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만가구 규모 수도권 후보지 일부서 투기정황 만연
"정부정책 신뢰 훼손, 하반기 무리해서라도 공공택지 지정할 듯"
정부가 2·4 공급대책 후속조치로 추진 중인 수도권 신규 공공택지 후보지 선정을 전격 연기했다. LH 직원 투기의혹으로 공공부문 전반에 대한 신뢰가 떨어진 가운데 당초 발표 예정이던 후보지 일부에서도 과도한 투기 정황이 포착돼서다. 이에 따라 정부의 주택공급 대책에도 빨간불이 켜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지난 29일 국토교통부는 정부세종청사에서 위클리 주택공급 브리핑을 열고 2차 신규 공공택지 후보지로 울산선바위, 대전상서 등 지방 중소규모 입지 2곳을 지정하고 총 1만8000가구를 공급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정부는 수도권 11만가구를 포함해 약 15만가구 규모의 주택공급계획을 발표할 예정이었다. 이에 발표 직전까지 김포고촌, 하남감북, 고양화전 등 후보지로 거론된 지역에 관심이 쏠리기도 했다.
하지만 후보지 일부에서 투기 가능성이 확인되면서 지방 신규택지 2곳을 지정하는 데 그쳤다.
국토부에 따르면 일부 후보지에서는 특정 시점에 거래량이 2~4배가량 증가했고 외지인거래가 전체 거래의 절반에 달하는 입지도 있었다. 일부 후보지는 전체 거래 가운데 지분거래 비중도 시기에 따라 80% 수준까지 높아졌으며 가격 동향에서 인근 지역 대비 지가변동률이 1.5배 이상 높은 후보지도 확인됐다.
김수상 국토부 주택토지실장은 "4월경 공개하기로 했던 잔여 15만가구에 대해 사전 조사를 추진한 결과 국토부와 LH 전 직원의 투기가 의심되는 사례는 없었다"면서도 "후보지 내 투기 가능성이 일부 확인된 상황에서 조속한 발표보다는 철저한 조사를 통한 위법성 투기행위 색출이 선행될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국토부는 이번에 발표된 2개 후보지와 나머지 후보지를 중심으로 경찰에 수사를 요청한 상태다. 부동산 실거래 기획조사에도 착수한다. 심층 조사와 수사가 마무리되고 앞서 3월29일 발표한 투기근절대책 후속조치의 입법화 과정이 어느 정도 완료되면 하반기께 추가로 13만1000가구에 대한 공급계획을 내놓겠다는 입장이다.
전체 25만가구 주택공급 계획물량의 절반가량이 발표 시점을 확정하지 못하면서 2·4대책 추진에도 차질을 빚을 것으로 우려된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주택공급을 통한 시장 안정화에 방점을 둔 만큼 사업은 계획대로 추진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다만 그 과정에서 사업 지연이 불가피한 데다 성공 여부를 가늠하긴 어렵다는 관측이 나온다.
서진형 대한부동산학회 회장(경인여대 교수)는 "정부가 2·4대책에서 제시한 내용들이 차질없이 진행돼야 국토행정의 신뢰성을 확보할 수 있는데 이미 계획대로 안 된다는 점에서 치명타를 입을 것으로 예상된다"라며 "투기세력이 부당 취득한 수익을 철저히 환수해야 하는데 만만치 않을 뿐더러 현재로선 방법이 없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럼에도 시장에 공급 시그널을 줘야만 수도권 가격 안정화를 가져올 수 있다는 점에서 투기 관련 의혹이 온전히 해소되지 않더라도 신규택지 지정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수사를 얼마나 철저하게 하느냐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결과가 어떻게 나오든 정부는 하반기 수도권 신규 공공택지를 발표하려고 할 것"이라며 "사업이 6개월~1년가량 지연될 수 있는데 그것보다 계획대로 정부 정책을 추진한다는 걸 보여주지 않으면 시장의 신뢰를 더 잃을 수 있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