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고 스타일리스트에서 뒷광고 오명을 쓰고 나락으로 떨어지는 데 걸린 시간은 약 이틀이다. 지난 7월 한혜연은 자신의 유튜브 채널 '슈스스TV'에서 PPL을 받았지만 유료광고를 명확하게 기재하지 않았고, '내돈내산'(내가 돈주고 내가 산) 콘텐츠가 실제 구매한 것이 아닌, 광고였다는 것이 알려져 구독자들로부터 거센 비난을 받았다.
이에 '슈스스TV' 측은 "해당 콘텐츠는 즉시 문구를 표기해 수정할 예정이며, 철저한 제작 검증 시스템을 통해 재발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사태 진압에 나섰지만 등 돌린 구독자들을 달래기는 역부족이었다. 스타일리스트란 직업이 주는 신뢰와 전문성을 이용해 자신의 이익을 취했다는 점이 괘씸죄로 적용됐다.
한혜연은 논란이 터진 후 이틀 뒤, 영상을 통해 직접 사과했다. 한혜연은 "돌이킬 순 없지만 저 스스로에게도 실망했다. 올려주시는 댓글 하나하나 보면서 깊이 통감하고 있다. 앞으로는 PPL의 명확한 표기로 두 번 다시 실망하지 않는 채널이 되도록 철저히 관리하고 지키도록 하겠다"고 고개를 숙였다.
한혜연은 그대로 유튜브 업로드를 중단했다. 그렇게 잠잠해지는 듯 했지만 지난 달, 법무법인 한누리와 서울대 로스쿨 집단소송클리닉은 뒷광고 해당 제품 구매자들을 모아 집단소송을 하겠다고 밝히며 다시 한 번 이슈의 중심이 됐다.
서울대 집단소송클리닉에 따르면 2020년도 2학기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에 개설된 임상 법학과목 중 하나인 집단소송클리닉에서는 학생들에게 직접 소송 아이디어를 받고 있다. 수업 참여 학생 중 다수가 유튜버 뒷광고 소송을 소재로 기획안을 제출했고, 임상 법학 수업의 일환으로 법무법인 한누리와 함께 한혜연의 유튜브를 보고 상품을 구매한 사람들을 모아 한혜연과 광고주를 상대로 정신적 피해에 대한 손해배상 책임을 묻는 소송을 청구하기로 한 것이다.
하지만 지난 2일 법무법인 한누리 측은 한혜연을 상대로한 뒷광고 소송을 진행하지 않기로 했다. 한누리 측은 "소송대상을 일부 제품에 한정한데다가, 해당 제품의 가액이 크지 않아 청구금액이 1인당 1만원 정도의 소액인 점, 뒷광고 스캔들 이후 상당기간이 경과한 점, 해당 제품 구매사실증빙을 보관하는 분들이 많지 않은 점 때문인 것으로 추정된다"고 소송 희망자가 예상보다 적었음을 시사했다.
그러면서 "소송을 제기하더라도 당초의 의미를 제대로 살리지 못할 것으로 생각된다. 더구나 참여를 희망하신 분 중에서도 소수가 참여하는 소송에 부담을 느끼시는 분들이 있어 이번 소송은 현실적으로 추진이 어렵다는 판단을 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한혜연의 한 지인은 "논란 이후 두문불출해서 연락이 잘 안된다"고 전하는가 하면 또 다른 관계자는 "집단 소송 기사가 난 후 부담을 느끼는 것 같았다. 잘못한 것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것이 본인 아니겠나"라고 귀띔했다.
센스있는 입담과 한지민, 임수정, 김아중 등 정상급 여배우들의 스타일링을 맡아 '슈퍼스타 스타일리스트'였던 한혜연이다. 그러나 그가 가장 사랑받을 수 있었던 이유는 패션계에서 20년 동안 자신의 길을 고집하며 정상에 오른 실력이었다. 그것을 배반되는 순간 인맥, 재력 등 보여졌던 것들은 아무 소용없게 됐다. 20년 공들인 탑이 무너지는데 이틀이 걸렸다. '슈스스'란 타이틀을 재건하기까지는 얼마의 시간이 필요할까. 한혜연의 고민이 깊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