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식스 원필, 4년 만의 솔로…“좋은 모습만 보여주려던 사람, 이번엔 감정 숨기지 않아” [D:인터뷰]

전지원 기자 (jiwonline@dailian.co.kr)

입력 2026.04.03 11:25  수정 2026.04.03 11:25

사랑에 빗대 답답함과 상실 풀어낸 ‘사랑병동’…“응어리 해소하는 창구 됐으면”

데이식스(DAY6) 원필이 4년 만에 솔로 앨범으로 돌아왔다. 첫 솔로 앨범 이후 오랜만에 내놓는 미니 1집 ‘언필터드’(Unpiltered)는 제목 그대로, 그동안 꺼내 보이지 않았던 감정과 내면을 조금 더 직접적으로 들여다본 결과물이다. 늘 따뜻하고 다정한 위로를 건네는 이미지가 강했던 원필이지만, 이번에는 밝고 희망적인 감정만이 아니라 무너짐과 상실, 답답함과 부담감 같은 감정들까지도 음악 안으로 끌어들였다.


ⓒJYP

최근 서울 강남구의 한 카페에서 진행된 라운드 인터뷰에서 원필은 “이번 앨범은 첫 솔로 앨범 때보다 더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는 욕심에서 출발했다”고 말했다. 데이식스 10주년 활동을 지나면서도 “다음에는 또 다른 걸 보여드려야 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멤버들 안에서 쌓여 있었고, 솔로 작업에서는 그 방향이 더 선명하게 드러났다는 것이다.


“‘필모그래피’(Pilmography)는 첫 번째 솔로 앨범이었기 때문에 그때는 그 앨범이 다루고 싶었던 방향이 있었어요. 그런데 이번에는 다른 음악으로 보여드리고 싶다는 욕심이 컸어요. 멤버들이랑 데이식스 앨범과는 또 다른 걸 보여드려야 되지 않을까 하는 얘기를 하기도 했죠. 그런 생각들이 쌓이다 보니 제 앨범을 작업할 때도, 솔로니까 아무래도 오로지 저만 생각하면 되잖아요. 그래서 더 새로운 음악으로 나올 수 있게 됐던 것 같아요. 그냥 한번 해보고 싶었어요. 새로운 시도를요”


하지만 변화는 장르적인 차이에만 머물지 않는다. 원필은 이번 앨범을 통해 더 솔직한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고 했다. 그동안은 희망을 건네는 쪽에 더 무게를 뒀다면 이번에는 자신 안에 있는 답답함과 상실감, 부담감 같은 감정들도 숨기지 않고 풀어내고 싶었다는 것이다. 특히 그는 데이식스로 곡을 쓰고 연출하고 무대에 서는 과정에서 생기는 책임과 부담이 자신도 모르게 계속 쌓여 있었다고 털어놨다.


“전역하고 나서부터는 데이식스를 바라보는 시선이 저도 좀 달라졌던 것 같아요. 팀에 대한 부담감이나, 음악적인 책임감 같은 게 저도 모르게 계속 쌓였거든요. 우리가 곡을 쓰고, 연출하고, 무대를 배우고 하는 거에 있어서 긴장도 더 많이 하게 되고요. 원래 이 정도까지는 아니었던 것 같은데 공연 전이나 뭔가 중요한 순간이 되면 부담을 확 느끼게 되더라고요. 그런데 저는 항상 좋은 모습만 보여주고 싶었어요. 안 좋은 모습은 안 보여주고 싶고요. 그런데 이번에는 인간 원필로서 조금 다른 이미지를 보여주고 싶다는 마음이 너무 컸고, 그게 이번 앨범 방향하고 잘 맞았던 것 같아요”


그는 이번 타이틀곡 ‘사랑병동’을 두고 오래전부터 머릿속으로만 상상하던 트랙이라고 설명했다. 여러 장르를 폭넓게 좋아하는 성향답게, 특정 장르에 자신을 가두기보다는 그동안 상상해온 사운드를 직접 구현해보고 싶었다는 것이다. 함께 작업한 작가진에게 머릿속 이미지를 설명했더니 그 그림이 생각보다 정확하게 구현됐다고도 했다.


