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후조리원' '며느라기';'노는 언니' 등 기존의 캐릭터보다 확대
드라마, 예능프로그램 할 것 없이 여성 연예인들이 방송가를 종횡무진 누비고 있다. 그것도 단순히 한 명의 출연자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과거의 고정관념이나 틀을 깬 신선한 캐릭터를 입고 방송가에 새로운 바람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여성 캐릭터의 스펙트럼이 확장되고 있는 셈이다.
과거 드라마 속에서 여성 캐릭터는 누군가의 연인, 아내, 엄마로 다뤄지는 것이 대부분이었다. 전문직 드라마 속의 여성들도 직장에서의 ‘일’은 그저 양념 수준에 불과했고, 결국은 연애로 귀결되기 일쑤였다. 이미 한정되어 있는 범위 안에서의 캐릭터 확장은 쉬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여성 캐릭터가 작품의 메인롤을 담당하는 시대를 거쳐, 최근엔 시각을 비틀면서 캐릭터에 새로운 개성을 덧입히고 있다.
대표적으로 지난 24일 종영한 ‘산후조리원’은 엄마들의 예상치 못한 모습과 현실적인 고민을 담았다. 워킹맘부터, 육아의 여왕, 비혼맘 등 다양한 유형의 엄마들이 등장하면서 변화하는 시대의 흐름을 담아냈다. 특히 인상 깊은 점은 “여자들의 우정은 아이를 낳고 시작된다”는 대사처럼 각 인물들이 보여주는 연대, 여성 캐릭터들 사이의 관계성에 주목했다는 것이다.
‘산후조리원’이 초보 엄마를 캐릭터로 내세웠다면, 지난 21일 첫 방송된 카카오TV ‘며느라기’는 초보 며느리에 초점을 맞췄다. 흔하게 볼 수 있는 우리의 이야기를 며느라기 민사린(박하선 분)을 통해 보여준다. 현실감 가득한 스토리를 바탕으로 한 만큼, 캐릭터들의 성별과 관련한 옳고 그름을 따지려는 시각이 존재할 수도 있다. 하지만 주목해야 할 것은 여성을 주축으로 그의 주변 사람들과의 관계성을 다시 한 번 생각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예능 프로그램에서의 여성 캐릭터에도 변화가 있다. 최근 ‘노는 언니’ ‘언니한텐 말해도 돼’ ‘나는 살아있다’ 등의 예능프로그램을 통해 보여지는 건 여성들의 연대다.
‘나는 살아있다’는 박은하 교관의 리더십을 바탕으로 교육생 김성령, 김민경, 이시영, 오정연, 김지연, 우기가 생존 훈련 도전기를 그리고 있다. 멤버들은 고된 훈련을 이겨내고, 트라우마를 극복하는 모습을 보여주는데, 이 안에서 잇따라 ‘함께’를 강조한다. 단단한 연대에서 오는 성장기가 진솔하고 신선한 충격을 안겼다.
또 ‘노는 언니’는 처음으로 여성 스포츠 스타들이 주인공이 된 예능프로그램이다. 박세리를 비롯해 남편희, 이재영, 이다영, 곽민정, 정유인 등 전현직 운동선수들이 출연해 함께 힘을 합쳐 캠핑을 떠나는 모습이 재미를 안겨주고 있다. MBC ‘놀면 뭐하니?’의 프로젝트로 진행된 환불원정대(엄정화, 이효리, 제시, 화사)와 SBS 플러스 ‘언니한텐 말해도 돼’ 역시 여성 연예인들이 모여 공감과 위로를 건네준다.
물론 여전히 여성을 ‘착한 여성’ 혹은 ‘악녀’처럼, 이분법적 이미지로 소비하고, 누군가를 위한 서포트 역할의 캐릭터로 그려내는 경우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여전히 여성 캐릭터를 그리는 한계가 존재한다는 것이다. 또한 ‘여자의 적은 여자’라는 말이 통용되기도 한다. 하지만 미디어가 획일화 되어 있던 여성 캐릭터의 틀을 깨부수고, 그 안에서 주체성을 가진 여러 갈래의 여성 캐릭터를 만들어 내는 것만으로도 반가운 시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