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카카오톡
블로그
페이스북
X
주소복사

[이나영의 스펙트럼]언택트·디지털 시대에 은행 점포 폐쇄 막는 아이러니


입력 2020.08.17 07:00 수정 2020.08.15 07:26        이나영 기자 (ny4030@dailian.co.kr)

금융당국·감독당국 “은행권 점포 폐쇄 속도 빨라” 지적

은행들 “방문 고객 줄고 비효율 점포 많아…시대적 흐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여파로 우리 사회와 경제 전 분야에 걸쳐 언택트(비대면)·디지털 전환이 가속화되고 있는 가운데 금융당국이 은행 점포 폐쇄에 제동을 걸고 나서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연출됐다.ⓒ연합뉴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여파로 우리 사회와 경제 전 분야에 걸쳐 언택트(비대면)·디지털 전환이 가속화되고 있는 가운데 금융당국이 은행 점포 폐쇄에 제동을 걸고 나서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연출됐다.


최근 금감원은 은행권 지점 폐쇄 현황에 대한 전수조사에 착수했다. 금감원은 지난달 14일 각 은행에 현재까지 폐쇄된 점포와 폐쇄가 예정된 점포의 현황, 은행 점포 폐쇄 관련 공동절차 준수 여부 등을 회신해달라고 요청한 바 있다.


은행권은 지난해 6월부터 점포 통합·폐쇄로 인한 고객 불편을 최소화하기 위해 ▲폐쇄 대상 점포에 대한 내부분석 및 영향평가 시행 ▲폐쇄일 최소 한 달 전부터 고객에게 사전통지 등을 핵심으로 하는 공동절차를 자율적으로 마련해 시행하고 있다.


앞서 윤석헌 금융감독원장은 지난달 21일 금감원 임원회의에서 “코로나19를 이유로 단기간에 급격히 점포 수를 감축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경고했고 손병두 금융위원회 부위원장도 지난달 정부청사에서 열린 금융발전심의회 조찬간담회 후 “방향은 공감하지만 속도의 문제 아닐까 싶다”라며 언급했다.


은행 점포 감축 속도가 빠르다고 하지만 은행업권을 둘러싼 환경을 고려하면 그렇게 판단하기도 어렵다. 은행들은 몇 년 전부터 디지털트랜스포메이션(디지털 전환·DT)을 외치며 디지털화를 통한 비용절감과 새 수익원 발굴에 노력해왔다.


특히 코로나19로 인해 비대면 영업 확대가 불가피해지면서 디지털금융 구축에 더욱 속도를 내고 있다.


모바일뱅킹·인터넷뱅킹 등을 통한 비대면 거래가 일반화되면서 은행 영업점을 찾는 고객들이 줄어들었고 코로나19 사태 이후에는 더 줄어든 상황이다.


한국은행의 ‘2019년 국내 인터넷뱅킹서비스 이용 현황’ 자료에도 이같은 현실이 잘 드러난다. 한은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모바일·인터넷뱅킹 이용 비중은 59.3%를 차지했다. 모바일·인터넷뱅킹 이용건수도 1억5600만건으로 전년 대비 31.7% 증가했다. 반면 은행 창구 비중은 8.8%에서 7.9%로 떨어졌다.


디지털화 흐름에 맞춰 은행 점포가 자연스럽게 줄어들고 있다는 얘기다. 국내 은행 점포수는 2012년 7681개에서 올 3월 6652개로 감소했다. 올해 상반기 KB국민·신한·우리·하나은행 등 4대 시중은행은 총 126개 점포를 폐쇄했다.


물론 은행 점포 폐쇄로 발생할 고령층 등 디지털 취약계층의 불편에 대해서는 공감한다. 디지털 취약계층이 금융서비스 이용에 있어 소외되는 문제를 금융회사 차원에서의 노력도 분명 필요하지만 점포 축소를 막는다고해서 해결될 문제는 아니다.


내방고객수가 줄어들면서 높은 임차료와 인건비가 들어가는 비(非)수익 점포를 계속 운영하는 것도 효율적이지 않다. 초저금리와 각종 대출 규제 등으로 수익성이 악화되면서 점포 구조조정은 불가피하다.


디지털 시대 흐름을 역행한 과도한 경영 개입이라는 관치 논란 비판을 무시하기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 금융회사와 핀테크 기업, 빅테크(대형 정보기술 기업) 간의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는 상황에서 금융당국도 이같은 시대적 흐름에 발맞춰 디지털 취약계층을 위한 근본적인 방안은 없는지 고민해봐야 할 때다.

이나영 기자 (ny4030@dailian.co.kr)
기사 모아 보기 >
0
0
관련기사

댓글 0

0 / 150
  • 최신순
  • 찬성순
  • 반대순
0 개의 댓글 전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