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잉규제이며 헌법상 직업선택의 자유를 침해
왜 하필 코로나와 사투 벌이는 지금 이 시점에
‘의료 관련 법률’ 뿐 아니라 '모든 범죄'로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받은 의사의 면허를 취소하는 법안이 국회 보건복지위원회를 통과함으로써 또다시 집권 여당과 의사협회가 강력하게 충돌하고 있다.
여당은 의료인에 대해서도 변호사, 공인회계사 등 다른 전문직처럼 범죄에 구분 없이 금고 이상 형을 선고받는 경우 면허를 취소하도록 자격요건을 강화해 의료인의 위법 행위를 예방하고 안전한 의료 환경을 조성하려는 것이 법 개정 취지라고 밝히고 있다.
아울러 안심하고 의료서비스를 받을 환자들의 권리와 더불어 전문직종 간 형평을 생각할 때 이 정도의 자격 요건을 의료인들에게 요구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필자는 위 개정안은 특정 직업군을 타 직종과 불합리하게 차별하는 형평성에 반하는 과잉규제이며 명백히 헌법상 직업선택의 자유를 침해한다고 평가한다.
첫째, 의사와 비교할 대상은 공증이나 회계감사 등 '국가의 공적 업무'를 위탁받아 처리하는 변호사나 공인회계사가 아니라 ‘약사’ 등 다른 전문직이다.
약사법 제5조는 거짓으로 약제비를 청구하는 등 약사(藥事)에 관한 법령을 위반한 경우에만 취소하는데 의사와 약사가 본질에서 무엇이 다른가.
약사는 살인죄나 강도, 성범죄를 저질러도 계속 의료행위를 할 수 있고 의사만 안 되는 합리적인 근거가 있는가.
안심하고 의료서비스를 받을 환자들의 권리와 더불어 전문직종 간 형평을 고려하면 약사도 당연히 포함해야 하는 것 아닌가.
결국, 이번 개정안은 ‘문재인 케어’에 대한 의사협회의 반발 등과 관련한 보복, 즉 ‘의사 길들이기’에 다름 아니다.
둘째, ‘의료행위’로 인한 업무상 과실치사상죄는 면허를 취소하지 않고 ‘교통사고’로 인한 업무상 과실치사상죄는 취소하는 것이 말이 되는가.
독일은 형법에서 '직무수행과 관련된 위법한 범행이 있는 경우 일반 형사처벌과 별도로 1년 이상 5년 이하의 기간으로 직업수행을 정지하거나 영구히 금지할 수 있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공적 임무를 수행하는 전문직의 경우 그 직무의 지속적 수행이 ‘재범의 위험성’을 징표 한다면 그 직무를 제한하는 것은 공공을 범죄로부터 보호하는 데 합리적인 형사정책일 수 있다는 것이 입법 취지다.
그런데 이번 개정안은 직무수행과 관련 있는 경우는 오히려 취소하지 않고 없는 경우만 처벌하고 있다. 이것이 과연 법의 취지에 부응하는가.
의사가 의료상 과실도 아닌 교통사고로 집행유예의 판결을 받았다고 해서 왜 면허가 취소되어야 하는가. 명백히 입법 취지가 전도된 위헌적 법안이다.
셋째, 병원 운영이 어려워 경제적으로 파산한 경우 만약 복권되지 않는다면 ‘급여 의사’로도 일할 수 없도록 면허를 취소하는 것은 어떤 근거로 합리화되는가.
경제적으로 파산했다고 면허 취소까지 하는 것은 직업선택의 자유뿐 아니라 최소한의 생존권까지 위협하는 명백한 과잉입법 아닌가.
결국, 위 개정안은 목적의 정당성, 수단의 적합성, 침해의 최소성. 법익의 균형성 등 기본권 제한의 요건을 갖추지 못했을 뿐 아니라 약사 등 다른 전문직과도 합리적 이유 없는 차별적 입법이므로 당연히 폐기되어야 한다.
끝으로 내용을 떠나 꼭 지적하고 싶은 것은 김대중 정부 때 개정되어 20여 년간 시행되어 오던 법을 왜 하필 코로나와 사투를 벌이는 지금 이 시점에 무리하게 개정 시도를 하여 평지풍파를 일으키느냐의 문제다.
정부와 여당은 코로나가 2차 대유행 중인 지난해 8월에도 무리하게 의과대학 정원 확대 정책을 시도하다 의사들의 강력 반발을 초래한 적이 있는데 이번에도 마치 의도적으로 의사들의 반발을 유도하려는 듯 밀어붙이고 있다.
아무리 필요한 정책과 법안이라 해도 더 큰 공익과 가치의 훼손을 막기 위해서는 선후와 강약 조절 등 타이밍이 중요하다.
위와 같이 위헌성이 농후한 법률을 코로나 전쟁 중에 강행 처리하는 것은 야당의 비판처럼 6.25 전쟁 중 군인자격 박탈을 규정하는 법을 강제로 통과시키는 것과 절대 다르지 않다.
결론적으로 이 문제는 아무리 ‘국회의 윤리위 징계’처럼 ‘제 식구 감싸기’ 우려가 있다 하더라도 ‘의사협회의 자율성’에 맡기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
백번 양보해 개정안을 통과시키더라도 코로나 전쟁이 끝난 후 충분한 논의와 여론 수렴을 거쳐 신중하게 결정하여야 한다.
글/서정욱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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