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목에 차고 있다가 전화 오면 핸즈프리로 ‘변신’
‘빨리 닳는 배터리·20만원대 애매한 가격’ 아쉬워
“화웨이, 스마트밴드, 근데 20만원대?”
화웨이가 지난 9월 스마트밴드 ‘토크밴드 B6’를 국내에 출시한다고 했을 때 들었던 생각이다.
제품 출고가는 스포츠 에디션(그래파이트 블랙·코랄 레드)이 22만원, 클래식 에디션(모카 브라운·카멜리아)이 26만9000원이다. 스마트밴드 시장은 국내 절대 강자인 샤오미 ‘미밴드’가 3만원대 ‘갓성비’로 시장을 압도하고 있어 20만원대 가격이 너무 비싸게 느껴진 게 사실이다.
토크밴드 B6를 약 2주간 써보면서 든 생각은 ‘돈값 하네’였다. 3만원대 미밴드와 비교하기엔 몇 가지 핵심 기능이 일상을 훨씬 편리하게 만들어줬다.
가장 큰 차이는 토크밴드로 스마트폰 없이 직접 통화가 가능하다는 점이었다. 미밴드가 화면 터치로 스마트폰에 걸려온 전화를 받거나 종료하는 등 ‘제어’만 가능했다면, 토크밴드는 스트랩에서 본체를 분리해 귀에 끼워 넣는 식으로 통화를 할 수 있었다.
스트랩 케이스 양옆에 달린 버튼을 누르면 ‘딸깍’하고 본체가 튀어나온다. 생김새는 ‘블루투스 핸즈프리’와 똑 닮았다.
토크밴드를 손목에 차고 있다가 전화가 오면 버튼을 눌러 본체를 분리하고 귀에 꽂으면 된다. 직접 통화해보니 시끄러운 지하철이나 카페 등 야외에서도 상대방이 목소리를 알아듣기 어렵지 않았다고 했다.
오히려 주변 소음은 거의 들리지 않고, 목소리가 더 또렷하게 들린다는 반응들이었다. 비슷한 환경에서 기존 사용하던 삼성전자 무선이어폰 ‘갤럭시버즈 플러스’와 비교했을 때 거의 차이를 느끼기 어렵다고 했다. 스마트폰과 토크밴드 간 연결도 매끄러워 전화가 오면 동시에 알람이 울려 바로 전화를 받기 편했다.
화웨이 관계자는 “토크밴드는 화웨이의 기린 A1칩으로 구동되며, 화웨이가 개발한 실시간 소음 감소 알고리즘과 함께 BLE 5.2 기준을 충족해 사용자에게 더 안정적이고 깨끗한 통화 경험을 제공한다”고 설명했다.
착용감은 처음 귀에 꽂았을 때 생소했다. 귀에 꽂는 곳이 인이어도 오픈형도 아닌 특이한 구조여서 착용했을 때 쉽게 빠질 것 같다는 불안감을 줬다. 하지만 적응되니 제품을 귀에 꽂고 귀를 바닥으로 향하게 한 뒤 세게 흔들거나 가볍게 뛰어도 전혀 빠지지 않았다.
다음으로 유용하게 쓴 기능은 수면 측정과 스트레스 관리다. 평소 깊게 잠들지 못하는 것 같아 수면 패턴이 궁금했는데, 측정해보니 총 7시간 15분의 수면시간 중 얕은 수면이 평균 56%로 나타났다. 깊은 수면은 27%, 렘(REM) 수면은 17%였다.
이는 화웨이 헬스 애플리케이션(앱)을 내려받아 확인할 수 있다. 앱은 ‘수면의 질이 열악한 사람은 대부분 나쁜 수면 습관을 갖고 있다’며 ‘계속 노력하라’고 조언했다.
손목에 1분간 밴드를 착용하고 스트레스 테스트를 진행하면 현재 스트레스 레벨이 나타난다. 측정값은 앱에 기록돼 정신건강을 스스로 관리할 수 있도록 도와줬다.
저가형 밴드와 또 다른 차별점은 혈중 산소 포화도(SpO2) 모니터링 기능이 탑재됐다는 점이다. 직접 체험해보진 않았지만, 토크밴드는 높은 고도의 지역에서도 산소 포화도를 측정할 수 있다고 한다.
쓰면서 불편한 점은 총 두 가지였다. 생각보다 배터리가 굉장히 빨리 닳았다. 보통 스마트밴드는 한 번 충전으로 1~2주 이상 사용 가능한데, 토크밴드는 큰 화면과 통화 기능 탓인지 최대 밝기인 500nit(니트)로 종일 사용했을 때 최소 3일마다 한 번씩은 충전을 해줘야 했다.
대신 충전에 오랜 시간이 걸리지는 않는다. 48%에서 100%까지 충전하는 데 약 20여분이 걸렸다. 제품 배터리 용량은 120밀리암페어시(mAh)다.
두 번째는 역시 가격이다. 스마트밴드 시장 경쟁이 치열해진 현 상황에서 이 돈을 주고 화웨이 제품을 사기 망설여진다. 스트랩에서 분리해 쓸 수 있는 제품 폼팩터(기기 형태)는 참신하지만, 소비자들에게 더 가까이 다가가려면 성능을 끌어올리고 가격을 낮추는 노력이 필요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