앨범의 핵심은 결국 ‘감정의 해소’다. 원필은 ‘사랑병동’이 단순히 사랑 이야기라기보다 누구나 살아가면서 참아야만 하는 답답함과 응어리를 조금이라도 풀어낼 수 있는 창구가 되었으면 하는 마음에서 출발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그 감정을 너무 날것 그대로 쏟아내면 듣는 사람에게 거부감이 생길 수 있다고 판단했고, 그래서 사랑이라는 감정을 빌려 보다 중의적으로 풀어냈다는 설명이다.


“저뿐만 아니라 누구나 살아가면서 온전한 진심을 말로 다 풀어낼 수는 없잖아요. 사회생활을 하면서 다들 참고, 앓고, 삼키고 살아가는데 그걸 조금이라도 해소시켜주고 싶었어요. 단지 사랑을 빗대서 말한 것뿐이지, 결국은 안에 있는 답답함이나 응어리들을 풀어낼 수 있는 창구가 됐으면 좋겠다는 마음이었어요. 완전히 솔직하게 다 쓰면 아무도 못 들을 것 같은 거예요(웃음). 그래서 사랑이라는 걸 가져와서 조금 더 중의적으로 표현하려고 했어요. 보편화된 표현을 가져와서 들으시는 분들이 거부감 없이 받아주셨으면 좋겠다는 마음도 있었고요”


ⓒJYP

이번 앨범에는 그동안의 원필 가사에서 비교적 보기 어려웠던 무너짐이나 불안, 현실을 감당하는 감정도 더 직접적으로 담겼다. 누구나 어른이 되어가는 과정에서 겪는 감정들을 이번에는 그냥 지나치지 않고 붙잡아두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번에는 저답지 않게 쓴 가사들이 많아요. 무너져가는 상태를 말하는 노래도 있고, 현실을 받아들이는 가사들도 있고요. 예전에는 희망만 주려고 했던 것 같아요. 그런데 저는 마냥 웃고, 좋은 사람만은 아닌 것 같아요. 사람이 진짜 어떻게 그럴 수 있겠어요. 그래서 이번에는 그런 감정도 가리지 않고 쓰고 싶었어요. 그냥 어른이 되는 건 싫은데, 또 어른이 되어가면서 살아가는 메시지 같은 것도 있고요. 최대한 제 이야기를 많이 담으려고 했어요”


그렇다고 해서 이 앨범이 일방적인 고백으로만 남길 바란 것은 아니었다. 원필은 오히려 팬들이나 대중이 이 음악을 너무 걱정의 시선으로만 보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했다. 어디까지나 지금 이 시기의 자신이 만든 하나의 작품이며, 듣는 이들에게도 각자의 감정을 털어내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는 설명이다.


“사실 가장 걱정됐던 건 팬분들이 너무 걱정하실까 봐였어요. 콘셉트 필름이나 뮤직비디오, 곡이 완성되고 들려드리는 순간까지 계속 그 생각이 있었어요. 그런데 저는 어쨌든 음악으로는 잘하고 싶었어요. 곡을 만드는 사람이 언제나 좋은 모습만 보여줄 수는 없으니까요. 물론 팬분들이랑 소통할 때나 무대에 설 때는 언제나 좋은 모습만 보여드리고 싶어요. 그런데 음악에서는 이런 말들을 전달할 수 있을 것 같았어요. 그래서 이걸 듣고 너무 걱정만 안 해주셨으면 좋겠어요. 그냥 지금의 작품으로 봐주셨으면 좋겠고, 안에 있는 응어리들을 조금이라도 해소할 수 있는 창구가 됐으면 좋겠어요”


