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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중권 예상대로…'더친문' 경연장 된 與 전당대회


입력 2020.08.18 14:10 수정 2020.08.18 14:37        정계성 기자 (minjks@dailian.co.kr)

너도나도 '윤석열 때리기' 이름값 올리기

심지어 '개'에 비유하며 여론 관심 끌기

'그들만의 리그'로 전락하며 악순환 거듭

진중권 "색깔 없이 충성심 양으로만 승부"

박주민, 김부겸,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당대표 후보가 지난 16일 오후 서울 여의도 더불어민주당 중앙당사에서 열린 당대표 및 최고위원 후보 호남권·충청권 온라인(온택트) 합동연설회에서 손을 들어 올리고 있다.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민주당 전당대회가 출마자들의 친문 선명성 경쟁 양상으로 흐르고 있다. 수해에 이어 코로나 재확산으로 전당대회에 국민적 관심이 멀어진 것이 주요 원인이다. 강성 지지층을 상대로 선거운동과 인지도 쌓기 경쟁이 벌어지다 보니 민심과 괴리가 생기고, 전당대회 흥행은 더욱 저조해지는 악순환에 빠져 있다는 지적이다.


'윤석열 때리기'가 대표적인 사례다. 살아있는 권력을 수사함으로써 문재인 대통령과 맞섰던 윤석열 검찰총장을 공격함으로써 강성지지층에 어필하는 식이다. 이낙연 당대표 후보는 "잊을만 하면 직분의 경계를 넘어 선다"고 지적했고, 김부겸 후보도 "윤 총장은 임명권자인 문재인 대통령에 누가 되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고 질책했다. 김종민·한병도 최고위원 후보 등 이른바 '친문' 인사들도 윤 총장 비난에 앞장섰다.


모든 후보들의 비슷한 주장 속에서 돋보이기 위해 자극적인 단어를 공식석상에서 사용하는 일도 서슴지 않았다. 전날 온라인으로 진행된 합동연설회에 나선 이원욱 최고위원 후보는 "대통령에 의해 임명 받은 권력이 선출된 권력을 이기려 하고 있다"며 "개가 주인을 무는 꼴"이라고 했다. 18일 라디오 방송에서도 "윤 총장을 만약 끌어내릴 수 있다면 끌어내는 것이 우리가 해야할 일"이라고 말했다.


반면 당 쇄신이나 수평적 당청 관계 등을 이야기 하는 거의 나오지 않았다. 김부겸 후보가 △지구당 부활 △후원회 제도개선 △개헌 등의 혁신안을 내놨지만, 전당대회 때마다 나왔던 공약의 재탕에 불과해 신선하다는 평가를 받기에는 어렵다는 지적이다.


코로나와 수해가 겹쳐 전당대회가 '그들만의 리그'로 전락한 것이 가장 큰 원인으로 분석된다. 민주당은 호남지역 폭우로 지역 정기대의원대회를 한 차례 연기한 데 이어, 이후 지역일정을 조정했으며 29일 전당대회도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가 발령됨에 따라 규모 축소를 고려하는 상황이다.


민주당의 한 핵심 관계자는 "각종 재해가 겹치면서 전당대회 중요성이 후순위로 밀렸고 흥행에 어려움이 있을 수밖에 없었다. 그러다보니 선거에 변수가 거의 없고, 특히 최고위원 선거는 후보자들의 인지도 싸움 양상으로 흐르고 있다"며 "선거 막판으로 갈수록 핵심 지지층 표심에 기댈 수밖에 없는 상황이 아니겠느냐"고 혀를 찼다.


공개적인 비판의 목소리도 나왔다. 조응천 의원은 전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국민적 관심이 떨어지니 우리들만의 리그가 되고 그러니 논쟁이 없다. 논쟁이 없으니 차별성이 없고 비전 경쟁을 할 이유가 없다"며 "3무(無) 전당대회"라고 혹평했다. 이어 "우리는 지금 위기상황에 처했다"며 "국민과 괴리되지 않는 상황 인식이나 정책 방향이 절실하다"고 했다.


전당대회가 '친문' 선명성 경쟁으로 흐르는 또 다른 원인으로는 강성지지층 중심의 전체주의적인 문화가 한 몫 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친문 공천으로 당이 일색으로 변했다. 농담의 차이가 있을 뿐 색깔은 하나뿐"이라며 "자기 색깔을 갖고 소신의 대결을 벌이는 게 아니라 모두 한 가지 색깔을 갖고 충성심의 양을 겨루는 경쟁을 하게 되는 것"이라고 했었다.


그러면서 “어차피 대표는 이낙연, 최고위원이라야 그놈이 그놈”이라며 “대선주자들도 대통령 친위대가 되어 경쟁적으로 강성발언을 쏟아내고 있다. 그게 문팬덤과 친문세력에게 눈도장 받으려는 시도다. 당 전체가 덫에 빠진 것”이라고 했었다.

정계성 기자 (minjks@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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