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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국격, 추락하는 것은 날개가 없다


입력 2021.02.13 08:00 수정 2021.02.10 15:28        데스크 (desk@dailian.co.kr)

​코로나백신 도입 루트가 코백스…스스로 국격 다운그레이드(downgrade)

국내 정부의 운영원칙을 국제관계에 적용…국제관계 원칙 무시하니 외톨이

ⓒ데일리안 DB

우리나라에서는 아직도 백신접종이 안갯속이다. 세계 유수 국가는 이미 지난해 말부터 백신접종을 시작했고, 앞다투어 속도전을 벌이고 있다.


백신 물량확보 경쟁이 치열해지며 ‘자국민 우선주의’와 ‘물량독점’ 논란도 뜨겁다. 일부 무능한 독재국가를 제외하고, 모든 나라는 ‘국민의 건강이 가장 우선’이라며 염치 불고 백신 확보에 ‘올인’하고 있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아직도 방향을 잡지 못하고 갈팡질팡하고 있다. 이러다 올해도 상당 기간 코로나 암흑 속에 온 국민에 신음해야 할 것 같다. 선진국들이 백신접종을 끝내 집단면역을 달성하고 경제와 사회가 정상화되어 있을 때, 우리는 백신접종 진도를 빼느라 진땀을 빼고 있을 것 같다.


그 와중에 변이 바이러스가 나타나기라도 하면, 그때마다 혼란은 가중될 것 같아 불안하기만 하다. 질식 직전인 자영업자들은 다시 나락으로 떨어질 것이고, 정부는 그런 상황을 다시 퍼주기 명분으로 삼아 국고를 탕진할 것이다. 아이들의 미래를 팔아서 표를 사는 행위는 반복될 것이고, 내년 대선이 그 클라이맥스가 될 것 같다.


우리 정부는 한가하게 K-방역 놀이에 빠져 있다가 논란이 되자 급하게 백신 확보에 나섰다. 그러나 선진국들이 이미 자국민 인구수 몇 배의 백신을 확보해 놓은 상황이었다.


그래서 찾은 돌파구가 코백스 백신이다. 코백스 퍼실리티(COVAX facility)는 백신의 공동구매·배분을 위한 국제 프로젝트로, 세계보건기구(WHO)·세계백신면역연합(GAVI)·감염병혁신연합(CEPI)이 공동으로 운영한다. 참여국들이 돈을 내고 제약사와 백신 구매 계약을 먼저 체결한 뒤 개발이 완료되면 공급을 보장받는 시스템으로 이뤄지게 된다.


문제는 이 프로젝트가 선진국이 아닌 힘없는 나라 국민들을 위해 만들어진 프로젝트라는 것이다. 이번 코로나 백신도 그렇지만, 상황이 치명적이고 시간이 급할수록 재정이 풍부한 선진국들의 재력과 국력을 활용해 물량을 먼저 선점한다. 그러니 중진국 이하 힘없는 나라들엔 의약품 확보의 기회가 없어진다. 그래서 국제기구가 나서 힘없는 중진, 후진국의 이해를 대신해 주는 것이다.


이런 취지로 볼 때, 당연히 국민소득 3만 달러 이상의 선진국은 이 기구를 이용해 물량확보 경쟁을 벌여서는 안 된다. 우리나라 같은 국가가 이에 해당한다.


그런데 우리나라 첫 도입의 루트가 그 코백스란 것이다. 스스로 국격을 다운그레이드(downgrade)하는 일이다. 정말 창피한 일이지만 전문가들은 입을 열 수 없다. 체면을 챙기는 것보다 국민건강이 우선이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정도의 국력이나 재정이면 이미 상당한 물량을 확보했어야 한다. 그러나 아무 생각 없는 정부는 손을 놓고 있었다. 생색나지 않는 일은 미루거나 하지 않는 ‘하루살이 정부’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상황이 심각해지고 급해지자 힘없는 나라의 몫에 숟가락을 먼저 올려놓은 것이다. 가난하고 힘없는 사람들의 팔을 비틀어 정권의 잇속을 채우는 행태는 국내 정치나 국제관계나 마찬가지로 적용된다. 말은 아끼지만 이를 두고 외국인들은 한심하다고 생각할 것이다.


좀 다른 주제이긴 하지만, 며칠 전 한 신문에 기고된 글이 생각난다. 서울외신기자클럽 회장을 지냈고 '한국, 한국인' 저자인 마이클 브린이 한국 정부의 특징을 집어 기고한 글의 내용이다.


“한국 정부의 두드러진 점 중 하나는 장기적 전략이 거의 없다는 점이다. 북한에 대한 장기적 접근법이 없다는 것도 명확하다. 5년 단임제 대통령은 미래성과에 대한 공로를 인정받지 못한다. 한국에선 정치뿐 아니라 다른 분야 리더들도 전임자의 성공을 이어받고 싶어 하지 않는다”고 일갈했다.


