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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선 체제 2년②] 혁신 지원하는 외인부대·외부 조력자들


입력 2020.09.08 07:00 수정 2020.09.08 04:42        박영국 기자 (24pyk@dailian.co.kr)

외국인·경쟁사·이업종 안가리고 핵심 인재 영입…해당 분야 도약 성과

AI·자율주행·전기차 유망 스타트업 발굴·투자…오픈 이노베이션 전략

정의선 현대자동차 수석 부회장(가운데 큰 사진)과 그가 기아자동차 사장과 현대자동차 부회장을 거치며 해외 경쟁사들로부터 영입한 글로벌 전문가들. ⓒ현대자동차그룹(데일리안 재구성)

정의선 수석부회장 리더십의 특징은 혁신의 과정에 있어 외부의 인재와 기술을 받아들이는 것에 전혀 거리낌이 없다는, 나아가 적극 활용한다는 데 있다. 그런 특성은 현대자동차그룹의 총괄을 담당한 이후 경영방식에서도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정 수석부회장은 젊은 시절 기아자동차의 경영을 맡았을 당시부터 외부에서 영입한 유능한 인재 하나가 회사의 특정 분야 경쟁력을 획기적으로 도약시킬 수 있다는 점을 증명했다.


36세였던 2005년 기아차 대표이사 사장으로 임명된 정 수석부회장은 이듬해 세계 3대 자동차 디자이너로 꼽히며 자동차 명가 아우디와 폭스바겐의 디자인을 총괄하던 피터 슈라이어를 영입하며 세계 자동차 업계를 놀라게 했다.


당시의 기아차는 ‘현대차 2중대’로 불릴 정도로 차별화된 경쟁력을 만들어내지 못하는 한계에 봉착해 있었으나, 젊은 오너가 외친 ‘디자인 기아’의 기치 아래 세계적 디자이너 슈라이어가 선봉에 서며 단숨에 세계적으로 디자인을 인정받는 브랜드로 급성장했다.


당시 구축한 ‘직선의 단순화’와 ‘호랑이 코 패밀리룩’과 같은 디자인 정체성은 지금까지도 이어져 수많은 히트작들을 만들어냈다.


정 수석부회장은 현대차로 자리를 옮기고 점차 그룹 내에서 맡는 역할이 커질수록 외부 인재 영입에 적극적으로 매진했다.


프리미엄 브랜드 제네시스 출범과 함께 고급화된 브랜드 전략을 배우기 위해 폭스바겐의 슈퍼카 브랜드 람보르기니의 브랜드 전략을 담당하던 맨프레드 피츠제럴드를 영입했고, 고성능차 브랜드 ‘N' 출범에 앞서 기술력 강화를 위해 BMW 고성능차 개발총괄책임자 출신 알버트 비어만을 초빙했다.


그밖에 폭스바겐·푸조 출신의 스타 디자이너 루크 동커볼케, BMW의 고성능차 브랜드 ‘M’ 사업부 출신의 고성능차 상품·마케팅 전문가 토마스 쉬미에라, BMW에서 아키텍처 개발을 담당하던 파예즈 라만, 부가티 디자이너 출신 디자이너 알렉산더 셀리파노브, 다임러 트럭 출신의 상용차 R&D 전문가 마이크 지글러 등 수많은 외국인 인재들이 현대차그룹 내에서 전문가 집단을 형성했다.


이들 중 상당수는 정 수석부회장이 현대차그룹을 총괄하게 된 이후에도 여전히 한국에 남아 정 수석부회장의 ‘외인부대’로 불리고 있다.


신재원 현대자동차 UAM(도심 항공 모빌리티) 사업부담당 부사장이 국제 전자제품 박람회(CES 2020) 개막을 하루 앞둔 1월 6일(현지시간) 라스베이거스 만달레이베이 호텔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당시 그는 "정의선 수석부회장의 혁신 의지에 반해 현대차그룹에 합류하게 됐다"고 말했다. ⓒ현대자동차

비단 외국인 뿐만이 아니다. 해외 경쟁사나 이업종에서 두각을 나타낸 한국인 전문가들도 정 수석부회장으로부터 가차 없이 ‘헌팅’을 당했다.


