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최고지도자의 시신 정치?

데스크 (desk@dailian.co.kr)

입력 2026.03.14 07:24  수정 2026.03.14 07:24

이란 3대 최고지도자에 선출된 모즈타바 하메네이. 2대 최고지도자인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의 둘째아들이다. ⓒAP


독재자와 장사꾼은 믿지 마라


인류가 물물교환을 시작한 이래 장사꾼의 말은 믿지 말라고 했다. 장사라도 지속적인 거래에서는 신뢰가 싹틀 수 있지만 1회성 거래에서는 한탕이 우선일 수밖에 없다.


근대에 이르기까지 사막의 캐러밴은 철저한 일회성 거래였고, 현대 대도시의 기획부동산 역시 일회성 거래다. 하필이면 이란전쟁은 사막 캐러밴의 후예 이란과 기획부동산 재벌 출신 트럼프 대통령의 게임이다. 그러니 양쪽 모두 믿을 수 없다.


한편 정치학에서는 “독재국가, 독재자의 말은 믿지 말라”고 한다. 미국은 자유민주국가다. 트럼프는 못 믿어도 미국의 언론과 제도는 믿을 수 있다. 이란은 독재국가다. 사람도 못 믿고 이란 언론과 제도도 믿을 수 없다. 그러므로 우리는 미국에 조금 더 신뢰를 둘 수 있다. 이런 기준을 갖고 이란전쟁, 특히 이란 최고지도자의 시신(屍身) 정치를 살펴보자.


의심스러운 모즈타바 건재설


필자는 모즈타바가 건재하다는 사실에 오랫동안 의문을 품어왔다.


① 미사일과 포탄 30개가 한 건물에 떨어져 근 50명이 폭사하고 아버지를 비롯해 가족 6명이 모두 죽었는데 어떻게 모즈타바만 살아났을까? 가벼운 부상이란 게 가능할까?


② 이란은 사망자 숫자와 명단을 정확하게 공개한 적이 없다. 부상자 숫자와 부상 정도로 공개한 적 없다.


③ 하메네이는 시신이 사진에 포착됐는데, 모즈타바가 생존했다면 사진에 포착되지 않을 리가 있을까?


④ 그 건물은 폭격 직후 계속 관찰 대상이었는데, 만일 생존자가 있었다면 구급차가 들락거리는 장면이 포착됐을 것이다.


⑤ 이란은 오랜 금수 조처로 의약품의 공급이 차단된 지 오래다. 어지간히 다치면 후유증으로 결국 죽을 수밖에 없다.


모즈타바가 가벼운 다리 부상이라는 이야기는 키프로스 주재 이란 대사의 전언에서 시작됐다. 그런데 지중해의 작은 섬나라 키프로스 주재 대사는 국가 최고지도자의 안위에 관한 고급 정보를 최초로 파악할 정도로 핵심도 아니고 고위 외교관도 아니다.


또한, 안다고 해도 최초로 발설할 정도로 정치적 위상이 높지도 않다. 거기서 이미 이란 혁명수비대가 정보의 유통 경로를 세심하게 골랐음을 알 수 있다. 이쯤에서 필자의 의심은 더 커졌다. 모즈타바는 이미 사망했거나 의식 불명으로 위독할 것이다.


납작 엎드린 최고지도자?


이란은 보름 가까이 미국의 공격으로 모든 국민이 공포에 떨고 있다. 국가 최악의 위기에 최고지도자는 반드시 대중 앞에 나서서 결사 항전을 호소해야 한다. 아무리 미국의 저격이 두려워도 마땅히 그래야 한다. 정권의 건재함을 과시하기 위해서라도 반드시 해야 한다.


그런데도 납작 엎드려 숨어있다.


‘가벼운 다리 부상’이면 침대에 앉아 짧은 대국민 동영상 메시지를 찍어 배포해야 한다. 하다못해 육성이라도 내야 했다. 모즈타바는 사망했거나 의사소통할 수 없는 식물인간일 것이라는 합리적 의심이 드는 이유다.


왜 이란은 모즈타바가 건재한 것처럼 포장할까?


모즈타바는 근 40년 가까이 이란을 통치한 하메네이를 승계한 최고지도자다. 순교한 최고지도자 하메네이의 아들이라는 '혈통적 정당성'을 가진 유일한 대안이다. 모즈타바가 죽거나 혼수상태라는 사실이 알려지면, 군부 내 파벌 싸움이 본격화되고 온건파의 목소리가 커질 것이다. 강경파인 혁명수비대 입장에서 모즈타바가 ‘살아서 결사 항전’을 선언해야 만사형통이다.


