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새 거리두기 개편안 ‘4단계’ 적용 힘 실려
유동인구 영향 받는 유통업계 ‘직격탄’으로 작용
전방위적 ‘도미노’ 타격 불가피…“소비심리 위축될 것”
유통업계의 근심이 크다. 수도권을 중심으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세가 좀처럼 누그러지지 않으면서 지난해의 악몽이 다시 반복될 지 모른다는 불안감 때문이다. 하반기에 거는 매출 회복 기대가 컸지만, 또 다시 ‘도미노 타격’을 받을 수밖에 있는 상황에 직면하게 됐다.
7일 정부는 수도권에 기존 거리두기 체계를 유지하되, 주말 전까지 상황이 잡히지 않으면 새로운 사회적 거리 두기 체계에서 가장 강력한 4단계까지 검토하기로 했다.
수도권의 경우 주간 하루 평균 확진자 수가 3일 이상 1000명을 초과하거나 하루 확진자 수가 5일 연속 1000명을 넘으면 4단계가 적용된다.
유동인구가 곧 매출인 유통업계를 중심으로 걱정이 역력하다. 강력한 변이 바이러스 등장에 또 다시 지난해와 같이 하반기 장사는 접어야 할 지도 모른다는 우려에서다. 유통가에서는 모처럼 소비 확산 분위기가 잇따르던 와중에 코로나19 확진자가 급격하게 늘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최근 유통가는 소비 훈풍을 타고 분위기가 제법 긍정적이었다. 백화점의 경우, 백신접종과 사회적 거리두기 완화 예고로 명품 및 수입의류 등 고가 상품 매출 증가세가 지속됐다. 업계에서는 외부활동의 재개로 3분기에는 더욱 탄력을 받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컸다.
하지만 기대는 곧 불안감으로 바뀌었다. 거리두기 격상시 백화점 뿐 아니라 대형마트, 편의점 등 전방위적 타격이 불가피하다. 실제로 최근 백화점발(發) 코로나19 집단 감염이 발생해 확진자가 속출하는 사태가 이어지면서 업계는 공포심마저 느끼고 있다.
백화점 업계 관계자는 “지난해부터 확진자가 늘면 오프라인 매장의 매출이 줄어드는 패턴이 지속돼 왔기 때문에 우려를 하지 않을 수 없다”며 “특히 델타 바이러스의 경우 전염성이 높다는 이야기가 많아 외출을 삼가는 현상이 나타나고 소비 심리가 위축돼 타격이 클 것 같다”고 말했다.
편의점 업계 관계자도 “거리두기 격상시 유흥가, 공원, 관광지에 위치한 점포들의 매출 회복세가 주춤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집에서 즐기는 홈술, 홈카페, 홈쿡이 장기적으로 이어질 것으로 보고 그에 따른 영업전개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고 전했다.
호텔업계에도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하반기를 기점으로 식음업장이 활기를 띄며 3·4분기 반등의 발판을 어느 정도 마련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컸지만 수포로 돌아갈수 있을 것이라는 우려감 때문이다. 통상 호텔업계는 하반기 모임이 많아 업계 대목으로 꼽힌다.
호텔업계는 하반기 호텔 사업 전반이 회복세에 접어들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었다. 백신 접종자가 늘고 있는 데다, 올해 초부터 업계에선 하반기 내 해외여행이 재개되면서 국내를 방문하는 관광객 역시 크게 늘어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호텔업계 관계자는 “거리두기 3단계 격상시 객실은 4분의3만 받을수 있고 4단계 격상시 숙박금지라고 돼 있는데, 수준이 어느 정도인지 정확한 정부 가이드라인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며 “현재 여름 휴가 시즌으로 제주도나 부산 등 관광지는 여러 휴가객들이 몰리는 상황이 지속되고 있는데, 갑자기 격상을 하게 되면 타격이 클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이어 “수도권 같은 경우에는 외국인이 오질 않으면 객실을 채울 수 없어 더욱 문제”라며 “하반기 인원 제한에 따라 연말모임 등이 대거 취소되고, 식음장 분위기도 위축이 될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식품업계 타격도 만만치 않다. 특히 정상등교 가능성이 낮아지기 시작하면서 급식업계와 유업계를 중심으로 ‘먹구름’이 가득하다. 통상 개학을 하면 대기업 계열 급식업체는 지역 협력업체에 가공식품을 연결해 주는데, 공급이 막히면 매출에 타격을 입는다. 개학 연기 여부에 따른 유업계 처지도 비슷하다.