미래 자동차 기술에서 IT 기술의 비중이 커지자 삼성전자 출신의 지영조 사장에게 그룹 전략기술본부를 맡겼고, 자율주행 기술을 한 단계 더 끌어올리기 위해 제너럴모터스(GM)에서 일하던 자율주행 전문가 이진우 상무를 영입해 지능형안전기술센터를 이끌도록 했다.


정 수석부회장이 ‘스마트 모빌리티 솔루션’ 전략을 선언하고 도심항공 모빌리티(UAM) 사업 진출을 결정한 직후인 지난해 9월에는 미국 항공우주국(NASA) 출신 신재원 박사를 영입해 UAM사업부를 맡겼다.


벤틀리 출신 스타 디자이너로 현재 현대디자인센터장을 맡고 있는 이상엽 전무 역시 정 수석부회장의 외부인재 영입의 대표적인 성공 케이스다.


정 수석부회장은 이처럼 다양한 분야에서 인재를 영입해 적재적소에 투입하기 위해 평소에도 폭넓은 인간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정 수석부회장은 전문가를 영입할 때 단순히 외부에 알려진 스펙이나 명성만 보고 결정하는 게 아니라 길게는 수 년씩 직접 만나 식사도 하고 교류를 갖다가 비전을 공유할 만한 인물이라고 판단하면 함께 하자고 제안한다”고 말했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왼쪽)과 케빈 클락 앱티브 CEO가 2019년 9월 23일 미국 뉴욕 골드만삭스 본사에서 자율주행 S/W 개발을 전문으로 하는 합작법인 설립에 대한 본계약을 체결한 뒤 악수하고 있다. ⓒ현대자동차그룹

정 수석부회장은 외부 인재 뿐 아니라 외부 기술을 받아들이는데도 적극적이다. 정 수석부회장 체제 이후 현대차그룹은 ‘오픈 이노베이션’ 전략을 가속화하며 외부 기업과의 제휴나 스타트업 발굴, 투자 등에 적극적으로 임하고 있다.


정 부회장 취임 직후 이뤄진 스위스 홀로그램 전문 기업 웨이레이(Wayray)에 대한 전략적 투자를 통해 증강현실(AR) 내비게이션 기술을 확보한 것을 시작으로, 미국의 인공지능(AI) 전문 스타트업 퍼셉티브 오토마타, 이스라엘 인공지능 전문 스타트업 알레그로.ai, 미국 드론 분야 최고 기술력을 자랑하는 ‘톱 플라이트 테크놀러지스’등에 잇달아 투자했다.


네이버 CTO 출신 송창현 대표가 네이버 및 카카오 출신 핵심 기술 인력들과 함께 창업한 ‘코드42’에도 전략 투자하며 국내 기술동향도 놓치지 않는 모습을 보였다.


지난해에는 세계적 자율주행 소프트웨어 업체 앱티브와 자율주행합작법인 설립에 대한 계약을 체결했으며, 올해 합작법인 ‘모셔널’을 설립함으로써 자율주행 기술 경쟁에서 한발 앞서나갈 계기를 마련하게 됐다.


모셔널은 모든 상황에 대처할 수 있는 레벨 4 수준의 자율주행 기술을 개발하고 상용화를 추진하며, 올해부터 완전자율주행 시스템에 대한 테스트를 진행한다. 2022년에는 로보택시 및 모빌리티 사업자에게 자율주행 시스템과 지원 기술을 공급할 계획이다.


그밖에 인도 차량호출 서비스 기업 ‘올라’, 유럽 고성능 전기차 기업 ‘리막’, 이스라엘 차량 탑승객 외상 분석 전문 스타트업 엠디고, 유럽 초고속 충전소 업체 아이오니티 등도 정 수석부회장 체제 이후 현대차그룹이 투자한 기업들이다.


정 수석부회장은 나아가 전세계 유망 스타트업을 지속 발굴하고 투자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해 놓았다. 한국을 비롯, 미국, 중국, 독일, 이스라엘 등 세계 5개 지역에 오픈 이노베이션 센터를 설립하고, 이를 통해 해당 지역 유망 스타트업을 세심히 들여다보고 있다.

박영국 기자 (24py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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