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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이후 생보 빅3 보험금 부담 1조 늘었다


입력 2020.10.05 06:00 수정 2020.09.29 11:00        부광우 기자 (boo0731@dailian.co.kr)

새 국제회계기준 시행 시 필요 적립금 264조 달해

제로금리 현실화에 압박 가중…실적 악화 '이중고'

국내 3대 생명보험사 보험부채적정성평가 금액.ⓒ데일리안 부광우 기자

국내 빅3 생명보험사들이 가입자들에게 보험금을 제대로 지급하기 위해 짊어져야 하는 부채가 올해 들어서만 1조원 넘게 불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하 코로나19) 사태로 시장 금리가 곤두박질치면서, 과거에 높은 이자를 주기로 약속하고 팔았던 상품들로 인한 압박이 가중되는 모양새다. 유래 없는 제로금리 시대가 현실화하면서 금융사들의 경영 환경에 먹구름이 드리우는 가운데 점점 덩치가 커져 가는 보험금 부담은 생명보험업계의 어깨를 한층 무겁게 만들 것으로 보인다.


5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말 기준 삼성·한화·교보생명 등 3개 생보사들의 보험부채적정성평가(LAT) 액수는 총 264조415억원으로 지난해 말(262조7572억원)보다 0.5%(1조2843억원) 더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LAT는 각 보험사의 보험부채 시가평가액을 추정해 그보다 많은 책임준비금을 적립하도록 하는 제도로, 2023년 시행될 예정인 새 국제회계기준(IFRS17)에 대비하기 위해 마련됐다. IFRS17은 계약자들에게 돌려줄 보험금을 현행 원가 대신 시가로 평가하는 새로운 회계기준이다. 이렇게 되면 가입 당시 금리가 반영되면서 보험사의 부채는 커지게 되는데, LAT는 이를 미리 추산한 값이다.


즉, 이 같은 IFRS17가 적용된다고 가정했을 때 3대 생보사들이 쌓아야 하는 준비금은 올해 들어서만 1조3000억원 가까이 증가한 셈이다. 생보사별로 보면 우선 삼성생명의 LAT 금액이 같은 기간 139조2994억원에서 139조6192억원으로 0.2%(3198억원) 늘었다. 이어 한화생명 역시 66조7841억원에서 67조940억원으로, 교보생명도 56조6737억원에서 57조3283억원으로 각각 0.5%(3099억원)와 1.2%(6546억원)씩 관련 액수가 증가했다.


이처럼 미래 보험금에 따른 생보사들의 재무적 부담이 커지고 있는 이유는 코로나19 이후 눈에 띄게 낮아진 시장 금리에 있다. 시중 이자율이 낮아지면서 기존 계약 상 가입자들에게 약정했던 금리가 상대적으로 높아지게 되고, 이로 인해 생보사들이 감당해야 할 잠재적 부채가 늘고 있다는 얘기다.


우리나라는 올해 처음 기준금리 0%대 시대를 맞이한 실정이다. 한국은행은 지난 3월 코로나19 여파가 본격 확대되자 경기 부양을 위해 기준금리를 1.25%에서 0.75%로 한 번에 0.50%포인트 인하하는 이른바 빅 컷을 단행했다. 우리나라의 기준금리가 0%대까지 떨어진 건 올해가 처음이다. 이어 한은이 5월에도 0.25%포인트의 추가 인하를 결정하면서 현재 기준금리는 0.50%로 역대 최저치를 다시 한 번 경신한 상태다.


이렇게 금리가 낮아지면서 생보업계가 가장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상품은 저축보험이다. 2010년대 초중반 생보업계는 자산 규모 경쟁을 벌이며 고금리를 앞세운 저축성 보험 판매에 열을 올렸는데, 저금리가 심화하면서 추가적인 책임준비금 필요분이 누적되는 형국이다.


이런 부채 증대에 따른 영향을 제외하고도 저금리는 그 자체만으로 생보업계에 악재로 꼽힌다. 보험사는 고객들로부터 받은 보험료를 잘 굴려 훗날 다시 가입자들에게 돌려줘야 하는데, 금리가 떨어지면 자산운용을 통해 거둘 수 있는 투자 수익률도 통상 나빠지는 흐름을 보이기 때문이다.


안 그래도 생보사들은 보험 시장 포화에 따른 실적 악화에 직면해 있는 상황이다. 최근의 금리 인하 추세가 더욱 뼈아플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실제로 지난해 생보업계의 전체 당기순이익은 3조1140억원으로 전년(4조325억원) 대비 22.8%(9185억원)나 축소됐다. 올해 상반기 순이익 역시 2조727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2조1276억원)보다 2.6%(549억원) 줄며 감소세를 이어갔다.


금융권 관계자는 "코로나19 이슈가 장기화하면서 저금리 기조도 함께 지속될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당분간 생보사들의 재무 구조에도 부정적 영향이 불가피할 것"이라며 "IFRS17 실시 이전 선제적인 자본 확충이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부광우 기자 (boo0731@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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