의문투성이 모즈타바의 첫 메시지


지난 12일 최고지도자 모즈타바의 첫 성명은 형식과 내용 모두 의문투성이였다.


우선 아나운서 대독이었다. 신비주의 때문에 모즈타바가 나서지 않았다? 신비주의가 밥 먹여주나? 미국의 공격으로 나라가 망할 판인데, 대독 정치라니!


과거 왕정 국가에서 왕이 죽으면 후궁이 ‘유조(遺詔)’를 조작해 후궁 소생을 보위에 올리던 수법을 연상케 한다. 최고지도자의 등극 첫 메시지쯤 되면, 힘찬 시라야 하고 누구나 암송하기 쉬운 기도문이라야 한다. 그러나 대독한 첫 메시지는 (필자는 페르시아어를 모르지만) 문장부터 순 엉터리였다.


필자가 모즈타바 사망 또는 혼수상태임을 확신케 된 것은 메시지의 내용 때문이었다.


모즈타바는 이슬람 사제 서열이 낮아 권위가 의문시된다. 당연히 모즈타바의 첫 메시지는 “위대한 신의 나라 이란을 재확인하면서, 아버지 하메네이의 순교를 깊이 애도하고, 신의 섭리에 따라 정당하게 계승했다”라고 선언하는 ‘철학적·종교적 대서사시(Great Epic)’라야만 한다.


그런데 그 위대한 최고지도자가 등극하며 낸 첫 메시지가 작전 참모 수준의 호르무즈 해협 봉쇄라고?


아직도 추모기간(이란은 하메네이 추모 기간을 원래 40일간으로 선포했다)이 1/3밖에 지나지 않은 시점에 최고지도자 지위를 계승할 수밖에 없는 사정도 설명해야 했다. 이런 모든 요소가 빠진 작전 명령, 이건 군부가 급조한 메시지일 수밖에 없다.


이란의 모크베르, 진시황의 조고


만일 메시지가 조작됐다면, 하메네이의 집사 모하마드 모크베르(Mohammad Mokhber)의 작품일 것이다. 모크베르는 2024년 에브라힘 라이시 대통령이 헬기 사고로 사망했을 때 대통령 권한대행을 맡아 행정부를 장악했다.


하메네이의 자금줄이자 경제 제국인 세타드(Setad, 이맘 호메이니 교령 집행위원회) 수장을 2007년부터 2021년까지 14년 동안 지낸 인물이다. 세타드는 미국 재무부 해외재산통제국의 추적에 따르면 확인된 자산만 950억 달러 이상으로 하메네이에게만 보고하는 초법적 기구다.


하메네이 사후 한때 서방 언론에서는 모크베르를 후계자로 지목했다. 그러나 이슬람 사제가 아니며, 집사 이미지가 너무 강해 정통성에 큰 결함이 있는 그가 최고지도자에 앉을 수는 없었다.


모크베르는 현재 ‘최고지도자 고문’ 겸 ‘사실상의 비서실장‘으로 지금 모즈타바가 치료 혹은 안치된 장소를 완전히 봉쇄하고 상황을 통제하고 있다. 결국 모즈타바가 살아있는 것처럼 꾸미고, 그가 상황을 조작하고 명령을 날조하는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


이는 진시황 사후 환관 조고를 연상케 한다. 일각에서는 모크베르가 정적 숙청까지 감행하며 시신 정치를 펼치고 있다고 의심한다.


예컨대 온건파의 상징인 하산 로하니 전 대통령은 최근 전문가 회의에서 “지도자의 신체적 건재함을 확인해야 한다”고 주장했다가 가택에 연금된 것으로 알려졌다. ‘외세 결탁 및 국가 기밀 유출 혐의로 사법 처리될 가능성이 크다고 한다.


알리 라리자니 전 국회의장은 모즈타바의 “메시지의 문법이 이상하다”고 언급했다가 모든 회의에서 배제된 것으로 전해진다. 또한 호르무즈 해협 봉쇄에 반대한 정규군(Artesh) 고위 장성 3명이 해임됐다. 이란의 시신 정치가 드러나는 데는 긴 시간이 필요하지 않을 것이다.


글/ 김구철 금강대 연구교수·전 TV조선 선거방송기획단 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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