장기적인 미래를 보지 않는다면 왜 정부와 대통령이 필요한가? 왜 조직에 리더가 필요한가? 대통령이 그러니 그 이하 일반 조직의 리더는 말할 것도 없을 것이다.


전임자인 이명박, 박근혜 전 대통령은 감옥에 갇혀 있다. 국정운영에 공과는 있겠지만, 적어도 그때는 국제적으로 한국의 위상이 계속 강화될 때이다. 이명박 정부는 ‘G20 정상회담’, ‘핵안보정상회의’ 등을 유치하며 우리나라를 국제사회의 주역으로 올려놨다. 이때 자신감은 ‘국격(國格)’이란 말로 대표된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부친인 박정희 전 대통령의 유산과 이명박 정부의 성과를 이어받아 국제사회에서 공주 또는 여왕 대접을 받았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사업가 마인드로 국제 정상들과 격의 없이 소통했고, 박근혜 전 대통령은 주요 정상들의 선망 대상이 됐다. 문재인 대통령 홀대 논란을 만들었던 중국의 시진핑 주석도 박 전 대통령을 모시기 위해 공을 들였고 극진히 대접했다. 문 대통령이 시 주석을 국빈 초청하려 애를 태우는 것과 대조적이다.


국내 정치는 차치하고, 국제사회 정상들에게 대접받는 우리나라 최고지도자를 보며 국민들은 큰 자부심을 느낄 수 있었다. 이때 우리의 국민소득은 3만 달러에 이르렀다. 명실공히 선진국반열에 오른 것이다.


그런데 문재인 정부 들어 국제사회의 대우는 급전직하했다. 국제 정상회담에서 말을 섞지 못하는 문재인 대통령을 보며 창피한 것은 국민의 몫이었다. 대통령이 국가원수인 이유는 국제사회에서 나라를 대표하기 때문이다. 국내에서 소통을 못하더라고 국제사회에서 위상을 지키면 그나마 국민들의 체면을 세울 수 있다. 하지만 문 대통령은 국내나 국제적으로나 소통 못 하기는 마찬가지였다. 그나마 코로나 사태로 국제교류를 멈춰버렸으니 다행이다. 외교 무능함에 대한 핑곗거리까지 제공하기 때문이다.


한편 대한민국 사법부의 수장인 김명수 대법원장은 사법 정의에 대한 국민적 신뢰를 저버렸다. 거짓말이 범죄가 되는 법정의 최종 책임자가 ‘거짓말쟁이’ 소리를 듣는 희대의 사건이 벌어졌다. 그럴듯한 해명도 못 하고 자리를 지키며 뭉개고 있다. 그는 사법부 운영뿐 아니라, 국제사회에서 우리나라의 위상에 큰 오점을 남겼다.


외국에서 보기엔 행정부나 사법부나 모두 한국의 정부다. 사법부가 대통령이 국가원수로서 한 외교 행위에 대해 다른 판단을 하면, 국제사회는 그 정부와 나라를 신뢰할 수 없다. 그러면 국가 간의 어떤 협상도 하지 않으려 할 것이다. 설혹 했다고 해도 신뢰 관계가 없으니 힘의 논리를 가지고 자국에 유리하게 해석을 밀어붙일 가능성이 크다. 이것이 국제관계의 가장 중요한 원칙 중 하나인 ‘상호주의’다. 우리가 먼저 신뢰를 깼으니 어디다 하소연할 수도 없다.


이런 일을 방지하기 위해 법원행정처가 있는 것이다. 외교적인 문제나 민감한 정치적 사안이 있으면 행정부와 사법부가 서로 소통하고 조율하기 위함이다.


그런데 문재인 정부와 김명수 사법부는 이를 모두 무시해 버리고 적폐로 몰았다. 그러며 ‘3권분립’을 명분으로 댄다. 언제부터 ‘3권분립’이고, 어디다 ‘3권분립’인가? ‘3권분립’은 국내 정부 운영의 원칙이다. 왕정국가, 독재국가에서 사법부는 힘이 없지만, 국제사회는 그 정부를 대화의 상대로 인정한다. 국내 정부의 운영원칙을 국제관계에 적용하고 국제관계 원칙을 무시하니 외톨이가 되는 것이다. 국제관계에서 외톨이가 되면 그 나라의 국격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


국내 정치는 선거로 한 번에 바로잡을 수 있다. 그러나 국제관계는 시간이 걸린다. 공들여 쌓아 왔던 것이 한순간에 무너지고, 다시 쌓으려면 더 힘들 수도 있다. 영영 못 찾는 경우도 상정할 수 있다. 문재인 정부는 70년 대한민국 역사에서 유일하게 후퇴하는 정권이 될 것이다. 국내적으로도 그렇지만 국제적인 위상도 마찬가지다. 더 망가지기 전에 멈춰 세워야 한다. 이 또한 선거를 통하는 수밖에 없다. 4월 재보선이 중요한 이유다.


글/김우석 정치평론가

데스크 기자 (des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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