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남기 “전세 불안하지만…수도권 아파트 입주 물량 예년 상회”
“임대차 3법 생겼는데 지난 10년 평균 보다 물량 많은 것이 무슨 상관” 시장 비판
정부가 올해 4분기 서울과 수도권 아파트 입주물량이 예년에 비해 늘었다며, 현 전세대란 상황을 모면하기에 급급한 상황을 연출해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입주물량이 늘었다고 하더라도 올해는 최근 전세대란 주범으로 손꼽히는 ‘주택 임대차 2법(계약갱신청구권·전월세상한제)’이라는 변수가 생겼기 때문에 예년 평균과 같은 선상에서 설명하는 것은 소용이 없다는 것이다.
또한 서울과 수도권 4분기 입주물량은 지난해와 비교해 줄었음에도, 정부가 10년치 평균을 제시하며 정부에게 유리한 통계를 선별적으로 사용했다는 비판도 나온다.
29일 정치권에 따르면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28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제9차 부동산시장 점검 관계장관회의에서 “현재 전세 시장은 임대차 3법 등 새로운 제도가 정착되어 가는 과도기적 상황에서 다양한 정책 이외 요인도 시장에 복합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4분기 중 수도권과 서울의 아파트 입주 물량이 예년을 상회하고 있다”며 “저금리 기조 등 정책 요인과 가을 이사철 계절 요인 코로나19로 연기됐던 신규 입주수요(혼인) 등에 더해 이러한 수급 측면의 요인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정부는 올해 4분기 서울과 수도권 아파트 입주 물량이 각각 1만2000가구, 4만9000가구로 지난 2010∼2019년 평균(각각 1만1000가구, 4만2000가구)보다 많은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대해 시장에서는 비판이 빗발치고 있다.
서울에 거주하는 30대 직장인 A씨는 “정부가 입주물량을 늘렸으니 전세대란의 책임이 없다는 말로 들린다”며 “그러나 처음부터 임대차3법이 아니었으면 지금의 전쟁 같은 전세대란은 없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수도권에 거주하는 40대 B씨도 “지난 10년 동안은 임대차법이 없었지만 지금은 상황이 달라졌는데, 변화한 상황을 고려하지 않고 단지 입주물량이 늘었다고 변명하는 정부 꼴이 우습다”고 꼬집었다.
실제로 임대차법 시행 이후 세입자들이 계약갱신청구권을 사용해 전세계약을 연장하며 시장에 전세매물이 잘 나오지 않고, 집주인들은 세입자의 계약갱신청구권 거절을 위해 실입주를 하는 사례가 늘어나면서 전세매물은 더욱 줄어들고 전세가격은 천정부지로 오르고 있다.
김인만 김인만부동산연구소장은 "강남 등 인기지역의 경우 투자목적으로 전세를 끼고 투자한 사람들이 개정된 임대차보호법으로 본의 아니게 자가거주로 돌아서게 되면서 강남 등 인기지역의 전세물량은 더 줄어들고 있다"고 분석했다.
또한 최근 통계와 비교하면 서울 입주물량이 줄어들고 있는데, 정부가 지난 10년 평균 통계를 제시하며 입주물량이 늘어나 보이게 발표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여기에 다주택자에 대한 규제로 최근 주택시장이 실거주 위주로 재편되는 분위기여서 실제 전세 물량은 더 줄어들 가능성이 크다.
직방 조사에 따르면 4분기 서울 입주물량은 6376가구로 지난해 같은 기간(1만1468가구)에 비해 급감했다. 이는 또한 정부통계와 달리 임대 및 연립주택을 제외한 총가구수 30가구 이상 아파트만 포함한 수치다.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다음 달 서울에서는 1개 단지, 296가구가 입주를 시작할 예정이다. 이는 지난 2018년 4월(55가구 입주) 이후 2년 7개월 만에 가장 적은 수치로 조사됐다.
12월 역시 서울 입주물량은 4104가구로 지난해 같은 기간(6323가구) 보다는 급격히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최근 전세난으로 주택시장의 불안정성이 커지는 가운데 12월 입주물량이 예년에 비해 적어 전세매물 공급에 큰 도움이 되지 못할 전망”이라며 “내년 입주물량은 올해보다도 적을 것으로 보이면서 전세난이 이어지는 것에 대한 우려가 높다”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