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계 멀티플레이어①] "가수? 배우? 작가?"…희미해진 영역 구분에 '거부감'도 낮아져

박정선 기자 (composerjs@dailian.co.kr)

입력 2020.12.10 14:00  수정 2020.12.10 13:24

옥주현 아이비 등 아이돌 출신 가수 어엿한 뮤지컬 배우로

생명력 짧은 아이돌 가수, 연기로 제2의 활동 시작

“한 가지만 잘해서는 먹고 살기 힘들다”는 말을 종종 들어보셨을 겁니다. 한 가지가 아닌 여러 가지 분야에 대한 지식과 능력을 갖춘 사람, 즉 멀티플레이어가 되어야 한다는 말입니다. 연예계에는 여러 방면으로의 멀티플레이어들이 존재합니다. 가수와 배우, 예능인 등 연예계 안에서 장르를 넘나들거나, 연예계와 전혀 무관한 사업으로, 또 예술가로 제2의 직업을 만들기도 합니다. 연예계에서 ‘멀티’가 이어지고 있는 이유를 짚어봅니다. -편집자주-


ⓒ데일리안DB

연예계의 장르 이동은 이제 그리 놀랄 일은 아니다. 특히 장르 간 이동이 가장 빈번한 그룹은 가수다. 이들은 뮤지컬 무대에 오르기도 하고, ‘배우’라는 이름을 달고 드라마·영화에 출연한다. 또 예능인의 포지션으로 예능프로그램에 출연하는 것도 자주 볼 수 있다. 최근에 배우들이 예능인으로서 활약하는 경우도 많다.


90년대 초반에는 오히려 연기자들이 음반을 내는 경우가 많았다. 손지창은 처음 CF 모델으로 연예계에 발을 들이고, 드라마 단역으로 출연하다가 1992년 MBC 드라마 ‘무동이네 집’에 단역과 다름없는 조연으로 출연하던 중 눈에 띄면서 청춘스타로 떠올랐다. 이 인기를 바탕으로 같은 해 가수로서 1집 앨범을 내면서 가요차트 상위권에 오르기도 했다.


또 손지창은 김민종과 함께 광고 CM송을 부르면서 꽤 좋은 반응이 나오자 ‘더 블루’라는 이름으로 듀엣 앨범을 내기도 했다. 김민종 역시 88년 영화 ‘아스팔트 위의 동키호테’로 데뷔해 89년 영화 ‘행복은 성적순이 아니잖아요’로 주목을 받던 스타였다. 손지창과 같은 해에 솔로 1집 ‘또 다른 만남을 위해’로 가수에 데뷔했고, 가요 순위 프로그램에서 신인으로서 이례적으로 바로 10위 안에 들면서 가수로서도 스타덤에 올랐다.


92년 두 사람 뭉쳐 만들 그룹 더 블루는 1집 타이틀곡 ‘너만을 느끼며’부터 2집 후속 ‘친구를 위해’ 등을 연속으로 히트시키면서 듀엣 그룹으로서 최고의 인기를 누렸다. 두 사람을 더 블루로 활동함과 동시에 꾸준히 개인 앨범도 내놓으면서 음악방송에서 몇주 연속 1위를 하는 등 엄청난 인기를 끌었다.


이밖에도 박중훈, 안재욱, 구본승, 차태현, 장동건, 이병헌 등 톱스타급의 가수들이 앨범을 내고 활동했고, 비교적 최근인 장근석, 구혜선, 이민기 등도 앨범을 내기도 했다. 기획성 앨범을 내는 경우도 많았지만 실제로 앨범을 내고 음악방송 등의 활동을 한 배우 겸 가수들도 많았던 시절이다.


최근에는 아이돌 가수들의 배우 도전이 도드라진다. 옥주현이나 아이비, 김준수, 테이 등은 가수로 데뷔했지만 지금은 오히려 뮤지컬 배우의 이미지가 강하다. 또 엄정화, 장나라 등 배우의 이미지로 각인된 스타들도 있다. 최근에는 임창정, 이승기, 소녀시대 윤아, 에프엑스(f(x)) 크리스탈, 라붐 솔빈, 에이핑크 정은지, 미쓰에이 수지 등 가수 활동과 함께 배우로서 동시에 활약하는 경우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가수들이 방송 활동을 겸하거나, 연기자로 전향하는 이유는 ‘가수의 생명력’과 가장 큰 연관이 있었다. 시대가 급변하면서 가수들에게 음악성 외에 많은 것들이 요구되었고, 활동하는 기간이 점점 짧아지고 있다. 사실 20대, 늦어도 30대 초반이 되면 아이돌 가수로서의 전성기가 끝나는 것이 일반적이다. 오죽하면 올해 평균나이가 31.5세밖에 되지 않은 소녀시대가 아이돌 가수로서 거의 ‘대선배급’이 된 것만 봐도 아이돌의 생명력을 실감할 수 있다.


특히 요즘은 더욱더 가수와 배우라는 구분 자체가 희미해지고 있다. 한 때는 ‘영역 파괴’ ‘장르 파괴’라는 말이 따라 붙으면서 그들의 연기력에 의문을 표하기도 했지만 최근 대형 소속사의 연습생들은 가수 준비를 하면서 동시에 연기까지 준비하는 만능 엔터테이너의 모습을 보이고 있다. 대표적으로 소녀시내 멤버 윤아도 연습생 시절 가수 준비와 함께 연기 공부를 병행했고, 지금 일일극 주인공자리를 꿰차면서 연기 호평을 받고 있다.


그럼에도 여전히 가수들의 연기자 활동을 보는 관점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꼭 재능과 능력이 있는데 굳이 가수의 영역에만 머무를 필요가 없다는 긍정적인 관점과 연기자를 하기 위한 발판으로 가요계에 발을 들이거나, 능력도 되지 않는데 가수로서의 인기를 바탕으로 끼워 넣기 식의 캐스팅이 불편하다는 관점이다.


이에 대해 한 대형 기획사 관계자는 “연기 데뷔의 발판으로 가수 활동을 하는 것이 아니라, 애초에 멀티테이너로 성장하고 있다. 과거의 경우와는 다르다. 자신의 끼를 다방면에서 펼칠 수 있는 기회가 오는데 굳이 그걸 마다할 이유가 없다. 팬들에게도 또 다른 즐거움을 줄 수 있는 자연스러운 활동”이라고 말했다.


또 드라마 방송 작가로 활동하고 있는 A씨 역시 “가수라는 분야 자체가 무대 경험이 있고, 카메라에 익숙한 직업이기 때문에 배우로의 전향이 자유로운 부분이 있다. 또 ‘스타 캐스팅’이라는 말이 있는데, 실력이 전혀 없는 가수를 섭외하는 것은 분명 문제가 있지만 제작진의 입장에서 어느 정도 가능성이 있다면 가수 활동으로 이미 인지도를 쌓은 이들이 작품을 알리는데 도움을 줄 수 있어 서로 시너지가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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