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인터뷰] 이유미 "세진이는 저를 어떤 어른이라고 생각할까요?"

류지윤 기자 (yoozi44@dailian.co.kr)

입력 2021.04.17 11:32  수정 2021.04.17 11:33

'박화영' 스핀오프 '어른들은 몰라요'

이환 감독 신작

ⓒ바로 엔터테인먼트

'박화영'에서 세진은 박화영과 은미정의 주변 인물이었다면 '어른들은 몰라요'는 철저하게 세진이 중심이 된다. 영화는 10대 임산부 세진이 가출 4년 차 동갑내기 친구 주영과 함께 험난한 유산 프로젝트를 시작하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았다.


이유미는 뛰어난 표현력으로 사회와 가정에서 버림 받고 방황하는 세진을 표현했다. 자신을 조롱하는 친구들 앞에서 아무것도 모른다는 순진무구한 얼굴을 짓다가도, 뒤에서는 담임 선생님, 일진 여학생과 연애를 이어가는 발칙한 얼굴을 드러낸다. 보는 사람에 따라 세진을 불쌍하게 여기다가도, 세진의 영악함에 거리를 두고 싶어질 것이다.


이유미는 세진이 주인공인 영화가 만들어진다는 소식과 자신이 그 세진이 된다는 사실을 접하고 기쁜 마음을 감출 수 없었다. 세진은 이유미가 지금까지 연기했던 캐릭터 중 가장 아끼고 좋아하는 인물이기 때문이다.


"감독님이 세진이 영화를 만들겠다며 '세진이는 어른들에게 계속 배신 당할거야'라고 하시더라고요. 감독님이 말하는 '어른들의 사기와 배신'은 뭘까 궁금했어요. 그리고 얼마 후, 시나리오 초본을 받을 수 있었어요. 시나리오를 봤을 때 이해 되지 않는 것도 있었지만 세진이 또 되어볼 수 있는 기회다보니 감사한 마음이 컸어요."


이유미는 2010년 배우 생활을 시작해 '러시안 소설', '배우는 배우다', 프랑스 영화처럼', '조류인간', '심장박동조작극', '능력소녀', '속닥속닥' '너는 결코 서둘지 마라' 등에서 주·조연을 연기하며 차근차근 필모그래피를 쌓아왔다. 그 중 가장 좋아하는 캐릭터가 세진이라니, 이유가 궁금했다.


"세진이는 어디에서도 볼 수 없는 독보적인 느낌이랄까요. 날 것 같고 새로워서 계속 생각이 났어요. 그런 매력 때문에 제일 좋아하는 캐릭터가 되지 않았나 싶어요."


그는 자신의 어떤 모습을 보고 세진을 맡긴 것인지 이환 감독의 생각이 궁금해 직접 물어보기도 했다고.


"'박화영'에서 세진을 연기한 모습이 너무 좋았다고 하시더라고요. 절 믿고 있다고요. 기분이 좋았죠. 그것에 대한 보답을 해야겠다고 책임감도 느꼈고요. 이건 솔직히 배우라고 모두가 경험할 수 있는 일은 아니잖아요. 그래서 더 잘하고 싶었어요."


앞서 '어른들은 몰라요' 시나리오를 읽고 이해되지 않는 설정이 있었다는 이유미. 어떤 점이 이해가 되지 않았고, 이를 어떻게 해소했을까.


"세진이가 사람들과 너무 쉽게 관계를 맺고 친구가 되는 것들이 이해가 안됐어요. 감독님이 '재필이도, 주영이도 세진이를 친구로 받아들 수 있는 전사를 가진 것 뿐이다. 하필이면 그 전사를 가졌기 때문에 세진이를 동정하면서 도움을 준 사람이 되지 않았을까'라고 말해주는데 그 때부턴 세진과 주영, 재필은 운명적으로 만났겠구나 생각하고 촬영했어요."


직접 세진이가 되어보면서 또 다른 해석도 생겼다. 표현을 위해 누구보다 세진의 입장이 되어봤을 그는, 세진을 두고 '모든 걸 흡수하려는 아이'라고 말했다.


"세진은 자신에게 다가온 상황과 사람을 다 받아들이죠. 그런 성장사가 지금의 세진이가 만들어진 느낌이 들어요. 가족들의 보살핌과 관심이 있었다면 세진이가 그렇게 맹목적으로 주변을 흡수하며 살아가진 않았을 것 같아요."



