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북한의 대화 거부에도 ‘대북 외교’에 여전히 열려 있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북한은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 리선권 외무상 등을 통해 잇따라 미국의 대화 제의를 거부하는 반면, 중국과는 더욱 밀착하는 모습이다.
다만 조 바이든 정부가 전방위적으로 대중견제를 강화하는 상황에서, 북한의 중국 밀착카드에 미국이 크게 반응하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北 거부에도...美 “대화하겠다는 우리 입장 변화 없다”
백악관 당국자는 23일(현지시간) 미국의 대화 제의를 또다시 거부한 리 외무상의 담화에도 불구하고 “우리의 입장에는 변함이 없다”고 밝혔다.
백악관은 전날에도 김 부부장의 미국을 향한 부정적인 담화에 “외교에 대한 우리의 관점은 변하지 않았다”고 강조한 바 있다.
미국이 전제조건 없이 북한 측과 만나 비핵화를 위한 협상에 나선다는 입장이지만, 그럴수록 북한은 중국과의 혈맹을 더욱 과시하는 모양새다.
22일 조선중앙통신은 전날 중국에서 북중이 김 위원장의 방중 3주년과 시 주석 방북 2주년을 기념하는 공동좌담회를 열었다고 보도했다. 리룡남 주중 북한대사 등 북한대사관 외교관들과 쑹타오(宋濤) 중국 공산당 중앙위 대외연락부장 등 북중 고위급 인사들이 총출동했다.
같은 날 중국 주재 북한대사와 북한 주재 중국대사는 각각 양국 당 기관지에 기고문을 싣고 긴밀한 소통과 협력을 다짐했다.
양국이 최고지도자의 상호 방문을 계기로 공동좌담회를 열고, 양국 대사가 노동신문과 인민일보에 나란히 기고문을 실은 것은 모두 이례적인 일로 평가된다.
전문가들은 북한이 대미 협상력 강화를 위해 중국을 활용할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다만 북한의 ‘중국 카드’가 바이든 정부에 통하지 않을 것으로 전망한다.
로버트 매닝 애틀랜틱 카운슬 선임연구원은 23일(현지시간) 미국의소리(VOA)에 “김정은이 중국 카드를 활용해 미국의 양보를 얻어낼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스스로를 속이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북한은 중국으로부터 원조를 얻기 위해 중국 카드를 활용할 수는 있지만, 비핵화 대화에 영향을 주지는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미 중앙정보국 CIA 출신 수 김 랜드연구소 연구원도 “다른 나라들이 북한을 상대하길 꺼리는 상황에서 북한이 중국 카드를 쓰고 싶을 수 있다”며 “하지만 바이든 정부가 대 중국 견제를 외교 정책의 핵심으로 지정한 상황에서 그 카드가 얼마나 효과적일지 알 수 없다”고 지적했다.
한편 북한이 경제난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등으로, 생존을 위해 중국과의 관계 강화에 나선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해리 카지아니스 미 국익연구소 국장은 “(북중 밀착 행보는) 북한이 중국 공산당과 시진핑 주석을 진심으로 사랑하고 존경해서가 아니라 필요에 의해서 하는 행동”이라고 말했다.
이어 “북한은 미국이 그 어떤 중요한 제재도 해제하지 않을 것이라는 점을 영리하게 간파했다”며 “중국으로부터 조건 없는 식량 지원을 최대한 많이 받아야 하는 상황이고, 중국으로부터 조건 없이 코로나 백신도 최대한 받아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