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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텔개조 전세공급?...“황당한 대책으로 국민 우롱 말라”


입력 2020.11.19 05:00 수정 2020.11.19 05:59        김희정 기자 (hjkim0510@dailian.co.kr)

“전세난 해결하고 싶으면 차라리 임대차법을 손봐야”

3~4인가구 살 집 부족한데, 호텔방 기껏해야 1인가구용

조리·세탁시설 개조 비용·기간 상당...“실효성 없는 대책”

서울의 한 아파트단지 모습 ⓒ뉴시스


“하다 하다 이제 호텔을 개조해서 살라고 하니 국민을 우롱하는 꼴밖에 되지 않는다. 전세대란 근본원인은 공급부족이고 기름을 부은 것은 임대차법인데, 차라리 임대차법을 수정하는 편이 현실적이지 않은가.”


정부가 전세대책으로 호텔 객실까지 매입해 공공임대주택으로 공급한다는 방안들을 꺼내놓자 부동산 커뮤니티가 들끓고 있다. ‘헛웃음이 난다’, ‘대책 내놓는 시늉만 하고 있다’는 비판도 적지 않다.


진정으로 전세난을 해결하고 싶으면 각종 세금과 규제를 완화해 공급을 획기적으로 늘리는 시그널을 시장에 보내거나, 주택 임대차법(전월세상한제·계약갱신청구권)을 전면적으로 개정하는 편이 효과적일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지난 17일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전세대책과 관련해 “관광산업 위축으로 건물을 내놓는 호텔을 주거용으로 바꿔 호텔방을 주거용으로 바꿔 전월세로 내놓는 방안이 포함됐다”고 밝혔다.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7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관훈토론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민심은 차갑다. 각종 부동산 규제에 임대차법을 졸속으로 통과시킬 때와 마찬가지로 단순하고 즉흥적인 정책이라는 비판이 뒤따른다.


호텔객식에 조리시설이 없기 때문에 취식이 가능한 주택으로 리모델링 하는 비용과 기간이 상당하고, 기껏해야 1인이나 2인가구가 살 수 있는 원룸정도에 그칠 것이라는 전망이다.


김철원 경희대 호텔관광대학 교수는 “취사시설을 내부에 만든다는 것인지, 호텔식당을 공동 이용한다는 것인지 세부적인 방안이 나오지 않았지만, 여러모로 실효성이 없다”고 했다.


김진유 경기대 도시·교통공학과 교수는 “현 전세대란은 1인 가구의 문제가 아니라 3~4인 가구가 살 집이 부족하다는 것”이라며 “호텔을 주거용도로 매입하는 전세공급 방안은 방향성이 정확하게 맞다고 보긴 어렵다”고 지적했다.


그는 “호텔에는 조리와 세탁을 할 수 있는 공간이 없다. 이를 개조하는 비용이 상당하고 기간도 오래 걸린다”며 “또한 도심의 호텔은 공급물량도 제한적일뿐더러 매입가격도 높아 마냥 저렴하게 임대로 공급하기도 어렵다”고 분석했다.


비슷한 문제점은 앞서 지난해 5월 서울시가 종로구에 역세권 청년주택으로 공급한 ‘베키니아호텔’ 사례서 찾을 수 있다. 이 청년주택의 월세가 60만~70만원에 육박하자 전체 238가구 중 약 80%에 이르는 입주 당첨 포기자가 나왔다.


지난 2월 서울 중구 명동 거리를 이동하는 외국인 관광객. ⓒ연합뉴스

현재는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배치로 인한 중국의 한한령을 시작으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까지 덮쳐 관광객이 급감했지만, 앞으로 코로나19 백신이 상용화되고 관광객이 늘어나 다시 호텔객실이 부족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정부는 지난 2010년 이후 중국인 관광객이 급등하자 관광호텔의 용적률 등 건축 규제를 완화하는 특별법을 2012년 7월~2016년 12월까지 시행한 바 있다. 이 시기에 서울시가 호텔 인허가를 마구잡이로 내주고 있다는 비판도 나왔었다.


한 누리꾼은 “관광객이 다시 늘어 호텔객실이 부족해지면 전셋집으로 줬던 호텔을 다시 개조할 것이냐”며 “즉흥적인 땜질처방이 아니라 신중한 정책을 내놨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다만 김 교수는 관광객이 다시 증가한다 하더라도 호텔 부족 등의 큰 문제점은 없을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최근 여행 트렌드가 한 달 살기 등으로 다양하게 변화하고 있다”며 “에어비앤비 등 트렌드 자체가 바뀌고 있어 큰 영향은 없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한편 정부는 19일 부동산시장 점검 관계장관회의를 열고 전세공급대책을 발표할 예정이다. 매물로 나온 호텔을 비롯해 도심 내 비어있는 상가와 사무실, 공장등을 매입해 공공임대형식으로 내년 상반기 안으로 10만가구 이상을 공급한다는 내용이 나올 것으로 보인다.

김희정 기자 (hjkim0510@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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