ⓒ바로 엔터테인먼트

영화에서 세진은 어느 한 문장도 제대로, 길게 말하지 않는다. 자신의 생각을 잘 정립할 수 없는 상태이며 은어나 욕으로 대부분 감정을 전달하기 때문이다. 이유미는 욕은 물론이고 말투, 서로 주고 받는 은어를 실제 10대처럼 이질감 없이 표현했다. 이유미는 세진의 말투가 처음에는 오글거려 적응하는데 시간이 걸렸다고 털어놨다.


"감독님이 원하시는 특징적인 어투나 웃음소리가 있었어요. 그런 것들을 중점으로 소통을 했던 것 같아요. 대사에 '조금'도 '쬐끔', 웃음소리도 '크흑', '크큭', '뀨' 이렇게 적혀 있어요. 저는 시나리오에서 '뀨'란 단어가 적혀 있는 것도 처음 봤어요.(웃음) 처음에는 어색하고 이걸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혼란스러웠는데 감독님과 대화로 오글거림을 견딜 수 있었던 것 같아요."


롱보드는 세진의 꿈을 상징한다. 항상 사람과 상황에 얽혀있는 세진은 혼자서 롱보드를 탈 때 비로소 자유로워진다. 가출할 때도 사람들로부터 도망칠 때도 몸집만한 롱보드 만은 놓지 않는다.


"세진에게 롱보드는 유일하게 솔직해질 수 있는 수단이었던 것 같아요. 스포츠는 어떤 감정이든 솔직하게 표현할 수 있잖아요. 그렇게 생각하고 롱보드를 대했어요. 사실 촬영 전에는 롱보드를 잘 타지 못했는데, 3개월 정도 배우면서 지금은 평지 위에서 스탭을 밟고 턴 할 수 있는 정도는 됐어요.(웃음) 그래도 울퉁불퉁한 길이나 경사가 있는 곳은 대역 분이 해주셨어요."


이환 감독은 워크샵을 통해 배우들과 캐릭터를 분석하고 감정을 확대하는 작업을 한다. 그리고 배우들이 준비한 것들을 모두 펼칠 수 있게 기다려준다고 말한 바 있다. 이유미에게 본인이 준비한 신이 실제 영화에 반영된 것이 있는지 물었다.


"노래방 신이요. 세진이가 재필이를 비난하고 수치심을 주는 장면이죠. 그래서 제가 할 수 있는 모든 걸 동원해서 수치심을 주려고 했어요. 그래서 과자도 던지고, 땅에 떨어진 거 주워먹어보라고도 해봤죠. 그런데 감독님이 '이건 아닌 것 같다. 너무 치욕을 주는거 아니니'라고 하시면서 세 테이크를 더 가시더라고요.(웃음) 근데 영화 보니까 제가 준비해갔던 첫 테이크를 가져다 쓰셨더라고요."



ⓒ바로 엔터테인먼트

영화는 세진이 마음 먹은 것들을 처음부터 끝까지 이뤄주지 않는다. 마지막 엔딩마저 세진은 또 한 번 상처를 입게 된다. 이환 감독이 이유미에게 말한 '어른들에게 끊임없이 배신을 당한 것'이란 말이 상기되는 결말이다. 이유미는 세진이 벼랑 끝까지 몰렸던 경험들로 조금 더 잘 살아내길 바라고 있었다.


"모든 걸 다 흡수해 과부화가 됐을 때 가장 먼저 찾는게 동생 세정이잖아요. 그 때 지금까지 받아들였던 걸 다 내뱉고 소중한 걸 취하죠. 내가 어떤 짓을 해도 기다려주는 사람이 동생이란 걸 그 때 깨달아요. 세진이 당장 바뀌진 않겠죠. 하지만 앞으로 나아가는 삶을 살아가려고 하지 않을까요?"


이유미는 관객들이 '어른들은 몰라요'를 보며 관객이 스스로에 대해 생각해 보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엔딩크레딧이 올라갈 때 '난 어떤 어른인지', '세진인 날 어떻게 생각할까'를 고민하게 되더라고요. 그 고민을 하면서 제 자신이 조금은 성장을 했다고 생각해요. 관객들도 저와 비슷한 마음이었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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