그동안 원필이 낸 노래를 들으면 대놓고 “괜찮다”고 말하며 위로하기보다, 자신의 이야기를 풀어놓는 과정을 통해 듣는 사람을 자연스럽게 위로하는 방식에 가까웠다. 이번 앨범 역시 그 결을 이어간다. 생각이 많지만 말을 잘 못하는 편이라는 원필은 그래서 음악에서라도 이런 이야기들을 하게 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저도 언제부터 이렇게 생각이 많아졌는지는 잘 모르겠어요. 어렸을 때도 이렇게 많은 생각을 했는지는 기억이 잘 안 나는데, 저는 원래 언제나 각이 져 있는 애는 아니었던 것 같아요. 좀 동굴에 사는 애였달까. 그런데 이런 연습생 생활도 한 5년 하고, 데뷔하고 나서는 11년이 됐잖아요. 그러다 보니까 더 생각이 많아질 수밖에 없는 것 같아요. 날이 갈수록 책임져야 될 것들도 많아지고, 잃기 싫은 것들도 많아지고요. 그러다 보니 거기에 대한 두려움도 있고 사람들과의 관계에 있어서도 ‘내가 불편하게 하진 않았을까’, ‘내가 그 말을 안 했으면 더 좋게 흘러가지 않았을까’ 이런 생각들을 밤에 엄청 많이 해요. 우울감이라기보다는... 뭐라고 해야 되지, 재밌기도 하고 하나도 재미없는 것도 같고 그래요. 그냥 그런 많은 생각들을 할 때 최대한 안 빠지려고 해요. 무거운 어떤 짐 같은 것들도 최대한 가볍게 생각하려는 습성이 생긴 것 같아요. 여태까지 진짜 산이 너무 많았어요. 안 힘들었던 적이 없었어요. 그래서 항상 그럴 때마다 ‘이번에도 또 그럴 거야, 또 지나갈 거야’ 하면서 살았던 것 같아요”


이번 앨범을 작업하면서 느꼈던 해방감은 콘셉트 필름과 뮤직비디오 촬영 과정에서도 이어졌다. 감정을 계속 끌어올리고, 어두운 상상을 반복하며 몰입해야 했던 시간이 쉽지만은 않았지만, 그만큼 털어내는 느낌도 컸다고 했다.


“콘셉트 필름이랑 티저, 뮤직비디오 촬영을 하면서 되게 해소됐어요. 시원하기도 하고 진짜 좋았어요. 이번 기회에 조금이라도 털어낼 수 있었던 것 같아요. 계속 울어야 하고, 안 좋은 생각들을 하면서 극으로 몰아가야 했거든요. 제가 그런 상태에 오래 머무는 게 무섭기도 했어요. 그런데 감추고 싶었던 것들을 글이든 영상이든 쏟아낸 것 같아서 되게 후련했어요”


앨범 제목 ‘언필터드’ 역시 그 연장선상에 있다. 그는 이번 앨범에서 가장 보여주고 싶었던 것은 결국 ‘감정’이라고 했다. 타이틀곡뿐 아니라 수록곡들에도 자신의 이야기와 기억, 지금의 상태가 곳곳에 묻어 있다. 물론 이런 방향성이 쉽지만은 않았다. 원필은 작업할 때마다 “너무 솔직하면 아무도 못 들을 것 같다”는 생각과, 그래도 숨기고 싶지 않다는 마음 사이에서 줄타기를 했다고 털어놨다. 그래서 사랑, 상실, 성장 같은 보다 보편적인 정서를 빌려 자신의 감정을 정제했다.


ⓒJYP

노래에 자신의 이야기를 솔직하게 풀어내지만 즉흥적인 성격은 아니라고 한다. 대개는 컴퓨터 앞에 앉아 트랙을 반복해서 들으며 가장 많이 떠오른다고 했다. 평소에 떠오르는 생각들을 모아두다가, 정해진 작업 시간 안에서 만들어낸다는 것이다.


“저는 완전 그때그때 다른데, 보통은 컴퓨터 앞에 앉아서 노래를 계속 반복해서 들을 때 (영감이) 제일 많이 와요. 이동하거나 혼자 있을 때 생각을 하긴 하지만, 막상 ‘써야지’라는 확신이 드는 건 트랙을 듣는 그 순간인 것 같아요. 그리고 어쨌든 납기일이 너무 중요해요(웃음). 전 진짜 중요하게 생각하거든요. 이게 없으면 계속 수정만 하다가 될 것도 안 나오는 것 같아요. 저희는 항상 마감기한이 중요했어요”


팬들 반응 가운데 특히 기억에 남았던 건 “드디어 본인의 색깔을 찾은 것 같다”는 말이었다. 그러나 원필은 여전히 “제 색깔이 무엇인지 모르겠다”고 답했다. 그가 좋아하는 음악은 계속 바뀌고, 그래서 다음 앨범이 어떤 모습일지 자신도 예측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는 아티스트의 색은 결국 대중이 정해주는 것 같다고 말했다.


