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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방송 뷰] 체육계 폭행까지 짚은 똑똑한 로코물 '런 온'


입력 2021.01.05 14:00 수정 2021.01.05 14:04        류지윤 기자 (yoozi44@dailian.co.kr)

ⓒJTBC

역도 사재혁 선수의 후배폭행, 쇼트트랙 조재범 전 코치의 심석희 선수 폭행 급기야 트라이애슬론 국가대표 최숙현 선수가 지도자와 선배들의 가혹행위에 시달리다 스스로 목숨을 끊는 비극적인 사건까지 일어났다. 사건이 터질 때마다 체육계 혁신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지만 악순환은 쉽게 끊어지지 않고 있다.


'2020년 실업팀 선수 인권침해 실태조사 결과보고서'에 따르면 전체 응답자의 13.9%가 최근 3년간 '직접 폭력을 경험한 적 있다'고 답했다. 피해자의 72.7%는 언어폭력, 8.2%는 언어폭력과 신체 폭력에 노출됐다. 발생 장소로는 68.1%가 훈련장소라고 말했으며. 가해자의 71.5%는 지도자(감독·코치)였고, 다음으로는 선배(36.6%)로 나타났다.


어떤 이유에서든지 정당화되지 않는 폭력이, 왜 체육계에서 유독 잦고 선수들은 가혹행위를 왜 침묵하는 것일까. 현재 방송 중인 JTBC 수목드라마 '런 온'이 국가대표 육상 선수들 안에서 선, 후배간의 폭행을 다루며 그들만의 공고하게 다져진 침묵의 카르텔을 지적하고 있다.


'런 온'은 다른 세계에서 살던 인물들이 사랑이라는 언어를 통해 소통해나가면서 스스로를 가뒀던 틀을 깨는 과정을 담은 청춘 로맨틱 코미디 드라마다. 청춘남녀의 설렘과 달달한 이야기로 가득할 것 같지만 남자 주인공 기선겸(임시완 분)을 국회의원 아버지를 둔 육상 국가대표로 설정해, 팀 안에서의 갈등을 중요한 에피소드로 다루고 있다.


기선겸은 아무 이유없이 폭행을 당한 후배 김우식(이정하 분)를 위해 똑같이 상대에게 주목을 휘두른다. 기선겸은 우식을 폭행한 후배들을 자신이 때린 후 감독에게 찾아가 이 사건을 공론화시킬 계획이었으나 쉽지 않다.


감독은 기선겸에게 "흔한 일이니 일 크게 만들지 마라", "너 은퇴하고 코치 안될거냐, 징계는 평생 꼬리표다"라면서 조용히 해결하려 한다. 이를 향해 기선겸은 "제가 되고 싶은건 원칙을 지키는 지도자다"라며 선배의 가혹행위를 복종교육으로 정당화하고 외면하는 인식에 일침을 날렸다.


또 '런 온'은 기선겸이 징계위원회에 불려가는 장면으로도 고착된 구조적인 문제를 짚는다. 폭행 사건이 공론화되지 않자 자신이 스스로 기자들에게 밝힌 기선겸. 징계위원회 간부들은 단순히 남자들끼리 다툰 일을 크게 만들지 말자고 일을 축소시킨다.


반면 기선겸을 위해 진실을 밝힌 김우식을 향해서는 "논의의 여지가 없다. 공론화시키고 제발로 나갔는데 머리라는 걸 달고 있다면 다시는 발 못들일 것"이라고 매섭게 쏘아붙였다. 스스로를 지키기 위해 제 목소리를 내는 일이, 내부고발자로 낙인찍히고 소외당하는 일임을 보여줬다.


결국 김우식은 폭행 사건을 공론화 한 후, 국가대표 팀에서 제 발로 나와 할머니가 건물 청소하는 걸 돕기로 결정한다. 이는 제도적 보호장치는 있지만 실질적인 도움을 받지 못하는 사례들을 연상시켰다.


로맨틱 코미디 장르로 멜로에도 충실하지만, 사회적으로 문제로 거론되는 체육계 문제점을 짚은 박시현 작가. 박 작가는 타인을 이해하지 않으려 하는 인간들의 모습을 통해 사회적 소통 단절을 이야기 하고 있다.

류지윤 기자 (yoozi44@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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