가장 시름이 깊은 곳은 외식업계다. ‘코로나 한파’로 인한 타격이 그 어느 곳 보다 거세기 때문이다. 거리두기의 격상과 완화 조치가 1년 이상 반복되면서 폐업이 속출하는 등 초토화 됐다. 영업시간 제한으로 마진이 큰 저녁주류 판매를 못 하게 된 것이 한 몫 했다.
일부 배달이나 테이크아웃을 통해 어려움을 돌파하려는 움직임이 일면서 ‘혼술·혼밥 환영’이라는 문구가 나붙기도 했지만, 매장 취식 금지에 따른 매출 하락폭을 메우기는 쉽지 않았다. 임대료, 인건비는 물론 배달 수수료에 라이더 부족 현상까지 자영업자의 발목을 잡았다.
서울시 영등포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강모(50대)씨는 “또 정부의 거리두기 간보기가 시작됐다”며 “7월부터 좋아지나 싶어 버티고 버티고 또 버텼는데, 또 다시 소규모 자영업자만 죽어나게 생겼다. 연장 발표하자 마자 이미 매출은 반토막 나고 있는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고위험 시설군으로 분류된 업종의 경우엔 불안함이 더 하다. 사실상 고사위기에 처한 상태다. 경기도에서 유흥주점을 운영하는 노모(50)씨는 “코로나만 터졌다 하면 술집, 식당, 유흥업소는 정부의 좋은 먹잇감”이라고 말했다.
이어 “엄연히 불법도 아닌 세금내고 하는 장사인데 가면 안 되는 곳이라고 낙인을 찍어버린다. 지금까지는 이런 취급을 받고도 꿋꿋히 버텼지만, 하반기엔 어떻게 살아야 하나 걱정이 앞선다”고 하소연 했다.
패션·뷰티업계도 깊은 한숨을 내쉬고 있다. 올 들어 업계를 이끄는 주요 기업들이 지난해의 어려움을 딛고, 매출이 증가세로 돌아서면서 1분기 실적이 눈에 띄게 개선된 상황이었으나, 다시 한 번 반전 될 위기에 놓였다.
지난해 패션·뷰티업계는 코로나19 사태에 직격탄을 맞으며 매출이 바닥까지 떨어지는 등 최악의 한 해를 보냈다. 코로나19 사태로 마스크가 일상이 되고 연이은 재택근무도 악영향을 미쳤다. 이른바 ‘꾸밈 소비’가 눈에 띄게 줄면서 매출 하락 폭을 키웠다.
패션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 백신 접종 확산과 보복소비 등으로 코로나19 이전 수준으로 매출이 회복세를 보이고 있는데 다시 상황이 반전될 분위기”라며 “특히 7~8월 비수기인 상황에서 사회적 거리두기가 격상되면 외부 활동이 줄어들면서 소비 심리도 자연스레 움츠러들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오프라인 매장 매출 타격이 불가피할 것”이라며 “온라인 채널 강화 등을 통해 수익 방어에 나설 것”이라고 덧붙였다.
뷰티업계 관계자도 “백신 접종 확산으로 노마스크 일상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면서 화장품 시장도 다시 살아나고 있는 추세”라며 “코로나19 확산세에 따른 거리두기 강화로 특히 가맹점 매장들이 큰 치명타를 입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말했다.