대신 변하지 않는 바람은 분명하다. 데이식스 때도, 솔로 원필로서도, 시간이 지나도 낡지 않는 음악을 하고 싶다는 것이다. 30대의 자신에게 맞는 노래가 있고, 40대와 50대의 자신에게 맞는 노래도 있겠지만, 시간이 지나도 여전히 들릴 수 있는 음악을 하고 싶다고 했다.


이전 솔로곡 ‘행운을 빌어 줘’가 많은 이들에게 위로곡, 세레곡, 면접곡처럼 자리 잡았다면, 이번 앨범의 노래는 “안 좋은 감정들을 시원하게 거치고 갈 수 있는 곡”으로 남길 바란다고 했다. 누군가 자신의 감정을 이 노래를 통해 털어낼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충분하다는 것이다.


“‘행운을 빌어 줘’보다 조금은 더 성숙해졌지만, 어른이 되어버렸다는 느낌 속에서도 많은 분들께 위로가 되지 않을까 싶어요. 이번 곡은 그냥 안 좋은 감정들을 거치고 갈 수 있는 곡이었으면 좋겠어요. 시원하게 떨쳐내고 가셨으면 좋겠어요. 제가 해소했던 것처럼, 들으시는 분들도 자기 감정을 해소하는 데 조금이라도 도움이 됐으면 좋겠어요.”


이번 앨범에는 오랜만에 다시 손을 맞춘 작업 파트너들과의 시너지도 담겼다. “우민 형이랑은 2014~2015년도에 처음 만났었어요. 데뷔 직전부터 작업했던 분이고, 그때부터 제가 원하는 방향이랑 우민 형이 추구하는 방향이 너무 잘 맞았거든요. 10년이 지난 뒤에 다시 만났는데도 그게 똑같았어요. 제가 머릿속으로 상상했던 트랙을 말로만 설명했는데, 그걸 딱 구현해주시는 게 너무 좋았어요. 되게 오랫동안 떨어져 살다가 다시 만난 전우 같은 느낌이었어요.”


이우민 작곡가 전우라면 홍지상 작곡가는 원필에게 멘토같은 사람이다. “홍지상 작곡가님은 음악적으로만이 아니라 되게 조언을 많이 해주세요. 저보다 인생의 선배이시기도 하고요. 작업할 때나 멜로디를 만들 때 제가 생각하지 못했던 걸 말씀해주시는데, 그러면 완전히 새로운 방향에서 멜로디를 만들게 되더라고요. 제 인생에서 너무 감사한 분이에요”


원필은 이번 활동을 통해 팬들에게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는 걸 보여주고 싶다고 한다. 자신이 새로운 모습을 증명하고 싶다는 것이다. 5월 솔로 콘서트로 잠실실내체육관에 입성하는 원필은 부담도 크지만, 그만큼 보여주고 싶은 것도 많다고 했다.


“사실 너무 떨려요(웃음). 제가 혼자서 이렇게 큰 곳에서 하다 보니까 부담도 되고 증명을 해야 할 것 같다는 생각도 들어요. 그래서 되게 열심히 준비하고 있어요. 팬분들이 좋아하실 만한 것들을 준비하고 싶고요. 이번 활동에서 얻고 싶은 건, 제가 새로운 것도 할 수 있는 사람이라는 걸 보여드리는 거예요. 앞으로의 원필에 대해 너무 걱정하지 않으셔도 된다는 걸 보여드리고 싶어요”


라운드 인터뷰 형식의 오프라인 만남은 원필에게 오랜만의 경험이었다. 그는 “말하는 걸 워낙 좋아해서 음악 얘기하는 자리가 너무 재밌다”며 이날 인터뷰 자체를 기다렸다고 했다. 실제로 이날 원필은 답변을 이어가다가도 웃음을 터뜨리고, 다시 진지한 이야기를 꺼내는 등 편안한 분위기 속에서 자신의 생각을 길고 솔직하게 풀어냈다.


마지막으로 원필은 기자들에게도 감사를 전했다. “기자를 하고 있는 친구가 있어서 이 생활이 얼마나 힘든지 알고 있다”며 파이팅을 건네는 그의 한마디는 이날 그가 보여준 특유의 다정함과도 맞닿아 있었다. 그리고 그 다정함은 이번 앨범이 이전보다 더 어두운 감정을 품고 있으면서도, 끝내 듣는 이에게 여운을 남기는 이유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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