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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벤투는 보여줬고, 이제는 힘을 실어줘야 할 때


입력 2021.06.15 09:15 수정 2021.06.15 09:23        김평호 기자 (kimrard16@dailian.co.kr)

카타르 월드컵 2차예선 3연승, 조 1위로 최종예선 진출

주전 의존도 탈피하고, 파격적인 선수기용으로 눈길

달라지고 있는 벤투호에 비난보다는 응원과 격려 필요

5일 오후 경기도 고양종합운동장에서 열린 2022 카타르월드컵 아시아지역 2차 예선 대한민국과 투르크메니스탄의 경기 후반전, 한국 대표팀 벤투 감독이 경기를 지켜보고 있다. ⓒ데일리안 류영주 기자

벤투호가 카타르 월드컵 아시아 지역 2차 예선을 조 1위로 통과하며 최종예선에 진출했다.


투르크메니스탄, 스리랑카, 레바논을 차례로 완파한 벤투호는 지난 3월 한일전 0-3 참사 충격에서 어느 정도 벗어나는데 성공했다.


물론 손흥민(토트넘)과 황의조(보르도) 등 유럽파가 총출동했고, 전 세계적인 코로나19 확산 여파로 인해 잔여 경기를 한 곳에서만 치르기로 결정돼 홈에서 3경기를 갖게 된 호재도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벤투호가 이번 3연전을 통해 보여준 모습들은 긍정적이라 평가하고 싶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파격적인 선수기용이다. 특정 선수만 중용한다는 항간의 비판을 의식하듯 벤투 감독은 이번 3연전을 통해 무려 25명의 선수를 두루 기용했다. 27명의 엔트리 중 이번 3연전에 그라운드를 밟지 못한 선수는 백업 골키퍼 김진현(세레소)과 구성윤(김천상무) 뿐이다.


3연전 과정 속에서 송민규(포항)과 정상빈(수원)이 A매치 데뷔 기회를 잡았고, 두 선수 모두 공격포인트를 기록하며 자신의 기량을 유감없이 발휘했다. K리그서 준수한 활약을 펼치고 있는 이기제(수원), 김영빈(강원), 강상우(포항) 등 30대 안팎의 늦깎이 선수들도 벤투 감독이 기회를 부여하며 감격의 A매치 데뷔전을 치렀다.


상대했던 세 팀이 비록 약체로 평가받긴 하나 K리거들의 경쟁력을 직접 눈으로 확인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됐다.


사실 3연전을 치르면서 벤투 감독이 한일전 참사 뒤 부정적으로 돌변해 있는 여론을 지나치게 의식해 주전 선수들에 대한 의존도를 높게 가져가지는 않을지 우려가 됐던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벤투 감독은 최종예선을 앞두고 사실상 마지막 실험의 장이기도 했던 2차예선을 적절한 기회로 삼아 여러 선수들을 두루 관찰하는데 성공했다.


축구대표팀 파울루 벤투 감독이 13일 오후 경기도 고양종합운동장에서 열린 2022 카타르 월드컵 아시아지역 2차 예선 대한민국 대 레바논의 경기에서 경기를 지켜보고 있다.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이 과정에서 주장 손흥민은 스리랑카전에 나서지 않으며 4년 반 만에 휴식을 취했다. 그가 대표팀에 소집되고도 결장한 건 지난 2016년 11월 이후 무려 4년 7개월 만이다. 선발 명단에 그의 이름이 없는 거 자체가 파격이었다.


그간 대표팀 소집 때마다 혹사 논란에 시달려 왔고, 이제 막 시즌을 마쳐 체력적으로 지쳐있을 손흥민이었기에 벤투 감독의 파격적인 이번 결정은 두 팔 벌려 환영할 만한 일이다.


스리랑카전 선발로 나선 196cm의 장신공격수 김신욱을 활용하기 위해 극단적인 롱볼 축구를 구사하지 않은 것도 칭찬받을 만한 일이다.


워낙 신장이 부각돼 그렇지 K리그 시절부터 김신욱은 발밑 기술도 출중한 선수였다. 하지만 대표팀에만 오면 '헤딩 노예'로 전락해 자신의 가진 강점을 100% 발휘하지 못했다. 다행히 스리랑카전에서는 머리가 아닌 발로만 2골을 기록하며 대표팀의 대승을 견인했다.


물론 일관된 빌드업 축구에 대한 시선은 여전히 곱지 않다. 압도적인 피지컬과 키를 보유하고 있는 김신욱의 머리를 쓰지 않고 일관되게 빌드업 축구만 구사했다는 비판도 있다.


이에 대한 비판은 과연 합당할까. 만약 김신욱의 머리만 겨냥했다면 분명 또 다시 ‘뻥축구’라는 오명을 남겼을 것이다. 과거 김신욱의 머리는 상대에 충분히 위협을 가할 수 있었지만 상대 입장에서는 예측 가능한 전술이기도 했다. 오히려 뒤지고 있을 때 김신욱의 머리를 겨냥한 전술은 우리 선수들을 더욱 조급하게 만들었고, 소위 말해 ‘나몰라 크로스’가 남달되는 역효과를 불러왔다.


특정 선수에 대한 무분별한 기용도 여전히 논란의 중심에 있다. 하지만 나라와 클럽을 막론하고 어느 감독이라도 자신의 중용하는 선수 한 두 명 쯤은 있기 마련이다.


논란의 중심에 서 있는 한 선수는 0-1로 끌려가던 레바논전에 후반 교체 투입돼 ‘게임 체인저’ 역할을 완벽하게 수행했다.


축구대표팀 감독이 모두를 만족시킬 순 없겠지만 이번 3연전을 통해 벤투 감독은 조금씩 변하고 있는 모습을 보여줬다. 이제는 최종예선을 앞두고 있는 벤투호에 응원과 격려가 필요할 때다. 2014 브라질 월드컵과 2018 러시아 월드컵에 이어 또 다시 중도에 사령탑을 교체할 수는 없지 않은가.

김평호 기자 (kimrard16@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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