체 엔피디는 공모가 보다 14.9% 낮은 4550원에 거래되고 있다. 항공기 관련 부품업체인 켄코아에어로스페이스도 공모가보다 4.1% 떨어진 9250원에 거래되고 있다. 이지스밸류리츠 역시 상장 첫날 공모가보다 8.13% 떨어진 채 장을 마감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공모주는 청약만을 노리고 자금을 준비하는 투자자가 있을 정도로 전문적인 시장인데 주식보다 안전하다는 소문에 과열된 부분이 있다"며 "SK바이오팜이나 빅히트, 카카오페이지 같은 종목이 대어로 불리는 건 펀더멘털이 충분하기 때문인데 상장 연기나 철회 움직임이 계속되면 그렇지 않은 공모주에 대한 거품을 꺼트리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김민석 기자 (kms101@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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